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ESG 성과 따라 대출금리 낮추는 SLL기준 연내 도입
기존 ESG대출에 기준 추가...대한상의 SLL전산화가 관건
"탄소중립·ESG평가에 긍정적..전체 은행권 확산 가능성"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사진.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사진. KB국민은행.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대출상품에 지속가능연계대출(SLL) 기준을 도입한다. 

SLL기준이 추가되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수준은 낮지만 자금조달이 급한 중소기업도 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SLL대출은 은행의 탄소중립점수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이 시작하면 다른 시중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3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안에 SLL기준을 ESG대출상품인 'KB 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에 추가하기로 하고, 현재 대한상공회의소(상의)에서 구축 중인 'SLL전산시스템' 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상의의 전산시스템 개발이 끝나는대로 SLL이 도입되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준비 중인 SLL기준은 돈을 빌려간 기업이 ESG 경영성과를 충족하면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것이다. 거래 중소기업이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배출량, 장애인 고용 등 ESG목표를 달성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 

금융과 기업이 ESG경영에 협력하는 개념인 SLL은 이미 유럽 등에서 폭넓게 도입된 금융기법이다.  국제금융공사(IFC)에 따르면, 전 세계 SLL 규모는 지난 2021년 3660억 달러로 2020년(1330억 달러) 대비 181% 증가하는 등 ESG경영이 부상하면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SLL은 별도 상품으로 출시되지만, 국민은행은 시행 첫해인만큼 기존 ESG대출상품(KB 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에 SLL기준을 추가해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별도 상품으로 할 경우 기존 유사 대출상품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중소기업들이 SLL기준으로 대출을 신청해 성과를 높일 경우 현 상품(최대 0.4%)보다 더 좋은 우대금리 조건을 부여하는 등 SLL을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SLL은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입증됐다. 국민은행에 앞서 지난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도입해 성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ESG경영 성공지원 대출'이란 SLL상품을 지난해 2월 2000억원 목표로 출시했는데 신청기업이 늘어 8개월 뒤인 10월에 대출목표를 5000억원으로 늘렸다. 현재 359개 중소기업이 기업은행의 SLL대출을 이용하고 있으며 규모는 1868억원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연계대출 프로세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성 연계대출 프로세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SLL 도입을 검토해 왔는데 비용 문제 등으로 도입 시기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이 ESG목표를 달성하면, 대출금리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대출상품보다 이자수익이 줄어든다. 또 SLL상품을 운용하려면 거래 중인 중소기업의 ESG목표에 대한 평가가 필요해 ESG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시간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관련 절차를 전산화하거나 아웃소싱하는 등 상품운용에 수반되는 비용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SLL대출을 운용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은 상의와 지속가능발전소(ESG평가정보) 등과 협업해 ESG경영평가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상의와 협업해 SLL시스템 전산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대출 결정 및 운용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전산시스템으로 완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LL 도입하면 은행의 ESG 평가에도 큰 도움  

ESG 업계에서는 SLL기준을 도입하면 국민은행의 ESG평가점수가 높아지게 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SLL대출이 늘어날 경우 환경부문 지표(탄소중립 달성 등)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거래 중소기업이 SLL목표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으로 설정해 이를 달성하면 은행의 금융배출량(포트폴리오 내 투자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 들기 때문이다. 금융배출량은 은행권 온실가스 배출량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SG평가에서는 SLL 도입 은행을 글로벌 ESG 공시에서 요구하는 금융배출량 공개에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현재 유럽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의 지속가능성 공시초안에는 은행의 금융배출량이라 불리는 스코프3(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가 포함돼 있다. 

ESG평가와 데이터 분석기관인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권의 SLL도입은 글로벌 ESG 공시에서 요구하고 있는 금융배출량 관리 방법 중 하나"라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볼 수 있어 ESG 평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SG 투자업계 관계자는 "SLL은 ESG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이 스스로 노력하여 ESG점수를 높여갈 동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이 레벨업되는 기회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라며 "은행의 경영평가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관련 시스템이 구축되면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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