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하락에 손보사 역대 최고 실적 달성
보장 늘리고 한도 높이며 車人 영업 집중
추후 손해율 상승·도덕적해이 대비해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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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지난해 손해보험업계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확대로 인해 낮아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순익 상승으로 이어졌고 어려운 업황 속에서 손보업계만 함박웃음을 지었다.

예년과 같은 실적 유지를 위해 손보사들은 올해도 보장 특약의 범위와 한도를 높이는 등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 영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만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함께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본격화로 차량 운행이 더 늘어나면서 지난해와 같은 실적을 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각에선 운전자보험의 경우 불필요한 변호사 선임, 일부 변호사들의 선임 비용 부풀리기 등 실손보험처럼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손보사 누적 순익은 약 4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실적(3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4조1000억원의 순익은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다.

아직 지난해 4분기 성과가 더해지지 않았지만 연말이 될수록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봤을 땐 손보사들은 연간 최고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운전자보험 손해율 모두 최근 몇 년간의 수치 중 가장 낮게 책정됐다"며 "보험료 지출이 없었던 손해보험사의 경우 고스란히 수익으로 직결됐다"고 설명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운 업황에서 손보사가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자동차·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동차 운행도 크게 줄면서 지난해 11개 일반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6%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0%를 넘으면 손보사가 손해를 본 것으로 본다. 적정 손해율은 77~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 몇 년간 손보사 순익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따라 움직였다. 손해율이 92.9%까지 치솟았던 2019년 손보사 총순익은 1조5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2014~2021년 중 최저 순익이다.

자동차보험과 별개로 판매하는 운전자보험도 손해율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운전자보험 손해율은 56.1%를 기록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적정 수준 손해율보다 23.9%포인트 낮은 수치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손해보험산업의 순익 규모와 자동차보험 손해율 간에는 뚜렷한 역관계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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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人보험 인기에 상품 다각화 전략 속도

손보사 순익이 자동차보험 성과에 따라 갈리면서 손보사들은 그동안 집중해왔던 장기보험 대신 자동차보험 상품 다각화 전략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일부 손보사의 최고 경영자(CEO)들은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메리츠화재의 경우 장기보험 중심의 영업에서 자동차보험으로 눈을 돌리면서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자동차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던 DB손해보험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면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이어갔다.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자 손보사들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나서기도 했다.

자동차보험과 더불어 운전자보험 시장도 최근 떠오르는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운전자보험 시장은 연간 약 900억원(초회 보험료 기준)으로 추정되는데 전문가들은 운전자보험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손보사들은 그간 소홀했던 운전자보험을 강화하며 고객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DB손해보험이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을 탑재한 운전자보험을 내놓자 월 신규 가입자가 70% 이상 증가했고 이를 본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도 '변호사선임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는 특약을 탑재한 상품을 내놨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에 맞춰 변호사선임비 특약을 지난 1일 개정해 판매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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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율 상승에 실적 방어 주력

다만 전문가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오름세로 전환됐으며 최근 실내 마스크가 해제되는 등 일상으로의 복귀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손해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11개 손보사의 지난해 6월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2.2%였지만 9월은 94.4%, 11월에는 94.7%, 12월에는 113.7%로 급등했다.

문제는 이러한 손해율 상승이 실적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손보사들은 자동차 운행 트렌드 변화 등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비에 나서는 추세다.

손보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큰 폭으로 뛰진 않을 것"이라며 "과잉진료·과잉수리 관행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면서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전자보험 가입자가 빠르게 늘면서 불필요한 변호사 선임, 일부 변호사들의 선임 비용 부풀리기 등 도덕적해이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도덕적해이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고 관련 보험료 인상까지 배제할 수 없다"며 "선량한 피해자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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