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도 높은데…인근 시세 대비 고가격에 등돌린 서민들
전문가들 “당분간 분양시장 성패는 가성비에서”

서울시 한강 인근 아파트촌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이미지투데이
서울시 한강 인근 아파트촌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지호 기자] 수요자들이 가성비가 떨어지는 단지를 외면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로 부동산 거래절벽이 지속되면서 공급자보다는 수요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가운데 내 집 마련이 절실하나 자금조달력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 서민층을 중심으로 기본 입지 대비 가성비를 따지는 옥석가르기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미달이 거의 없었던 수도권 단지들이 올해 초 특별공급 청약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공은 일반인들 중에서도 주거안정이 시급하고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신혼부부 및 젊은층, 노부모 부양가족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즉, 특공이 미달된다는 것은 일반청약 경쟁률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포스코건설이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 시공한 ‘더샵 아르테’는 최근 394가구 모집에 83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0.21대 1에 그쳤다.

중흥건설 시공 ‘수원성 중흥S클래스’도 특별공급 295가구 모집에 130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0.50대 1을 기록했다.

최근 10% 할인 분양에 돌입해 화제가 된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 시공 ‘평촌 센텀퍼스트’도 특별공급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627가구 모집에 83명만 지원해 평균 경쟁률 0.13대 1에 그쳤다.

고금리로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특공 수요층은 상대적으로 주변 시세 대비 가격에 민감하다.

실제로 더샵 아르테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는 5억9430만원이다. 그러나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주안동 ‘주안파크자이더플래티넘’의 전용 84㎡의 경우 이달 기준 최저가격 4억7350만원이다. 주안파크자이더플래티넘의 최고 거래가격인 5억3641만원과 비교해도 6000만원가량 비싸다.

수원성 중흥S클래스도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가 7억5900만원인데 비해 인근 인계동 ‘수원센트럴아이파크자이’ 같은 평형대 평균 거래가격은 6억9000만원이다.

평촌 센텀퍼스트도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는 10억7200만원이나, 인근 ‘평촌더샵아이파크’ 같은 평형대는 지난 1월 기준 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주변시세 대비 가성비가 떨어지는 단지가 선택을 못받는 것은 국내 부동산 핫플레이스인 서울도 마찬가지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마저 지난해 다자녀 가구 및 신혼부부 등 일부 특공전형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재개발 단지인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전형 59㎡A 다자녀 가구 대상 특공청약건수가 단 한 건도 없는 굴욕을 맛봤다.

단기간에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주변시세 대비 분양가가 비싸면 청약 지원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대출금 마련은 어느 정도 수월해졌어도 대출금리가 통상 5% 이상 적용돼 이자 상환에 부담이 없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 특공 마저 미달이 잇따르는 상황인 만큼 업계 일각에서 정부가 민간 미분양 매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부정적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특정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선분양 물량이 아니라 준공 후 미분양이 진짜 악성인 만큼 매입임대제도와 연계해 위기대응 기능과 주거복지 강화를 연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시세 대비 가성비를 따지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데일리임팩트에 “금리인상과 경기 위축 우려로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자들은 좋은 입지 대비 가격이 저렴한 곳에 몰리는 즉 가성비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데일리임팩트에 “앞으로 분양시장은 가격이 핵심”이라며 “앞으로 수요자들은 일명 가성비가 좋은 곳에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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