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비층 잡으려 PLCC 속속 출시
'똑똑한 소비' 원하는 MZ세대에 인기
수백만개 카드 버려지며 ESG 경영 무색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잠시 주춤했던 카드사의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경쟁이 MZ세대 공략을 목적으로 불 붙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PLCC경쟁이 자칫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달 비용 증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하락한 상황에서 PLCC 활성화가 수익성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 못지 않게 ESG 경영, 특히 '환경(E)'요소'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특히, PLCC 신규 발급의 여파로 사용이 중단된 수백만개의 기존 카드가 매년 무분별하게 버려질 수밖에 없지만 이에 따른 환경 오염 우려를 상쇄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업계의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LCC 카드는 2015년 현대카드-이마트간 제휴로 첫선을 보인 뒤 2020년 21종, 2021년 54종, 지난해는 상반기 동안 110종이 출시됐다. 카드발급수 역시 2021년 8월 기준 435만장이던 PLCC 카드는 지난해 7월 621만장까지 급증했다.

PLCC 카드는 카드사가 특정 제휴사에 해당하는 집중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를 의미한다. 1개 카드사와 1개의 제휴사가 단독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형태로 여러 제휴사와 적립 및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카드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 롯데카드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와 PLCC 상품인 '로카 모빌리티 반띵 카드'를 출시했다. 해당 카드는 대중교통과 생활 가맹점에서 50% 할인 혜택을 제공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고객의 교통비 부담을 낮추고자 교통에 특화된 PLCC 상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위해 NH농협카드는 NH투자증권과 업계 첫 증권사 PLCC인 '나무NH농협카드'를 선보였다. 해당 카드는 결제금액의 최대 8%를 고객이 지정하는 투자 계좌에 매월 현금으로 지급해준다.

PLCC 업계 선두인 현대카드도 미래에셋증권과 손잡고 올해 1분기 내 PLCC 카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카드도 이디야커피 전용 PLCC를 선보인 데 이어 10일과 12일에 각각 원더카드와 카카오뱅크 하나카드를 론칭하는 등 PLCC카드 출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이디야커피 하나카드는 매월 5000원 상당의 이디야 멤버스 무료 음료 쿠폰을 주면서 MZ세대들에게 '혜자 카드'로 각광받고 있다.

롯데카드의 '로카 모빌리티 반띵 카드'. 사진. 롯데카드.
롯데카드의 '로카 모빌리티 반띵 카드'. 사진. 롯데카드.

꾸준히 찾는 MZ세대로 인해 적극 출시

카드업계가 PLCC 출시에 적극적인 건 MZ세대의 선택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자신의 원하는 혜택만 받고 싶어 하는 MZ세대에게 PLCC카드는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카드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PLCC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공유하고 똑똑한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 선택권이 넓어지고 혜택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만족스럽다는 의견도 많다.

PLCC 카드가 막 시작된 2015년엔 이베이, 코스트코, 11번가와 같은 유통업체 관련 카드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대한항공, 스타벅스, 토스와 같이 업종도 다양해지면서 본인이 원하는 혜택을 골라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역시 특정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몰리기 때문에 PLCC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실제 현대카드는 강점인 PLCC 효과로 카드사 점유율에서 4년 만에 3위에 올랐다.

또 제휴사와 함께 마케팅을 펼치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기 때문에 카드사는 마케팅 비용을 절반으로 낮추는 장점도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PLCC 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선 굉장히 효과적인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의 ESG 특화 카드 '그린 웨이브'. 사진. KB국민카드.
KB국민카드의 ESG 특화 카드 '그린 웨이브'. 사진. KB국민카드.

ESG 경영 외치며 환경 오염 방치

다만 전문가들은 ESG 관점에서 PLCC를 바라보면 카드사가 제시했던 경영 방향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카드사들은 매년 전담 부서까지 신설하며 ESG 경영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PLCC로 인해 매년 수백만개의 카드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면서 정작 환경 오염은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의 지난해 상반기 휴면카드는 1458만매로 매년 2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PLCC 카드 역시 혜택 소비 시기가 점차 짧아지면서 버려지는 카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렇게 버려지는 카드들은 플라스틱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을 찾긴 어려운 실정이다.

또 PLCC 마케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카드사들은 정작 ESG 관련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PLCC 관련 점유율에선 1등을 차지했지만 ESG 경영 관심도는 업계 꼴찌를 기록했다.

일부 카드사는 재활용 플라스틱, 나무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신용카드 상품을 출시하곤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해 폐기 카드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아직 실물 카드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카드 발급 자체를 줄일 수는 없다"며 "결국 친환경 카드를 만드는 것이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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