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글로벌 IT행사 참석해 IT ‘광폭행보’ 이어가
IT인력 확충 속도도 빨라져…전담부서도 확충‧강화
디지털 혁신에 더해 ‘금산분리 완화’ 대비 포석도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연초부터 IT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 역대급 실적기록을 달성한 금융지주사들이 디지털‧모바일 등 IT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 부서 신설 및 기존 부서 강화에 적극 나섰다. 이뿐 아니라 디지털 부문의 임직원을 주요 글로벌 IT행사에 파견, 최신 트렌드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특히 직접 현장에 부스를 마련해 자사의 IT기술을 뽐내거나 지주사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혁신 전략을 엿보는 등의 광폭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디지털 분야에서의 행보가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자익에 치우친 실적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뿐 아니라, 최근 논의가 시작된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에 사전 대응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여기에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진행 중인 인사를 통해 디지털 역량 강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CEO의 디지털 리더십 또한 각 사의 디지털 혁신 성공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디지털 혁신을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연초부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연초 진행된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부서 신설 및 확대에 나섰다.

특히, 지난 1월 개최된 국제전자제품 박람회인 ‘CES2023’을 시작으로 현재 스페인에서 개최되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현장을 직접 찾아 글로벌 디지털 트렌드를 확인하고 이를 금융과 접목하는 등의 전략 마련에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CES2023 현장을 찾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LG전자 부스에 전시된 OLED 디스플레이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
CES2023 현장을 찾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LG전자 부스에 전시된 OLED 디스플레이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

연초부터 글로벌 ‘광폭행보’

실제로 리딩금융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이달 초 스페인에서 폐막한 ‘MWC2023’에 디지털 관련 임원과 부서원을 파견했다. MWC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기술 전시회로 글로벌 대형 통신사 및 정보통신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자사 기술 역량을 뽐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뿐 아니라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도 참석해 부스를 마련하고 혁신 기술과 디바이스 등을 선보였다.

금융업계의 글로벌 IT ‘광폭행보’는 비단 이뿐만은 아니다. 지난 1월 진행된 CES2023에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참석해 현장을 둘러봤다.

지난해 취임 후 첫 CES방문으로 관심을 모았던 함영주 회장은 당시, 그룹 임직원 20여 명과 함께 CES를 직접 참관했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이 투자한 에이슬립(Asleep) 부스를 찾아 기기를 체험하고, 이밖에 유수의 국내 및 글로벌 기업 부스를 둘러보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계열사인 신한은행이 직접 CES현장에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을 소개하는 단독부스를 핀테크 카테고리에 마련했다.

'시나몬'은 은행 시스템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국내 금융권에 적용되는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클라우드 위에 금융권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환경을 별도 구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히 은행이 보유한 다른 플랫폼 서비스와 금융 데이터의 연계가 가능한 메타버스라는 점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게 인정받아 이번 전시에 참여 요청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또한 현장을 찾아 시나몬 부스를 비롯한 CES 현장 곳곳을 누비며 디지털 트렌드와 경험을 공유했다.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현장. 사진. 금융위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현장. 사진. 금융위

’인재 늘리고 경쟁력 UP’

이처럼 연초부터 시작된 금융지주사의 디지털 행보의 표면적 목표는 소위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다. 이종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모바일, 플랫폼 등 IT부문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그간의 노력의 결과로 디지털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그간 공들여온 자사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 4대 금융지주가 운영하고 있는 주요 디지털 플랫폼의 누적 가입자 수는 8000만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금융시장의 잠재적 큰손으로 주목받는 소위 ‘MZ세대’ 고객 유치를 위한 목적의 디지털 강화 움직임도 포착된다. 금융권이 앞다퉈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 역시 MZ세대 공략을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향후 금융시장은 MZ세대 고객을 잘 이해하고 우수한 평가를 받는 플랫폼이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인재 영입, 조직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전체 임직원 대비 IT인력 비중은 8.2%에 달했다. 이는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추산 국내 은행권 내 IT인력 비중(5%)보다 3%p 이상 큰 수준이다.

물론 빅테크(카카오·네이버·토스)의 IT인력 비중(48%), 인터넷전문은행 3사(34.4%)보다는 현저히 비중이 작지만 이들이 모두 디지털 플랫폼 기반으로 출범한 곳임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내부에서는 올해도 상시‧수시채용을 통해 디지털 인력을 꾸준히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디지털 역량 및 금융보안‧서비스 안정화 등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디지털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올해 전체 채용 규모 중 IT인력 비중을 최대 10% 수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금산분리 완화, 디지털 혁신 ‘촉진제’

이처럼 디지털 혁신을 위한 금융업계 내 노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각에선 이러한 혁신 노력의 이면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그간 금융사들이 줄곧 요청해온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이 디지털 혁신 노력에도 반영돼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는 비금융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은행 또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은행은 ‘금융 본연의 업무’를 제외한 비금융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금산분리 규제가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비(非)은행‧비(非)이자 부문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에 막혀있던 사이 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 빅테크들은 이미 금융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며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반대로 금융권이 빅테크의 고유 영역에 진입할 기회의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의 방향성도 금융업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보다는 금융자본의 비금융업 진출을 우선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입장에선, 산업자본의 금융권 진출로 인한 경쟁 체제 이전에, 비금융권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금융권에 진출한 빅테크로 인해 운동장이 기울어진 상황”이라며 “이번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다시 운동장을 바로 세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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