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계열사 CEO 인사로 밑그림 그리기 돌입
임종룡 차기 회장 당면과제는 ‘비은행 M&A’ 될 듯
증권사 유력 속 보험‧카드도 거론…성장 동력 전망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 DB.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 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이달 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의 취임을 앞두고 금융업계 내부에서 우리금융 발(發) 인수합병(M&A) 움직임에 시선이 모아진다.

그동안 꾸준히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의지를 피력해온 우리금융이 임종룡 체제의 출범을 기점으로 이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몇 년간, 보험‧증권‧카드 등 비은행 부문의 알짜 회사들이 M&A매물로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우리금융은 매번 단골손님처럼 피인수 유력후보로 거론돼왔다. 은행 부문의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부문의 계열사 부재로 그룹사 전체의 실적 또한 타사 대비 다소 낮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한계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실제로 벤처캐피탈(VC) 인수를 단행하며 그간의 M&A 전략을 비로소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금융업계에서는 임종룡 차기 회장이 과거 지주사 회장 시절 비은행 부문 M&A를 통해 기업의 체질 개선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임종룡 회장 역시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로 비은행 부문 M&A에 앞세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르면 상반기 중 이같은 전략이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손태승 현 회장의 뒤를 이은 차기 회장에 선임한다.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총 3년이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오른쪽). 사진. DB
이원덕 우리은행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오른쪽). 사진. DB

본격 출범 앞둔 임종룡號 우리금융

소위 ‘관치 논란’을 정면 돌파하고 금융업계에 복귀한 임종룡 차기 회장은 당장 어제 진행된 사외이사 선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직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당수 계열사의 CEO 임기가 지난해 말 또는 올해 초를 기점으로 종료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인위적인 인사 논란과 같은 별다른 잡음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원덕 현 행장의 거취에는 시선이 모아진다. 상당수 계열사의 CEO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아직 1년 이상 남은 이 행장의 임기를 보장해 인사 충격을 완화할 가능성에 일단 무게가 실리지만 단언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번 인사는 손태승 현 회장 체제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임종룡 차기 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내외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 임종룡 체제 출범 이후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우리금융이 신호탄을 쏠 금융시장 내 개편 향배다. 비은행 부문 계열사의 부재로 그동안 지주사 전반의 실적 제고에 어려움을 겪어온 우리금융의 핵심 과제는 증권‧카드‧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확보다.

당장 신규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계열사의 사업영역 확대를 꾀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알짜배기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공감대도 이미 형성돼있다는 게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자료. 우리금융.
자료. 우리금융.

한 끗 모자란 실적, 원인은 ‘비은행’

실제로 지난해 우리금융은 은행의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 업권 내 경쟁에서는 4위 자리를 면하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3조4813억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4대 금융지주 중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금융이 4조6423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KB금융 4조4133억원, 하나금융 3조625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우리금융을 앞섰다.

눈여겨볼 부분은 우리금융 내 은행계열사가 차지하는 실적 비중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연간 당기순익은 2조919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지주사 실적의 약 8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20~40%대의 비중을 기록한 타 금융지주사와 비교하면 다소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은행 의존도를 타사 수준으로 낮추고, 현재 은행 실적의 성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경우 금융지주 업권 내 경쟁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키워드는 바로 비은행 핵심 업권으로 분류되는 보험, 증권 계열사의 보유 여부로 귀결된다. 타사가 가진 생보‧손보 등 보험계열사, 증권 계열사가 그룹사 내로 편입된다면 당장 1조원 전후의 실적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금융 전체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을 제외하면 △카드(5.9%) △캐피탈(5.3%) △종금(2.6%) △자산신탁(1.7%) △저축은행(0.3%) 계열사가 한 자릿수의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비은행 강화를 위한 우리금융 전략의 시발점은 증권사 M&A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비은행 강화를 위한 우리금융 전략의 시발점은 증권사 M&A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증권사에 우선 올인할 듯

당장 우리금융은 증권계열사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가 비은행 부문의 핵심 수익원 중 한 곳인 데다, 이미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기 당시에도 증권계열사가 없던 탓에 증시 열풍의 혜택을 유일하게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금리 인상 기조의 둔화 여파로 예년 같은 이자수익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또한 대표적인 ‘금리 인하기 수혜주’로 손꼽히는 증권사 확보가 절실한 이유로 손꼽힌다.

현재 금융 및 M&A시장에서 알짜배기 매물 증권사로 거론되는 곳은 SK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증권, 교보증권 등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유안타증권을 주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차례 우리금융의 유안타증권 인수합병설이 나올 정도로 M&A가 양사에 ‘윈-윈’이 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금융은 증권사 M&A의 첫 번째 조건으로 ‘소매 금융’, 즉 리테일 영업에 강점을 가진 곳을 언급하고 있다. 기존 계열사의 자산관리 영업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양증권을 모태로 한 유안타증권은 전통적인 ‘리테일명가’로 분류된 곳이다. 한때 200여곳에 육박했던 영업점은 지난해 말 기준 50여 곳으로 감소했지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기반의 자산관리 플랫폼 ‘티레이더’를 기반으로 현재도 리테일 영업력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양 사 간 한차례 인수합병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진전 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 또한 인수추진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인수합병에 대한 니즈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 불확실한 금융시장, 이밖에 내부 리스크 등 변수를 고려해 M&A 추진 자체가 늦춰졌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라며 “임 회장이 취임하고 굵직한 리스크가 사라진 후 본격적인 M&A 추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우리금융그룹.
사진. 우리금융그룹.

해묵은 과제, '비은행 M&A' 성공할까?

물론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기존에 언급돼온 중‧소형 증권사가 아닌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통 큰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한다. 하지만 이 또한 결국 임종룡 차기 회장의 경영 청사진과 전략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이다.

사실 임종룡 차기 회장은 과거 NH농협금융 회장 재임 시절, 외부 증권사 인수‧합병을 통한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임 회장이 인수를 진두지휘한 피인수 기업은 우리금융의 계열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이다. 당시 인수된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NH투자증권의 이름으로 NH금융지주의 증권 포트폴리오를 담당하고 있다.

임종룡 차기 회장 역시 취임 후, 비은행 부문 M&A를 당면과제로 천명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취임 전 주요 계열사 CEO인사를 포함한 내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후,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M&A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선임 과정에서 다소 껄끄러운 시선이 있었던 점을 알고 있는 임종룡 차기 회장 입장에선 결국 실적과 성과로서 이를 극복하려 할 것”이라며 “얼마나 시간내에 만족할 만한 증권사 M&A를 성사시키느냐 또한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잣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증권사뿐 아니라 보험, 카드 등 여타 비은행 부문에서의 M&A 가능성도 거론한다. 불황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증권업계의 업황 여파로 예상보다 증권사 인수‧합병이 지체될 경우, ‘M&A 후순위’에 있는 보험‧카드 매물을 우선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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