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직장인 조사 결과 ‘허쉬 트립’ 원하는 직장인 늘어
생산성 강조하는 기업들은 아직 미온적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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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회사로 출근하는 대신 원하는 곳에 가서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이 꿈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직장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부 용감한 선발대가 마침내 선을 넘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탐험에 나섰다. '허쉬 트립'(hush trip)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 어디서 일하든 무슨 상관이야'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데 내가 어디서 일하든 회사가 어떻게 알겠어' 

그런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직장 상사들. 내 상사가 이런 방식의 업무를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해서 일해야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믿는 그들은 안그래도 재택근무를 못마땅하게, 그리고 큰 혜택을 베푸는 것으로 믿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허쉬 트립’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재택근무 직원들 사이에서 최근 상사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휴가를 가듯 다른 곳에 가서 일하는 일명 ‘허쉬 트립’이 유행하고 있다고 ‘포브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허쉬 트립’이 앞으로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용카드와 여행 리워드 전문가인 베키 포코라는 최근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일부 상사들의 눈에 직원들이 극단적으로 디지털 유목민처럼 사는 건 지나치게 과하다고 여겨진다”면서 “그래서 ‘허쉬 트립’이 2023년 최신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허쉬 트립’의 장소는 특정 지역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카페에서 일해도, 촌집에 가서 일해도 된다. 혹은 해외에 나가서 일해도 모두 상사에게만 자신이 일하는 장소를 알리지 않는다면 모두 ‘허쉬 트립’이다.

사실상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제도인 워케이션(workcation)을 비공식적으로 하는 게 ‘허쉬 트립’인 셈이다.

직장인들은 ‘허쉬 트립’ 원해

‘허쉬 트립’을 원하는 직장인들은 늘어나고 있다. RV셰어·웨이크필드 리서치가 1,000명의 미국 직장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6%는 올해 안에 ‘허쉬 트립’을 하기를 ‘매우’ 내지 ‘간절히’ 원한다고 답했다.

근로자들이 이런 ‘허쉬 트립’을 원하는 이유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게 자신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독일 직장인은 미국의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에 겨울철 상사 몰래 아프리카 북서쪽에 있는 카나리아 제도(Canary Islands)에 가서 일했더니 정신적·신체적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생산성도 좋아져 승진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상사가 모르게 여러 방법 동원

아직은 ‘허쉬 트립’을 인정해주는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사에게 ‘허쉬 트립’을 한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허쉬 트립'을 한다는 엘렌이란 여성(27세)은 ‘더피드’와의 인터뷰에서 “화상회의 등을 할 때는 내가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배경 화면을 뿌옇게 처리한다”고 말했다.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시절부터 비영리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집이 있는 빅토리아주에서 버스나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퀸즐랜드나 캔버라로 가서 일하곤 한다.

엘렌처럼 ‘허쉬 트립’을 하려는 직원들을 돕기 위해 틱톡에서는 회사가 설정해 놓은 장소추적 시스템을 우회하거나 ‘지오 블로킹(geo-blocking·지역 별로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된 장소를 피하는 방법들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틱톡에서 한 크리에이터는 “일하는 장소를 들키지 않고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 생활을 할 준비가 됐다면 처음에 다음과 같이 여행 라우터를 설정하는 방법을 따르면 된다”면서 위치가 발각되지 않는 방법을 소개했다. 

자유롭게 원하는 곳서 일하려면 노사 합의 필요

전문가들은 ‘허쉬 트립’처럼 상사 모르게가 아닌 상사에게 알리고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려면 구글처럼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글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work from anywhere)’ 정책을 도입해서 직원들이 1년에 4주 동안 자신이 원하는 장소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경력 코칭회사인 ‘프레임 오브 마인드 코칭(Frame of Mind Coaching)’의 김 아데스 CEO는 ‘포천’에 “결과적으로 우리가 일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상당한 철학적 변화를 겪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는 근로자와 상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해야만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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