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스트레스·퇴사 등 줄고 기업 매출은 늘어나
6명중 1명 “돈 아무리 많이줘도 주5일제 복귀 No”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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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내가 다니는 회사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의 우려대로 장기적으로 회사는 문닫고 직원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더 신나게 더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번창하게 될까?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4일 근무제 실험은 이에 대해 많은 힘트를 주고 있다. 마침 국내에서도 금융기관과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주4일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영국 실험에 대한 관심이 높다. 

21일(현지시간) 더선과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비영리 단체인 ‘포데이위크 글로벌(4-Day Week Global)’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미국 보스턴대학 연구팀과 함께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반년 동안 영국에서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근무제가 근로자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지금까지 실시된 주4일 근무제 실험 중 최대 규모여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근로자 스트레스 줄고, 남성 육아 활동 늘어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약 2,900명의 근로자 가운데 71%는 업무와 관련된 ‘번아웃(신체적·정신적 탈진)’을 훨씬 덜 느꼈다고 말했다. 또 39%는 실험 시작 전과 비교해서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2021년도 하반기와 비교했을 때 근로자들이 병가를 내는 일수는 65%가 줄고, 퇴사하는 직원 수는 57%가 감소하는 등 기업에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일하는 시간이 줄다 보니 남성들은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실험 기간 중 남성들의 육아 시간은 여성들의 육아 시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실험 참여 근로자 중에서 주4일 근무제를 중단하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15%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다시 주5일 근무를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기업 매출은 오히려 소폭이나마 증가 

근무 일수가 줄었지만 실험에 참가한 61개 기업의 매출은 평균 1.4%가 늘었다. 큰 폭의 증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는 근무 일수를 줄였을 때 생길지 모를 매출 감소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본 조사를 담당한 브렌단 버첼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실험 기간 중) 많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는 데 부심했다”면서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오랫동안 하는 회의는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근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업무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한편,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실험 때도 비슷한 결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결과는 지난해 12월 미국, 아일랜드, 호주 등에 소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보다 작은 규모의 실험 결과와도 일치한다.

당시 실험에서도 주4일 근무제 도입이 직원들의 결근과 이직률은 낮추고 기업의 매출과 직원들의 생산성을 올리는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단, 이 3국에서 실시된 실험은 이번 영국 실험보다 참여 기업 수는 약 절반이고, 참여 근로자 수는 3분의 1 정도에 그쳤었다.

버첼 교수와 함께 이번 영국 조사를 담당한 줄리엣 쇼어 보스턴대학 교수는 “개인적으로 기업들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훨씬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닌지 고민했다”면서 “그런데 그게 전혀 아니고, 기업들은 훌륭하게 일을 수행했고, 그 사실에 상당히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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