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자 규모 커지며 실적 위기
제한된 상품으로 수익성 개선 실패
차별화 된 서비스 위해 전략 수정 필수

사진. 캐롯손해보험.
사진. 캐롯손해보험.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보험계의 혁신'이라는 평가와 함께 야심 차게 시작됐던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실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새로 출범한 카카오페이손해보험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디지털 손보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영향력은 물론 '금융 혁신' 측면에서도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손보사가 전통 손보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독자적인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캐롯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등 대부분의 디지털 손보사가 지난해 적자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오히려 적자 규모는 더 커졌다.

디지털 손보사는 총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 90% 이상을 전화, 우편, 컴퓨터 등 비대면 영업을 하는 보험사를 말한다.

한화손해보험의 자회사이자 대표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으로 입지를 넓힌 캐롯손보는 출시 3년 만에 누적 가입 건수 100만건을 돌파했지만 손해율 관리 미흡으로 출범 이후 10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의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보도 지난해 전년(76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1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하나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7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사옥 매각 효과로 207억 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일회성 비용 효과가 사라지면서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카카오페이손보는 현재 온라인 금융 사기와 직거래 사기 피해를 보상하는 '금융안심보험'만 판매하고 있는데 신계약 건수는 10월 2건, 11월 3건 등 총 5건(단체 기준)에 그쳤다.

본격 영업 개시 전이긴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실적도 초라하다. 영업수익 11억원에 영업비용이 182억원으로 영업적자 17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170억원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카카오증권·카카오손해보험 등에 대한 투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영업손실 폭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사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사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상품 한계로 매년 아쉬운 실적 이어져

지난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전통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실제 손보사 빅5(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당기순이익 합은 약 4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하지만 디지털 손보사의 경우 매년 아쉬운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야심 차게 시작한 것에 비해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손보사들의 적자 행진에 대해 상품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디지털 손보사는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해 '미니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데 이러한 미니보험들은 보험료가 저렴하고 가입 기간이 짧아 수익성은 낮다는 단점이 있다.

또 보험료가 낮은 탓에 손해율 관리가 까다롭고 기간이 짧아 자산운용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니보험이 갖는 차별성도 약화됐다. 대형 손보사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삼성화재는 '온오프미니운전자보험', 현대해상은 '아이올모바일스키보험' 등의 미니보험을 출시했다.

사진. 캐롯손해보험.
사진. 캐롯손해보험.

사업모델 확대가 유일한 돌파구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지 않으면 디지털 손보사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기존 전통적인 보험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손보사가 등장했지만 실적은 아쉬운 만큼 디지털 손보사의 전략도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일각에선 디지털 손보사들이 지속 성장하려면 사업모델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장성보험 등 장기보험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 외 디지털 손보사만의 정체성 구축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디지털 손보사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엔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어린이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수익성이 높은 어린이보험과 태아보험을 위주로 상품 개발에 나섰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들은 향후 시장 확대 및 지속 성장을 위해 플랫폼 기반 서비스 연결과 독자적 기술 기반 솔루션 제공 등 사업 모델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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