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부코핀은행 수년 째 적자 지속
KB국민銀 해외실적에도 악영향 미쳐
'2025년 정상화 목표'에도 우려는 '여전'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사진.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사진. KB국민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KB국민은행이 동남아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공 들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법인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야심 차게 인수한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KB부코핀은행’이 수년째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부코핀 발 악재가 국민은행, 나아가 KB금융의 해외 실적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KB부코핀은행은 KB국민은에 인수된 이후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영업력 강화와 자본공급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나아가 동남아 시장 안착을 꾀했던 KB금융의 입장에선 뼈아플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일단 지주사 측은 오는 2025년까지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 측 또한 현지 금융‧경제 사정이 점차 호전되고 디지털 역량 강화 등 정상화 방안이 착실히 이행된다면 목표했던 2025년 정상화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해외법인이 거둬들인 당기 순익은 전년 대비 3200억원 가량 감소한 1642억88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반적 침체의 여파를 직격으로 맞은 셈인데, 각 사별로는 다소 희비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글로벌 성적 ‘위기 속 선방’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환한 미소를 지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이 미국, 중국 등 10곳의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427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약 2668억원) 대비 66% 이상 증가한 수치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세다.

실적 개선의 선봉장에 섰던 지역은 바로 베트남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53% 가량 증가한 1977억원 수준인데, 이는 신한금융 계열사 중에서도 6번째로 많은 실적 기록이다.

우리은행 또한 해외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우리은행의 해외법인 11곳에서 거둔 지난해 순이익은 약 2883억원 수준으로, 이는 전년(1746억원) 대비 65%가량 증가한 수치다. 해외법인 중 가장 많은 순익을 기록한 곳은 684여억원을 기록한 인도네시아 우리 소다라 은행이었다. 이어 베트남 우리은행(632억1600만원), 캄보디아 우리은행(598억3600만원)등이 뒤를 이었다.

함영주 회장 취임 이후 ‘아시아 대표 금융사’로의 도약을 천명한 하나은행의 경우에는 다소 아쉬운 실적을 거뒀다. 하나은행 해외법인 10곳의 지난해 합계 순이익은 전년(1073억8000만원) 대비 93%가량 급감한 71억원에 머물렀다. 인도네시아, 러시아, 캐나다 등 대다수 법인에서 실적이 전년 대비 늘었지만, 중국 법인의 적자폭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중국법인의 지난해 연간 순익은 970억원 가량 적자 전환했다. 지난 2021년 570여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과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일부 지역의 경제활동이 멈춰서면서 현지 영업점 또한 영업을 중단했다”며 “또 현지 대출 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또한 단기순익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 여의도 본점 신관. 사진. KB금융.
KB금융 여의도 본점 신관. 사진. KB금융.

부코핀 늪에 빠진 KB

하지만,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뼈아픈 해외실적을 기록한 곳은 바로 KB국민은행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이자 수익을 기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반면, 해외에서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전체 해외법인에서 총 55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적자폭(약 507억원) 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전년 대비 당기 순익이 감소한 곳은 있었지만,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했다.

이같은 실적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곳은 앞서 언급했던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부코핀은행(이하 부코핀은행)’이다. 부코핀은행은 지난해 기준 약 80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8307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부코핀은행의 실적 악화는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을 인수한 지난 2020년 기준 290여억원 적자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현재 부코핀은행의 상황은 심각 그 자체라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부코핀은행의 총부채는 6조6610억원 수준으로 총자산(6조5332억원)보다 많다. 사실상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인데, 유상증자를 포함해 그간 1조원을 훌쩍 넘는 자금을 부코핀은행 정상화에 쏟아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화까지는 더 많은 자본을 추가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코핀은행의 부진이 KB국민은행, 나아가 KB금융 실적에까지 적잖은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KB금융은 4조41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지켜온 리딩금융 자리를 신한금융에 내줬다. 지난해 역대급 이자 수익에도 리딩금융 왕좌를 내준 셈인데, 그 배경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이 바로 부코핀은행이었다.

실제로 실적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서영호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의 기대치를 밑돈 실적을 언급하면서 “부코핀은행의 향후 부실 전이 가능성에 대비해 5700억원(연결 기준)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했다”고 밝혔다. 선제적 충당금 적립이 없었다면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은 충당금 규모만큼 늘어나게 된다. 리딩금융 자리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인도네시아 루피아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5년 후 정상화, ‘가능할까’

부코핀은행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했듯 부코핀은행의 자본잠식이 시작된 상황에서 부실자산 해결을 위한 추가 자본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8년 처음 부코핀은행의 지분 일부를 인수할 당시부터 이미 적자(-88억원)을 기록 중이었다는 점을 들어 지금의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단 KB국민은행 측은 현재 목표인 ‘오는 2025년까지 정상화’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정상화에 다소 차질이 빚어졌을 뿐, 주요 지표들은 조금씩 개선되는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현지 경제성장률이 5%대를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KB국민은행 차원의 로드맵 또한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부코핀은행의 정상화가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다만, 부코핀은행의 영업점(276개)가운데 현실적으로 본사에서 관리하기가 어려운 지역에 위치한 영업점의 경우, 자칫 내부통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다양한 리스크를 극복하고 정상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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