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주총 앞두고 금융권 사외이사 대규모 교체 전망
‘CEO 거수기’ 논란 제고, ESG 중 거버넌스 개혁 효과도

ESG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ESG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금융당국의 주요 수장들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사회적 책임을 기반에 둔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그동안 금융지주사의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다소 소외받아온 거버넌스(G) 부문의 개혁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소위 CEO 측의 ‘거수기 역할’에 한정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금융지주사 내 사외이사진에 사실상 금융당국이 칼을 겨누면서 사외이사 개편을 통한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또한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개혁성을 높여야 하는 역할은 소홀한 채 사실상 경영진, 특히 회장의 의사에 100% 부합하는 결정만 내려왔다며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 바 있다.

당장, 내달로 예정된 주요 금융지주사의 정기주주총회를 전후로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사 내 사외이사진의 연임여부가 결정된다. 애초 기존의 관행에 따라 연임이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 대규모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언급하고 있는 사외이사진 개편이 결국 친(親)정권 성향의 인물로 채워지는 ‘관치’의 역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주사별로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가 마련돼있다며 이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금융사 지배구조 들여다보는 정부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초 주요 금융지주사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진의 대규모 교체가 예상되면서 이 같은 변화가 금융업계의 ESG경영, 특히 ‘지배구조(G‧Governance)’ 영역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오는 3월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각 사의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10명 중 7명의 임기가 종료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의 칼날이 사외이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금융지주사 내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논란 해소를 위해 사외이사진의 역할론을 강조한 가운데,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지배구조 선진화‘를 언급하며 사외이사 개편 움직임에 불을 댕겼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오는 3월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TF 출범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진에 대한 개편을 실질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거수기 비판‘ 직면한 사외이사

사실 그동안 금융지주사 내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진에 대한 우려는 꽤 오래전부터 지속돼왔다. 사외이사진이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 지배구조 및 경영전략 감시라는 본 역할에서 벗어나 사실상 회장의 친위대 역할에 집중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었다.

최근 몇 년간 사외이사진이 사실상 금융지주사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건 주요 금융지주사의 이사회 안건 통과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데일리임팩트가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의 지난해 상반기 보고서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총 78건으로 이 중 부결된 안건은 ’0건‘이었다. 모든 안건이 금융지주사의 의도에 따라 가결된 셈인데, 특히 이 가운데 반대표가 나온 안건은 불과 1건(신한금융)에 그쳤다.

당시 안건은 신한금융 내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안건이었는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변양호 현 VIG파트너스고문은 이후 신한금융 이사진에서 사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역할이 CEO인사 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3연임 나아가 4연임까지 10년 가까이 특정 CEO 체제가 지속되는 금융지주의 소위 ‘황제경영 체제’가 사실상 사외이사진의 암묵적 동의로 인해 구축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사의 회장직을 수행한 11명의 전‧현직 회장 중 연임에 나서지 않은 회장은 KB금융의 1~3대 회장을 역임한 황영기‧어윤대‧임영록 전 회장이 유일하다. 당시 KB금융의 경우, 정권과 연관된 관치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치룬 바 있다.

특히,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은 무려 4연임에 나서며 9~10년간 회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뿐 아니라 2~3연임에 성공한 회장들 또한 우수한 경영성과를 내며 실적으로서 연임 능력을 평가받기는 했지만 ‘셀프연임’이라는 비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이같은 연임 관행이 사외이사진의 역할과 구성에서 비롯됐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소위 ‘친(親)CEO계’의 인사들의 이사회를 구성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현 경영진과 친분관계를 가진 사외이사들이 다시 CEO의 연임을 지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외이사진과 이사회에 대한 세간의 우려는 알고 있다”면서도 “견제와 감시기능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고, 이사회 안건 가결률이 높지만 이를 거수기로 치부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3월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 내 사외이사진 개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3월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 내 사외이사진 개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지배구조 개선‧다양성 확보’ 촉발할까

그런 까닭에 이번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진을 겨눈 금융당국이 칼날이 오히려 거수기 역할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사외이사 제도의 변화, 나아가 ESG경영에서의 지배구조 개선 부문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ESG 중 환경(E)과 사회(S)를 추진하기 위한 기업활동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좌우된다. 대다수 금융지주사가 회장 직속의 ESG위원회를 운영하는 것 역시 이같은 구조의 연장선상이다.

그런 까닭에 본질적인 ESG경영 추진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즉 ‘G’라는 키워드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사 ESG경영 완성의 마지막 퍼즐로 분류되는 지배구조 혁신이 사외이사진과 제도 개편, 이를 통한 CEO인사의 투명성 담보로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 이슈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현재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진은 대부분 금융, 경제, 학계에 치우쳐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1명 이상 여성 사외이사를 두어야 하는 부분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못한다.

현재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1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다. 법적 요건은 충족한 수준이다.

다만,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내부에서 사내이사 또는 사외이사로 선임가능한 여성 인재를 양성‧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만큼 이번 주총을 전후로 여성 이사의 추가 발탁도 예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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