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진행’ 전세사기 불가능해져
‘시세부풀리기’ 처벌도 강화키로
전문가들 긍정적 평가 “임차인 정보 교섭력 더 높여야”

서울시 강서구 한 아파트촌 전경. 본문과 관련 없는 단지. 사진.안광석 기자 DB
서울시 강서구 한 아파트촌 전경. 본문과 관련 없는 단지. 사진.안광석 기자 DB

[데일리임팩트 안광석 기자] 오는 5월부터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금이 주택 가격의 90% 이하에 해당돼야 전세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들은 2일 이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무자본 갭투자 근절 및 악성 임대인 퇴출 등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대상 전세가율이 100%에서 90%로 하향된다.

전세가율을 90%로 낮춘다면 3억원짜리 집에 3억원 전세를 들이는 동시진행 수법으로 여러 빌라를 매집하는 전세사기꾼이 활개치기 어렵게 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 소유 주택들의 전세가율은 평균 98%다. 전세가율 90% 기준을 적용한다면 김씨 소유 주택 대부분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전세가율 90% 기준은 신규계약의 경우 올해 5월 1일부터 적용된다. 보증보험에 이미 가입해 보증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오는 12월 말까지는 100%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보증보험 상품 가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정부 출자를 통해 HUG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배수를 높일 계획이다.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보증 발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는 54.4배까지 올라왔다.

또 보증료 할인 대상을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할인 폭은 50%에서 60%로 확대한다. 보증보험 가입 심사 때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감정평가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전세가율 산정 때 감정가를 가장 먼저 적용한다는 점을 악용해 임대인과 짜고 시세를 부풀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일부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가 조직적인 전세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직무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자격이 취소된다. 앞으로는 집행유예를 받아도 취소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또한 앞으로 중개사들은 임대인의 세금 및 이자 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전입세대 열람을 할 수 있게 된다. 전세가율과 전세보증 상품에 대해선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조직적 전세사기나 임대인의 악의적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 리스크를 다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수석위원도 “제시된 내용들은 모두 긍정적”이라며 “이번의 대책을 먼저 시행한 뒤 제도 운영 과정에서 제기되는 내용들을 추가보완하는 게 좋다”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보완책도 제시됐다.

함 랩장은 “비아파트 전세 시세와 주택 전세가율, 전세보증금반환사고 지역 통계 외에도 임차인의 정보 교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역전세 및 임차권등기명령 지역 등에 대한 추가적 정보 제공과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며 “공인중개사의 주택 임대차 범용 계약서 강화나 특약 내용 추가 확대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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