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단 입소문 타며 빠르게 성장
'가성비' 원하는 MZ세대 가입 폭등
어른 늘어나면 어린이 혜택 감소 우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국내 어린이보험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보장 대비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어른 가입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들도 어린이보험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가입 연령이 35세까지 확대되면서 어린이보험보단 가족보험에 더 가까워진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는 가운데 업계 1위 현대해상을 넘기 위한 손해보험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러한 보험사들의 경쟁이 과열될수록 상대적으로 가격은 싸고 보장은 든든한 '가성비'의 어린이보험이 점차 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들의 지난해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5조8256억원으로 2018년(3조5534억원) 대비 63.9% 성장했다.

5대 손보사 외 손보사들과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어린이보험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6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보험은 자녀들의 질병·상해 등 의료비와 각종 배상 책임을 아우르는 손보사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대다수 보장을 최장 100세까지 받을 수 있고 보험료는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최근 가입자가 늘어났다.

가입 경쟁이 격화되면서 보험업계도 발 빠르게 판촉에 나서고 있다. 현대해상이 업계 최초로 진출한 이후 1위를 꾸준히 지켜왔지만 최근 '애통령' 오은영 박사를 모델로 내세운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등이 약진하면서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와 '금쪽같은 자녀보험'을 출시했던 KB손해보험은 최근 가입 연령을 35세까지 확대한 개정 상품 'KB금쪽같은 자녀보험 플러스(Plus)'를 선보였다.

KB손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오 박사와 함께 구성한 '금쪽같은 자녀보험'은 전년 대비 약 80% 성장했으며 올해도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미 보험료를 한 차례 낮춘 다른 손보사들도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을 35세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NH농협손해보험 등의 손보사들은 어린이보험의 가입을 더욱 늘리기 위해 지난 1월 자사 보험료를 9.6%~15.0% 선에서 일괄 인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에 대한 마케팅보다 어린이 보험 마케팅을 최근 더 열심히 하는 추세"라며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를 모델로 내세운 KB손해보험. 사진. KB손해보험.
오은영 박사를 모델로 내세운 KB손해보험. 사진. KB손해보험.

'가성비' 찾는 요즘 세대에 딱 맞는 보험

업계에서는 최근 어려워진 경제로 인해 어린이보험의 인기가 더 치솟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봉착하면서 보험 소비자들이 더욱 저렴하고 보장이 많은 상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보험사들의 경쟁으로 최근 가입 연령이 35세까지 크게 확대되면서 '어른이(어른+어린이)보험'으로 불리는 등 가입자가 폭등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린이보험을 문의하는 어른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 매출을 의미하는 원수보험료 기준 실손보험 시장이 10조원, 자동차보험이 20조원으로 알려진 만큼 어린이보험이 6조원 시장이 됐다는 것은 규모가 그만큼 확대됐다는 의미다. 

이러한 성장세와 함께 중도해지가 적고 최소 10년 이상 이어지는 보험료 납입기간 덕분에 손보사 입장에서도 어린이보험은 '효자상품'으로 불린다.

또 올해부터 적용된 새 재무건전성제도 (K-ICS)에선 부채가 시가로 평가돼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을 파는 것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사 입장에서도 어린이보험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마케팅에서 점유율의 승패가 갈리는 만큼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현대해상.
사진. 현대해상.

연령 높아지면 어린이보험 특성 사라질 수도

다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경쟁으로 어린이보험 가입 상한 연령이 점차 높아지면 기존 상품의 특징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상 고객이 늘어 손해율이 증가하면 어린이보험만의 보장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화재는 지난달 아예 대부분의 어린이보험 가입 대상이 30세까지라는 점을 보완해 30~40세가 가입할 수 있는 전용 상품을 선보였다.

또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성비'를 자랑했던 보험료 역시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다. 과거 일부 보험사는 당시 이슈가 됐던 일부 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꾸준히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보다 어른이 더 많이 다쳐 손해율에 변동이 생기면 보장 금액 등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35세로 가입 연령이 상향된 만큼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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