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 누렸지만…성장 한계 도달
수익성 중심 경영…적극적 투자 보여줘야
퀵커머스, 경쟁 치열…차기 성장동력 요구
2027년 189조 규모…로봇 사업 확장 나설 듯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이국환 대표 1인 체제에 들어간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이국환 대표 1인 체제에 들어간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배달의민족(배민)이 본격적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에 접어든다.

지난 2021년 김범준 배민 전 대표는 '배달앱이 아닌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배민이 신사업으로 추진한 퀵커머스, 로봇 사업도 현재까지 순항중이다. 다만 푸드테크 기업이나, 이커머스 플랫폼보다는 배달앱이라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 배민의 새 수장이 된 이국환 신임 대표가 기업의 수익성 강화 외에도 뚜렷한 미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책임을 안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이 신임 대표를 정식 선임했다. 13년간 배민을 이끌어온 김봉진 의장은 이사회 의장만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봉진 의장과 공동 대표였던 김범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연임 제안을 고사하고 사내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배민은 외부 전문 경영인 영입 대신 검증된 내부 인재를 택했다. 2017년부터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한 이 신임 대표는회사 사정에 밝은 데다, 경영컨설팅 출신으로 전문적인 경영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이 신임 대표는 지난 6년간 배민 라이더스 사업 실장, 딜리버리 사업 부문장, 배민 사업 부문장을 역임하는 등 사내 각 사업 부서를 두루 거치며 리더십과 리스크 관리 등에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신임 대표는 음식 배달 사업 외에 B마트·배민스토어 등 배민의 신사업 중 하나인 퀵커머스 서비스의 시장 안착에 핵심 역할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배민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은 높은 시장점유율과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으로 3년 간의 영업 적자를 끊고 지난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배민이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선택한 건 시장 점유율 1위 굳히기와 함께 수익성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서다. 새 리더십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쇄신의 기회를 마련하고 신사업의 본격 추진을 위해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배민의 주력 사업이었던 음식 배달 사업의 고성장이 더는 어렵다는 점이 큰 위기 요인이다. 배민은 코로나19 시기에 음식 배달 사업으로 외형이 대폭 확대됐다. 2019년 5654억원이던 매출이 2020년 1조995억원, 2021년 2조88억원으로 3년 만에 269.2% 나 증가했다. 

문제는 코로나 특수가 끝난 데다, 고물가에 경기 불황으로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상쇄하고자 배달앱 중개 수수료와 광고비 단가를 인상할 경우, 결과적으로 배민의 이미지와 수익성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민은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연결하기 때문에 개별 사업자의 운영 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배달비 책정이나 서비스 질 저하에 대한 불만이 터지고 있지만, 업주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운영 경비 인상에 따른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음식 가격을 상향 조정하거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지난 21일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에 입점한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의 1061개 메뉴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체 메뉴 중 50% 이상은 식당에서 먹을 때보다 배달로 주문할 때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차이는 평균 10.2%나 됐지만, 배달앱에는 이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배민이 중개 플랫폼 이용 비용을 높이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수익화 기조가 강해질수록 사회공헌(CSR) 같은 동반성장 행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배민은 라이더 보험, 외식업 종사자 자녀 장학금 등 이해관계자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 신임 대표가 실적 중심의 경영을 펼친다면, CSR 비용을 효율화하고 이용자 수수료를 높일 수 공산이 있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주력사업만으로는 고성장을 이어갈 수 없는 까닭에 새 전략이 요구된다"며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인상하고 그 외 지출을 최소화 하는 경영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중개 서비스 제공 사업자도 서비스 품질 관리의 책임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는 가격 정책도 포함된다"면서 "최종 소비자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한다고 할 때, 수긍할만한 '이유', 즉 기업이 고용, 신사업 등에서 역할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민 자율배송 로봇 '딜리타워' 아파트 내 서비스 시행 모습.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민 자율배송 로봇 '딜리타워' 아파트 내 서비스 시행 모습. 사진. 우아한형제들

새 대표 체제 아래 배민의 사업 다각화는 탄력받을 전만이다. 현재 배민은 외식에 이어 생활용품, 밀키트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소비자 수요가 높고 수익성이 좋은 단건 배달 서비스 수수료 개편, 서비스 지역 확대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개 서비스만으로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기에 한계가 있다. 

특히 배민이 빠르게 확장 중인 퀵커머스는 경쟁이 치열하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퀵커머스에 뛰어든 유통업체가 많아서다. 쿠팡, GS리테일 등 기존 유통업계 강자들이 참전을 선언했고, hy와 오아시스는 각각 메쉬코리아, 브이를 품고 입지를 넓혀갈 요량이다.

안정적인 성장, 그리고 플랫폼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할만한 한 방이 필요한 것이다.  배민이 로봇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국내외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분야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RIA)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8600억원에서2025년 2조8000억원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로 넓히면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앤컨설팅은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에 대해 2021년 약 47조3000억원에서 연평균 21.9% 성장해 2027년엔 약 189조17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이 신임대표는 기업간거래(B2B)를 기반으로 장기 계약이 이뤄지는 로봇사업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무엇보다 배민의 신사업 안착에 역할했던 이 대표인 만큼, 서비스 로봇 사업의 확장이 공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8년부터 서빙로봇 사업을 시작한 배민은 올초 자회사 비로보틱스를 신규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서빙로봇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현재 전국 1500여개 매장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배민은 기존 음식점외에 로봇 서비스가 필요한 다양한 매장에 진출해 국내 서빙로봇 시장의 40%까지 가져간다는 목표다. 배민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서빙로봇은 상용화되어 시장 경쟁이 발생하는 상황이고, 배달로봇은 아직 실증을 통해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 사업의 경우 식당의 인력난 등으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다 배민이 가지고 있는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문이다. 반면 대내외 경쟁이 치열하다는 게 위기요인이다. 기술력이 좋은 국산 로봇을 개발해 상용화한다 해도 가격 경쟁력 면에서 뛰어난 중국산 로봇에 밀리는데다 대기업과 스타트업들도 로봇 사업에 적극적이다.

배민 역시 로봇의 하드웨어 부문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국산 로봇을 개발해 수출까지 노린다는 전략이지만, 로봇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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