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없는 호실적에 순위 경쟁 치열
메리츠 약진에 DB손보·현대해상 긴장
꾸준한 실적 방어가 추후 경쟁 주도

사진. 메리츠화재·DB손해보험.
사진. 메리츠화재·DB손해보험.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지난해 유례없는 실적 기록을 낸 가운데, '기존 2위' DB손해보험과 무섭게 치고 올라온 메리츠화재 간 '2위 경쟁'이 올해 보험 시장의 관전 포인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삼성화재가 변함없이 업계 1위 자리를 지킨 가운데, 기존 DB손해보험과 2위경쟁을 펼치던 현대해상을 제치고 메리츠화재가 단숨에 업계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상위 4개 사 체제로 굳어져 있던 손보업계 구도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메리츠화재가 합류하면서 업계 내 순위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2파전 양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보 5개사(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10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당시 3조2728억원의 순익을 거뒀던 손보사들은 2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손보사들의 호실적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손해율 개선이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통사고율이 하락했고 장기보험 관련 법규도 강화되면서 실적으로 이어졌다.  

손보사별로 보면 그간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던 삼성화재가 지난해 역시 가장 많은 순익을 거뒀다. 삼성화재는 전년(1조926억원)대비 4.5% 증가한 1조141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으며 2021년 삼성전자 특별배당(세전 1401억원)을 제외하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6.5% 증가했다.

삼성화재에 뒤를 이어 DB손보가 2위를 차지했다. DB손보는 지난해 980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는데 명확한 성장세 속에 1조클럽 가입을 꾸준히 노리고 있다.

눈여겨 볼 부분은 메리츠화재의 약진이다. 그동안 업계 5위권으로 평가받았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8683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단숨에 3위(당기순이익 기준)까지 순위가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1년(6631억원) 대비 30.9%나 성장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면, 당기순이익에서 메리츠화재에 밀렸던 현대해상은 규모 면에서도 2위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양새다.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2021년 4384억원에서 지난해 5609억원으로 27.9% 성장했지만 1조 클럽을 노리는 DB손보와 메리츠화재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다.

KB손보의 경우 지난해 전년 대비(3018억원) 84.8% 증가한 5577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다만, 지난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부동산 매각 등 일회성 이익(1570억원)을 제외하면 순익은 다소 줄어든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손보사 상품들의 손해율이 줄면서 실적으로 연결된 것이 크다"며 "다만 내년에도 이러한 호실적을 거둘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 메리츠화재.
사진. 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 약진에 2위 경쟁 치열

손보사들이 당기순익 4조원 시대를 열며 호실적을 이어가자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점유율 경쟁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상위사들을 제치고 2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성장이 눈에 띈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5년부터 자동차보험 대신 장기 수익성에 유리한 장기인보험 시장을 집중했다. 암보험 등 장기인보험은 보험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고 손해율도 상대적으로 낮아 이익 창출에 유리하다.

또 보험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자산운용 부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메리츠화재의 투자이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 4.2%로,  2~3% 수준이었던 다른 손보사들에 비해 1%p 이상 높았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메리츠화재는 1조17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 영업이익 '1조클럽'에 입성했다. 원수보험료(매출) 역시 7조952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74% 증가했다. 현대해상·KB손해보험과의 격차를 벌리며 DB손해보험의 뒤를 바짝 쫓았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2025년까지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지만 DB손해보험도 '역대급 실적'을 내며 2위 수성에 성공했다. DB손보는 1조3111억원의 영업이익과 원수보험료 16조415억원을 기록하며 다른 보험사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DB손보 역시 주 상품군 중 하나인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이 크게 개선되면서 실적으로 이어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2021년 79.5%에서 2022년 79.4%로 개선됐고 장기보험 손해율도 81.1%로 전년 대비 3.5%p 낮아졌다.

DB손보 관계자는 "음주운전 뺑소니 처벌 강화 등 자동차 사고 관련 제도 개선도 주효했다"며 "이러한 성과로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현대해상.
사진. 현대해상.

치열한 점유율 경쟁 속 3파전 가능성

업계에선 메리츠화재의 약진으로 불이 붙은 손보업계의 점유율 경쟁이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메리츠화재의 장기 계획이 성과를 거두면서 2위 자리를 놓고 DB손해보험과 2파전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새 회계제도(IFRS17)로 인해 장기인보험이 더욱 높게 평가된다면, 메리츠화재는 현대해상과의 격차를 더 벌리면서 DB손보와의 격차도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힘써 온 만큼 실적 부분에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포트폴리오 확장이 보험사 실적에 이어지기 때문에 다른 보험사들도 이 부분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해상 역시 DB손해보험이나 메리츠화재보다 당기순이익 규모가 작을 뿐 자체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 순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두 회사와의 격차를 줄일 잠재력은 충분하다.

삼상화재가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의 경쟁은 더욱 눈여겨볼 부분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매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실적이 좋을 순 없다"며 "결국 추후에 이러한 실적을 유지하는 손보사가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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