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영향권’ 전망에도 후폭풍 가능성 대비 움직임
주총서 주주환원 메시지 외에 리스크 대응책 언급 전망
충당금 적립‧부채관리 강화…당국에 보폭 맞출 듯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주주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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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스위스 크레디트은행(CS) 등 글로벌 은행의 연쇄 파산으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국내 금융권에도 엄습한 가운데, 이번 주 진행되는 주요 금융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리스크 대응을 위한 ‘건전성 확보’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VB 파산사태의 여파로 미국‧유럽 은행의 파산 위기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변동성 위기 속 특별 대손금 추가 적립, 상생금융 확대 등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한 각 사 별 대응 전략 또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선 그동안 주주총회에서 단골멘트로 등장했던 주주환원, 비은행‧비금융 강화 등 ‘친(親)시장 발언’보다 오히려 리스크 관리‧감독 방안이 주주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투심을 끌어오는 소위 ‘저평가 극복’의 열쇠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의 리스크 대응을 위한 건전성 규제의 대폭 강화 방침을 천명한 상황에서, 이에 화답하는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주총 시즌 개막, 키워드는 ‘건전성’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신한금융그룹을 시작으로 24일까지 양 일간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정기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최근 글로벌 은행의 줄파산 리스크에 대응하는 업권 내 전략이 공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당국과 업권 내 설명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때맞춰 진행되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고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당장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을 통해 △연체율 관리 △부실채권 관리 △대손충당금 확대 등 주요 리스크 대응 방안에 대한 구체적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그간의 정기주총에서 핵심 화두로 분류됐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도 이번 주총을 통해 또 한 번 피력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금융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열리는 이번 주총에서 글로벌 發 ‘리스크 쓰나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경우, 오히려 주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전경 사진. 위키디피아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전경 사진. 위키디피아

글로벌 리스크에 건전성 우려↑

실제로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권 내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고금리, 글로벌 긴축 강화의 여파로 공고해진 부실 연결고리의 결속력이 미국‧유럽 은행의 연이은 파산 사태의 여파로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권의 연체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0.25%로 전년(0.21%) 대비 0.04%p 올랐다.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상환 및 만기 연장으로 일종의 ‘착시효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체율이 눈에 띄게 올랐다는 점은 분명 부정적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주요 유동성 지표도 소폭이지만 악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평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06.77%로 전년 말(108.71%)대비 1.94%p 하락했다. 지난 2018년 도입된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국제적인 은행 규제의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안정자금 가용 금액을 조달 필요 금액으로 나눈 값인데, 지수가 하락할수록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금융시장 내 유동성 위기를 촉발했던 ‘부동산PF 리스크’ 또한 은행권의 직접 영향권에 놓여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16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1금융권 내 은행권의 경우, 전체의 약 27%(30조8000억원)의 비중을 차지한다. 비율도 그리 높지 않은 데다, 주력 포트폴리오가 아니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보험, 증권 등 주요 금융지주사 내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PF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그간 0%대를 유지해온 연체율 또한 지난해 3분기 기준 1%대에 육박하는 등, 유동성‧건전성 위기는 여전히 국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까닭에 업계에서는 이번 주 진행되는 주요 금융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이같은 시장과 주주의 우려를 불식할만한 다수의 메시지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그간 인사말과 개회사로 주총의 시작을 갈음했던 금융지주사 회장이 업권 내 불어닥친 리스크 우려 불식을 위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미국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조치 등과 관련한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미국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조치 등과 관련한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리스크 잠재울 메시지 나올까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대손충당금 확대, 연체율 관리, 유동성 확대 등 글로벌 금융리스크의 선제적 대응을 위한 사측의 방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국내 은행들이 SVB나 CS에 직접적인 익스포저(위험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글로벌 은행의 연쇄파산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는 23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정례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외부 변수가 여전한 만큼 섣부른 안심은 금물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주총에서는 공통적으로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충당금 추가 적립 계획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의 자체적 판단에 더해 금융당국의 최근 권고에 발맞추는 측면도 크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0.51% 수준이다. 이는 1.6%~1.7% 수준인 글로벌 주요 은행권의 평균 적립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다.

당장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에 대손준비금 추가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그리고 충당금 적립을 위한 은행의 예상 손실 전망모형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예상 손실 전망모형 점검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당국은 이미 금융권과 충분한 논의가 됐다는 판단하에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해당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또 부실채권 관리 방안 또한 이번 주총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금융당국은 상시 위기 대응의 차원에서 오는 2~3분기부터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제도를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는 신용 팽창기에 자본을 최대 2.5% 추가 적립하도록 하고,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 자본 적립 의무를 완화해 이용토록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국내 은행권의 자본 적정성이 제고되고,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생각이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결국 주주총회의 목적 중 하나는 주주들의 신뢰를 높이고 성장한 만큼 과실을 공유하겠다는 사측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는 자체 판단은 유효사지만 예상가능한 리스크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방안도 주주들에게 소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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