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배당금·사업 전략·소통 부족 등 지적
소극적 대응에 "삼성전자보다 경직" 질타도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익 감소…안정에 방점
비용 효율화 단행…국내 B2B 공략 가속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 네이버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주주들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뺐다. 

최수연 대표는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제2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책을 받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주총에는 약 50분 정도가 참석했다"며 "다양한 연령대의 주주들이 회사와 서비스 관련한 질문을 내놓으며 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주주들의 반응은 '높은 관심' 이상이었다. 일부 주주들은 주주 환원에 소극적이라고 문제삼았다. 한 주주는 "네이버가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배당은 실망스럽다"며 "보통 시가 1000원짜리 주식도 100원, 200원씩 배당하는데 현재 시가 20만원을 오가는 네이버가 이번엔 배당금을 주지 않는 이유를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주주도 "주가도 많이 내린 상황에 아예 배당을 제외하는 것은 주주를 너무 배려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의 사업 전략이 불분명하고 경쟁사보다 사업적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주주들은 "네이버TV는 유튜브에, 라인은는 카카오톡에 밀리는 상황을 설명해달라"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챗GPT 등 여러 기술 등장하는데 네이버가 어떤 신사업을 기획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해외 시장 진출, 인플루언서 육성, 기타비상임이사 선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주주들도 있었다. 이사회 의장인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한 네이버 측의 답변은 다소 방어적이었다. 배당금에 대해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년간 순이익의 5%를 배당하고, 전체적인 주주환원은 순현금흐름의 30% 정도 하는 것으로 원칙을 지켜왔다"며 "지난해 자사주보단 순현금흐름의 30%를 배당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가 대비 배당 규모가 적지 않냐는 의견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네이버와 같이 성장하는 인터넷 혁신기업은 대체로 배당을 안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면서 "성장에 재원을 재투자할 것이냐 이익을 배당으로 소진할 것이냐에 대한 균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네이버 TV와 라인 등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서는 최 대표가 답했다. 그는 "동영상 숏폼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신규 서비스나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메신저도 라인 서비스는 일본이나 동남아 시장으로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내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해 오픈톡이나 소상공인 대상 톡톡 서비스로 확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대표는 "제도에 미비점이 없는지 살펴보겠다"면서도 "회사의 서비스나 정책에 대해 상세히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 신규 사업 계획 등은 언론이나 실적 보고 등의 자리를 통해 주주분들도 아실 수 있도록 상세히 안내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의 소극적 대응, 미숙한 진행방식에 결국 주주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졌다. 배당금에 대한 주주들의 이의제기가 계속되자 최 대표는 "안건에 관련된 질문을 해달라"고 주의 환기를 시킨 게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주주와의 소통을 하려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주주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네이버가 그동안 IT기업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 운영, 과감한 사업 운영을 강점을 내세워왔던 만큼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10대라고 밝힌 한 주주는 "주주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주주들의 발언을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말고 잘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며 "형식적으로 준비된 답변만 하니 주주들이 화를 낼 수밖에 없다.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도 대표의 역량"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주주도 "삼성전자보다 더 유연해야 하는데, 주총 분위기는 훨씬 더 딱딱한 것 같다"면서 "삼성전자 주총에 가 보라"고 일갈했다. 

결국 최 대표는 "다음 주총에는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방안이 없을지 고민하고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네이버는 올해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간 매출 8조2201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1조3047억원을 달성해 4년 만에 역성장했다. 문제는 올해 네이버의 경영 환경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주력인 광고사업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네이버의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3월 14일 최 대표가 취임했을 당시 네이버 주가는 32만9000원에 달했지만, 1년 만에 19만6000원으로 39%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53조9721억원에서 32조1536억원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폭이 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를 향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는 방증이다. 

네이버는 긴축 경영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기업 간 거래(B2B) 시장 등에 집중해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사 보수한도를 1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낮춘다. 네이버가 이사 보수한도를 삭감한 것은 처음이다. 핵심 경영진의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는 "지난 10년간 보수 한도가 실지급률 대비 다소 높게 설정돼 있었다. 올해는 비용 통제 기조에 맞춰 경영진을 비롯한 임원 계약 금액을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 대표는 신시장 개척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공언했다. 그는 "올해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금융 긴축 지속 등으로 시장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사업의 꾸준한 성장과 혁신 기회 모색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B2B 사업 통합을 통해 수익성 확대를 모색하고 있고 웹툰은 전반적인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화 개선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웍스, 클로바, 파파고, 웨일의 조직을 네이버클라우드 중심으로 통합해 효율화를 꾀하고 국내 B2B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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