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KIC 각각 300억·60억 직접투자...간접투자 규모는 "현재 파악중"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전경 사진. 위키디피아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전경 사진. 위키디피아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이 은행에 직접 투자한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의 투자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 국부운용기관의 경우 지난해 해외투자로 역대 최악의 투자손실을 기록한 상황이어서 투자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KIC는 위탁운용을 맡긴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SVB 투자비중을 파악하는 등 대응 방안에 분주한 상황이다. 

국민연금·KIC, SVB에 직접투자 확인돼 손실 우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왼쪽) 및 한국투자공사 본사 전경 사진. 각사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왼쪽) 및 한국투자공사 본사 전경 사진. 각사

SVB 파산으로 국민연금과 KIC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2319만6961달러(300억원 가량)을 SVB에 투자했다. 주식 수로 따지면 10만795주에 달한다. 이는 직접투자 금액으로, 위탁운용까지 범위를 확대한다면 현재 국민연금의 SVB 투자 포지션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공시 외에 투자 내역은 공개하지 않으나 직접 및 위탁을 포함해 보유 지분은 2021년 말 대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과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 등을 해외에서 운용하는 KIC도 SVB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C 관계자에 따르면, KIC는 직접투자를 통한 지난해 말 기준 SVB 포지션이 462만 달러(약 6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외부 자산운용사에 맡겨 간접투자하는 위탁운용비중을 포함하면 SVB 포지션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KIC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위탁운용사의 SVB투자 비중을 파악하고 있다"며 "우선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공적자금 손실'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국민연금이나 KIC 모두 해외주식투자 비중 가운데 SVB 투자금액은 크진 않지만, 연이은 공적자금 투자 손실에 따른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SVB에 직접투자 중인 300억원가량도 전체 해외 주식투자 규모(240조9000억원)에 0.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지난해 투자 손실을 낸 바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투자 손실액이 80조원 가량 발생하면서 역대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간 수익률은 -8.22%를 기록했으며, 특히 국내주식(-22.76%)과 해외주식 (-12.34%)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봤다.

KIC도 지난해 약 297억달러(약 38조원) 가량의 투자 손실액이 발생했다.특히 주식투자 부문에서 전년대비 무려 19.27%나 하락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은 당시 "이런 국부펀드가 지난해 역대 최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공사의 투자 역량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금리인상 등 매크로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투자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세금을 재원으로 한 공적금융기관에서 지속적인 투자 손실이 발생한다면, 투자 역량이나 전문성 논란과 국민들의 반발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조원 규모 은행 왜 무너졌나

한편 SVB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자산 276조 5000억원 규모의 은행으로, 실리콘밸리 내 테크기업와 스타트업을 주 고객으로 상대해왔다.

최근 실적 부진과 고금리로 돈줄이 막힌 테크 기업들이 SVB로부터 대규모로 자금을 회수했다. 이에 SVB는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보유 채권을 매각하면서 18억 달러 규모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이 발생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SVB가 증자에 나섰으나 결국 주가 폭락으로 증자에 실패해 지난 10일 파산을 신청했다. 

이같은 파산사태에 SVB 주가eh 폭락했다. 1년 전만 해도 거의 주당 600달러에 근접했던 SVB 금융그룹 주가는 지난 9일 기준 106달러를 기록하며 하루 새 절반 이상 급락했다. 현재는 거래가 정지돼 있는 상태다.

해외에서는 SVB가 미국 내 대다수 스타트업들과 거래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SVB 파산이 스타트업의 줄도산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