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상승세 보이던 금융주, 다시 하향세 전환
‘공공재 발언’ 전후 최대 10% 하락…시총도 증발
금리인상 둔화에 수익성 악화 우려까지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역대급 실적 기록을 경신에 반전의 모멘텀을 찾은 것처럼 보였던 국내 주요 금융주가 또다시 하락세로 전환하며 여전히 저평가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주가 오름세는 해를 바꾼 올해 초에도 지속되면서 금융지주사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을 전해주는 듯했지만, 1월 중순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연초 대비 평균 10% 이상 주가가 빠졌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선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역대급 실적 기록, 배당 성향 확대 등 긍정적 요소에 반짝 반등했던 금융주가 정부의 은행권 압박에 꼬리를 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에 대한 ‘공공재’ 발언, 과도한 성과급 및 예대금리차 지적, 여기에 은행업계 내 과점체계 개편 등 금융권을 향해 쏟아진 정부와 금융당국의 발언이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실적이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일련의 ‘관치금융’ 우려가 더해질 가능성에 주목하며 당분간 금융주의 저평가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금융주 “상승세 타긴 했는데...”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연초까지 이어졌던 국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의 주가 상승세가 최근 들어 하락세로 반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중하순까지만 해도 주요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올해 연초 대비 20% 이상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초 4만800원(1월 2일 기준) 수준을 보였던 KB금융의 경우, 1월 말(1월 30일) 코스피 시장에서 5만59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한 달여 만에 1만5100원(약 30%)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3만4300원→4만3250원), 하나금융(4만2350원→5만1200원), 우리금융(1만1250원→1만3440원)도 나란히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이같은 연말 상승 랠리에 힘입어 주요 금융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본격화 이전인 지난 2019년 말 수준까지 회복하며 청신호를 켜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4대 금융주 가운데 신한금융(4만3350원)과 KB금융(4만7650원)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19년 말 수준의 주가에 거의 근접하거나 넘어서기도 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오래가지 못한 ‘반짝 상승세’

하지만 이후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채 하락세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였다.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연초(2225.67) 대비 200p가량 오르며 지난해 부진을 씻어내고 있는 코스피(2424.23‧2월 28일 기준)의 추세와 비교하면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실제로 지난 28일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 1월 말 대비 최대 10% 이상 하락했다. KB금융이 5만1300원에 거래되며 앞서 언급한 1월 말(5만5900원) 대비 8% 가량 빠졌다. 이밖에 신한(4만3250원→3만8850원), 하나(5만1200원→4만5400원) 우리(1만3440원→1만2200원) 등 타 금융지주사도 모두 하향세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그 사이 공개된 각 사의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어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15조8506억원으로 전년(14조5428억원) 대비 9.0%(1조3078억원) 늘어났다. 신한금융이 4조6423억원으로 리딩금융 왕좌를 탈환했고, KB금융(4조4133억원), 하나금융(3조6257억원), 우리금융(3조1693억원)이 뒤를 이었다.

실적은 상이했지만 4사 모두 역대급 이자 수익을 기반으로 또 한번 연간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이들이 지난해 거둬들인 이자 수익은 4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된 각 사의 다소 상향된 배당 성향은 주가 부양에 대한 주주들과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실제로 KB금융 이사회는 올해도 분기 배당을 정례화함과 동시에 총주주환원율 또한 전년 대비 7%p 오른 33%로 책정했다. 신한금융 이사회도 주가부양 목적의 자사주 1500억원어치 매입·소각 등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맞췄다.

하나금융의 총 현금배당은 전년 대비 250원 증가한 3350원으로 결정됐고, 우리금융 또한 분기 배당 제도 도입과 함께 총주주환원율 또한 30% 수준으로 상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융지주사의 실적 제고에도 불구하고 외부요인으로 인해 주가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라며 “대다수 금융지주사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주가 하락세 4대 금융지주의 시총 또한, 불과 한달 새 7조원 가량 증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 매수를 이어간 반면,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이 연일 매도에 나서면서 시총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외부요인에 금융주 ‘여전한 그늘’

이처럼 금융지주사의 주가가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급격한 하락세로 접어든 데는 앞서 언급했던 외부 요인, 즉 정부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소위 ‘관치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간 은행권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예대금리차 및 이에 따른 이자 장사 논란, 여기에 과도한 성과급‧희망퇴직 위로금 이슈가 부각되며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지속돼온 바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 발언을 한 것은 이러한 은행권에 대한 압박에 화룡점정이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회의에서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해당 발언이 나온 시점이 바로 1월 말(1월 30일)이다.

앞서 언급했듯 연초부터 오름세를 보이던 금융지주 주가는 1월 말을 기점으로 하향세로 전환됐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시점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특히,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은행의 돈잔치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라며 또 한 번 이를 언급했던 지난달 13일을 기점으로 사흘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 1950억원치의 4대 금융지주의 주식을 매도했다. 주가 역시 4대 금융지주 모두 그사이 5~7% 수준 하락했다.

그래프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래프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금융주의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별 이슈나 사안에 대해 주가가 반응하기는 하겠지만, 코로나19사태 이전으로 금융지주사 모두 주가가 회복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당분간 금융권에 호재로 불릴만한 요소가 없을 것이란 전망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년 대비 실적도 다소 꺾일 것이란 예측이 우세한데다,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메스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금리 산정 체계 개편 예고 등과 같은 여러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실적 가시성도 현저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경우, 1분기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하락 폭이 다소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리인상기에 수혜주로 분류됐던 금융주가 금리 인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다소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저평가 주라는 인식은 여전한 만큼 반등의 모멘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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