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현대차 등 실적 확대 기업 주주환원책으로 선택
전년도 대비 건수 2배 증가...전체 규모도 매년 증가
주가 저평가 및 지배구조 리스크 탈피요인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실천 차원에서 자사주를 소각해 기업가치를 늘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사주 비중이 낮을수록 인적분할 시 신주 배정 등 자사주 남용에 대한 지배주주 리스크도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실적이 늘어난 기업들이 주주 가치 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KT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3%씩 늘어나면서 14년만에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 늘어난 9조8198억원으로 나타났다.

KB·신한·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 또한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8.99% 늘어난 15조8506억원에 달했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늘어난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할 방법 중 하나로 자사주 소각을 택했다. 공시에 따르면 현대차(3154억원), KB금융(3000억원), 신한금융지주(1500억원), 하나금융지주(1500억원), KT(1000억원) 등이 자사주를 소각한다. 

자사주 소각, 주가 부양효과 커...지난해 건수 및 규모 전년대비 늘어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이익잉여금을 동원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는 것으로 자본금은 줄지 않고, 유통 주식 수만 감소해 실질적인 주가 부양 효과가 큰 주주환원 정책이다.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건수와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 10일까지 3여년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11조원에 달했다.

자사주 소각 공시 건수는 2021년 32건에서 지난해 64건으로 늘었다. 또한 금액 규모는 같은 기간 2조5407억원에서 3조1350억원으로 23%(5943억원)가량 증가했다. 

ESG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주입장에서 배당금을 늘리는 것보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수를 줄이고 주당순이익(EPS)를 올리는 것이 주주환원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라며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가상승을 이끌어 경영진에 우호적인 주주들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보유 비중 낮으면, '자사주 마법' 등 남용 리스크 낮아져 기업가치 높아   

자사주 소각 등에 따라 자사주 보유량이 낮은 기업은 기업가치도 반대 기업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가 많은 기업에 비해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한국 증권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인 ‘자사주 보유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서 “기업가치 측면에서 자사주가 많은 그룹은 자사주 보유가 적은 그룹보다 기업가치가 낮다”고 분석했다.

해당 논문에서는 2004년부터 근 14년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제조회사 1860개사의 발행 주식 총수 대비 자기주식 보유 비중을 분석해 중앙값(2.4%)을 산출하고, 이를 기준으로 보유량이 많은 기업과 보유량이 적은 기업으로 그룹을 나눠 기업가치를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토빈의 Q'(주식시장에서 평가된 기업의 시장가치를 기업의 자산 가치로 나눈 비율)로 측정한 기업가치는 자사주 보유량이 많은 그룹이 적은 그룹보다 약 24%p 낮았다. 또한 시장-장부가비율(주당 장부가격에 대한 시장가격 비율)도 약 43%p 낮았다.

이 같은 결과는 자사주 보유량이 많은 기업이 자사주를 기업의 경영권 방어나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해, 주주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의결권 없는 주식은 주총회 의결정족수 산정 시 제외되기에 자사주 비율이 높을수록 지배주주의 실질적 지배권이 커진다. 일례로 A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이 100주일 때 자사주 40주와 A기업의 지배주주가 3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의결권이 있는 남은 주식은 30주에 불과하기에 순수하게 100주로 의사결정 할 때보다 지배주주의 실질적 의결권의 영향력은 강해지는 셈이다.

또한 자사주 비중이 높을 수록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리는 현상으로, 인적분할 뒤 존속법인(지주회사)의 자사주에 신설법인의 신주를 배정해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힐 가능성이 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신설 법인에 신주 배정하면, 자사주 지분만큼 배정받은 신주는 의결권이 생긴다.

이를 통해 대주주가 보유하게 된 신설법인의 지분을 지주회사가 현물로 받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 대주주에 넘겨주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대주주의 지주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지난 10일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이 방법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시도했으나,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주주환원 효과와 함께 주가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이면서 주가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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