금융지주 상생금융 지원 방안 공개, 수십억 ‘통 큰 지원’
이복현 원장 방문 후 나란히 공개…사실상 ‘상생압박’ 지적
금리‧이자에 이어 성과급‧영업점까지, 관치 범위 “넓어질까”

금융감독원. 사진. 구혜정 기자.
금융감독원. 사진.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그간 은행권의 역대급 빚잔치를 정조준해왔던 금융당국의 메스가 은행권 내부를 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금리, 이자 등 금융시장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일부 민감한 사안에만 한정됐던 금융당국의 메스가 성과급과 퇴직금, 영업점, 채용 등 그간 금융권의 자율성에 맡겨온 부문에까지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일부 요소의 경우, 소비자들의 접근성이나 금융권의 사회적 책무 등 ‘친(親) 소비자’의 관점에서 그간 꾸준히 문제로 거론돼왔던 부분이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선 영업점 감소는 도서·산간 지역의 금융 취약계층 양산을, 채용 감소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책무에 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성과급 역시 최근 고금리 이자 장사 논란과 맞물리면서,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분류돼왔다.

당장 금융당국은 영업점 감소 현황, 성과급 산정체계 등 민감한 부위를 수술대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법제화 논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금융권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소통과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성과급과 퇴직금 확대, 영업점 감소 등 지난 몇 년간 금융권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각종 문제를 점검하기 위한 개별 협의체를 구성,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자 장사 논란, 이에 따른 정부와 금융당국의 소위 ‘금융권 때리기’가 점입가경의 양상으로 전개된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그간 다소 민감한 영역으로 분류돼온 금융사 개별 경영전략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제1차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TF의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소영 부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제1차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TF의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소영 부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당국 ‘현미경 들고 들여다본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최근 진행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논의를 통해 주요 은행들의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을 언급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소위 금융사 고유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주겠다는 명목에서 성과급, 퇴직금 등 다소 민감한 부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전환된 데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금융업권 내 역대급 이자 수익의 여파가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내 은행 계열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 순이익은 1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연 3.25%에 다다른 기준금리 인상 흐름의 여파로 이들이 거둬들인 이자수익은 36조9300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했다. 업계 내부에선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당기순익은 전년 대비 다소 감소하겠지만 이자이익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외부요인으로 인한 실적 상승이 성과급 및 퇴직금 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상의 혜택을 받지 못한 다른 기업과 동일한 잣대로 성과급 및 퇴직금 제도를 바라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성과급 등 보수체계와 관련해 경영진뿐 아니라 은행 직원들까지 모니터링 범위를 확대하고, 단기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 성과도 성과급 책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라 지급 수단도 현금뿐 아니라 주식·스톡옵션 등으로 다변화하고,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닌 실질적 성과에 따른 투명한 체계 마련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은 주주뿐 아니라 일반적인 금융소비자들 역시 폭넓게 고려해야 할 사회적 책임와 의무가 있다”며 “논란이 됐던 성과급, 퇴직금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자율성 침해 vs 적법한 관리‧감독’, 갈등 조짐도

성과급‧퇴직금 등 다소 민감한 부문에만 금융당국의 메스가 향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금융소비자 접근성 제고 차원에서 갑론을박이 거셌던 은행 영업점 감소 부문에서도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감독이 예고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금융당국은 과도한 은행 영업점 감소에 우려를 표하며 소위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영업점 수는 2891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145곳) 대비 254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것이다.

특히, 4대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미 이들 은행은 올해 100여 곳의 점포를 통폐합 방식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지난 1~2월에만 연간 목표의 절반 가까운 50여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는데, 추후 영업점 추가 폐쇄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이처럼 영업점 감소에 속도가 붙으면서 금융당국은 은행권 스스로 영업점 폐쇄 전, 점포 통·폐합에 따른 사후 효과를 확인하도록 하는 ‘사전영향평가’ 시행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사전영향평가가 은행권의 자율성에 기반한다는 점, 그리고 법적 규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 또한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사전영향평가 시행 이후에도 오히려 점포 감소 추세는 더욱 가팔라지며 제도의 취지 자체도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데일리임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전영향평가 시행의 법제화를 포함한 규제 근거 마련에 착수했다. 폐쇄 자체를 강제로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사전영향제도의 보완 또는 미이행 시 규제를 명문화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 담보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도 은행권 관계자들을 불러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올해도 은행 간 공동점포 운영, 디지털 점포 등 점포 폐쇄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상생금융 간담회'에 함께 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왼쪽). 사진. 신한은행.
'상생금융 간담회'에 함께 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왼쪽). 사진. 신한은행.

관치 ‘시즌 2’ 우려도 증폭

이처럼 금융당국이 그간 금융권의 자율에 맡겨왔던 영업점, 성과급 등 일부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적잖은 반발이 예고된다. 이미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관치 논란’이 CEO인사시즌 종료와 함께 다소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당국의 이번 발언으로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노조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개입이 또 다른 관치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행보를 비판했던 금융노조는 최근 은행 성과급 체계 개선 방침이 나온 직후, “은행 직원의 성과급·퇴직금에 대한 개입은 명백한 헌법위반이자 자율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도 정면 배치된다”며 “노사가 자율에 의해 과학적으로 책정하는 퇴직금을 정치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민주국가에서 가능한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금융사 내부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포착된다. 그간 사실상의 금융당국 지침에 맞춰 충실히 소위 ‘사회적 책무’를 이행했는데, 은행 내부의 민감한 사안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 달간 이복현 금감원장은 4대 금융지주를 순차적으로 방문해 금융권의 적극적인 사회적 책무 이행을 주문했다. 주목할 점은 이 원장 방문 이후 해당 지주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소위 ‘상생 금융’이라는 이름의 금융지원 전략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늘 이 원장이 방문한 우리금융 또한, 이복현 원장 방문 과정에서 상생 금융 협력을 위한 지원방안을 선보였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전년 대비 채용을 확대하고, 상생을 위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 올해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나갈 것”이라면서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관치로 업권을 압박하는 것이 과연 금융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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