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방향, 당국 간 엇박자 잦아
금융업계 “정책의 일관성‧방향성 필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 대통령실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 대통령실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융시장을 향한 당국의 정책 시그널이 일관되지 않아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사회 역할과 배당 등의 개별 기업 경영은 물론 공매도 등 정책 이슈에 이르기까지 당국의 입장이 번복되거나 정책당국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엇박자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과 관련된 대통령 주요 공약 사항이 1년이 넘도록 진행되지 않거나 추진 과정에서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당국의 행보가 현 정부 들어 강화되고 있는 ‘관치’와 맞물려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책 방향을 감안하여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개별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 집권 2년차인 지금도 금융시장의 주요 현안에 대한 당국의 대응과 발언이 서로 충돌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고 있어 시장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공동취재사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공동취재사진

금감원 꼬인 스텝에 업계는 ‘전전긍긍’

이슈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대 금감원장 중 첫 검찰 출신인 이 원장은 현안에 대한 거침없이 발언과 적극적인 정책 행보로 금융시장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이 원장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금감원 내부에서 강한 신뢰를 획득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시장에서는 부적절한 정책 발언으로 혼선을 초래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경쟁 자제를 요구한 직후, 이 원장은 “예외적 상황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뒤 이 원장은 다른 자리에서 “예대금리차 축소를 위해 은행권이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 속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감독원장의 '금리 발언'을 놓고 시장에서는 해석이 구구하다.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감독당국이 지적하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 예금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당국의 엇갈린 목소리가 반가울 수만은 없다.

지난달 말 청와대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현장. 사진. 대통령실.
지난달 말 청와대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현장. 사진. 대통령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각된 금융사의 충당급 관련 이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취임 초 이 원장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금융사의 신용 손실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금융사의 자율성 보장’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금융사의 배당에 대한 발언도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중순, 가상자산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이 원장은 “금리인상으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 만큼, 은행권은 발생한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6일 금감원 업무보고회의에서는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는데, 이럴 경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는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배당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주주환원 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금융지주사의 실적발표와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오락가락하는 금융당국

엇갈린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의 대선 공약과 실제 추진되는 정책과의 괴리, 그리고 금융당국의 두 축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충돌 역시 업계의 혼선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금융산업의 본질적 경쟁력 강화’를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경영 자율성을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은행의 공공재 역할’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또 전 정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 인사 과정에서 관치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탄력점포)를 방문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탄력점포)를 방문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위와 금감원의 충돌도 잦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과정의 위법성 여부를 놓고 ‘위법이다(금감원)’,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금융위)’로 의견이 갈린 바 있다.

최근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증권시장의 화두 중 하나인 공매도와 관련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 “지켜보고 있다”며 사실상 결정을 유보한 반면, 이 원장은 “공매도 감독을 강화하고, 필요시 공매도 금지도 고려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엇갈린 시그널에 대해 금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일관성에서 벗어난 정책의 흐름이 또다른 불안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비교적 원팀 체제를 잘 유지했던 과거 '고승범-정은보' 투톱 때에는 정책 대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라며 “현 정권의 정책기조에 부합하는 일관된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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