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솔루션, 릴루미노 보급
7년간 기술 고도화 집중…의료기기 시작으로 XR 상용화 속도

지난달 28일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왼쪽)이 시각 보조 솔루션인 릴루미노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달 28일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왼쪽)이 시각 보조 솔루션인 릴루미노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솔루션을 시범 보급했다. 

삼성전자가 확장현실(XR)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해당 기기의 상용화 가능성이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릴루미노 글래스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재차 받았다. 

삼성전자는 당장 사업화를 하기보다는 사회공헌(CSR)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시범 보급을 통해 XR 기기 대중화 시기를 조율하며 관련 기술 개발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과 초기 사용자였던 송승환 감독에게 릴루미노 30여대를 무상 시범 보급했다. 이번 시범 보급은 글래스 타입의 웨어러블 기기인 실 사용자를 대상으로 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해 추진됐다

'빛을 다시 돌려주다'라는 뜻의 라틴어를 명칭으로 삼은 릴루미노는 저시력 장애인의 잔존시력을 활용해 사물의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 기기다. 스마트폰 영상처리 소프트웨어인 릴루미노 앱과 안경 타입 웨어러블 기기인 글래스로 구성된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뒤 글래스와 USB 케이블로 연결해 사용하면 된다.

릴루미노 글래스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이미지는 릴루미노 앱에서 윤곽선 강조, 확대·축소, 색반전·대비 등 영상 처리를 통해 저시력 장애인의 사물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된다. 뿌옇게 왜곡된 형태로 보이던 이미지가 또렷하게 개선된 뒤 글래스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는 방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접근성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한 기능들을 추가했다. 릴루미노 앱에는 저시력 장애인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지 않고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촉지감각을 활용한 사용자 경험(UX)을 적용했다. 사용자의 시각 장애 정도나 유형에 따라 맞춤 설정도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는 ”삼성서울병원과 임상시험 한 결과, 사용자 안전이 검증됐다”면서 ”별도 시각장애인 사용자 평가를 통해 기존 상용제품 대비 성능·피로도·사용성도 뛰어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시력 악화로 시각 장애 4급 판정을 받은 송승환 감독은 "어렴풋이 형체만 보이던 사람과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며 "연기를 하면서 상대 배우를 잘 알아보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는데, 리허설 등의 과정에서 릴루미노를 사용하면 배우의 얼굴과 표정을 느낄 수 있어 연기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릴루미노 착용전·후 이미지 예시. 사진. 삼성전자. 
릴루미노 착용전·후 이미지 예시. 사진. 삼성전자. 

릴루미노 기술 연구는 2016년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잔존 시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과제로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조정훈 연구원은 시각장애인들 92%가 여가활동 1순위로 TV 시청을 꼽을 정도로 TV 의존도가 높지만, 실제 시청 접근은 어렵다는 조사결과를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2017년 삼성전자 기어VR을 활용한 릴루미노 앱을 개발돼, 그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됐다. 해당 앱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 권위 광고제인 스파이크스 아시아의 혁신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로 영역을 넓혀 사용성을 제고하는 데 주력했다. 2018년 처음 안경 형태의 시제품을 개발해 CES에서 선보였고, 수년간 착용감, 피로도 등 편의성을 높여왔다.

특히 릴루미노는 이재용 회장이 관심을 갖는 기술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7월 수원사업장을 찾아 직접 체험하고 개선점을 제안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TV 제품에 적용된 릴루미노 모드를 시연하고 장애인 사용자 반응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당장 상용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인 까닭에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검증하되, 우선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XR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릴루미노 연구를 주도하는 조직이 삼성리서치이기 때문이다. 삼성리서치는 삼성전자의 선행기술 연구·개발을 총괄한다. 릴루미노의 안전성과 사용성, 품질 확보를 위한 글래스의 전파 인증, 임상시험, 소프트웨어 검증, 신뢰성 시험과 사용자 평가 등 기술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각보조용 의료기기를 시작으로 XR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릴루미노 글래스 적합성 평가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릴루미노 글래스2에 대한 적합성 평가 적합등록 절차를 마쳤다 적합성 평가는 판매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라는 점에서 릴루미노 글래스 상용화를 시야에 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더욱 작고 가벼운 릴루미노 글래스를 개발해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고 새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릴루미노를 시작으로 XR 사업을 빠르게 진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릴루미노의 사용 대상은 잔존 시력이 남아 있는 저시력 장애인으로, 시각장애인의 약 90%를 차지한다. 잠재 수요가 있는 시장을 공략해 사용대상을 넓혀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XR산업은 고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XR 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달러에서 2024년 1369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XR 기기 출하량도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CCS인사이트는 올해 1140만대의 XR 기기가 시장에 선을 보이는 데 이어 내년에는 1910만대로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