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영업점 3000곳 못미쳐
1년 새 8% 가량 감소, 감소세도 갈수록 ‘가팔라져’
혁신점포로 빈틈 메운다지만…접근성 제고에는 물음표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수익 증가로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의 연간 실적이 또 한 번 역대급 기록을 경신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정작 금융소비자를 위한 접근성 제고 노력에는 날이 갈수록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비대면‧디지털 금융이라는 금융권 화두에 치우친 나머지 은행과 소비자의 전통적 접점인 영업점포의 감소세는 몇 년 새 두드러지게 확산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작된 시중은행 영업점 운영시간 단축 역시 최근 정상화됐지만, 사회적거리두기 완화로 이미 상당수 산업계의 업무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권 내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강화를 위해서라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려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와 비대면‧디지털 금융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수년간 지속돼온 영업점‧인력 감축 속도가 지난해에도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이처럼 브레이크 없는 영업점 감축에 제동을 걸어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와 금융당국 차원의 소위 ‘속도 조절’ 개입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실제 영업점 감소 속도를 줄이는 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자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확산하는 비대면‧모바일 추세

앞서 언급했듯 국내 은행권의 영업점 감소는 최근 몇 년 새 발생한 단편적 흐름을 넘어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고객과 은행업계의 전통적 접점인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금융업무의 상당수가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플랫폼으로 넘어가면서 은행들 역시 비대면 플랫폼에서의 금융서비스 편의성 제고를 위한 노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금융소비자 가운데 신규 금융기관에 가입한 소비자 10명 중 7명은 모바일(76.2%) 채널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2.2%에 그친 영업점보다 6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인터넷뱅킹‧홈페이지(6.9%) 가입비중까지 합산하면 사실상 10명 중 8명 이상은 비대면 채널을 통한 가입을 더욱 선호한 셈이다.

또 시중은행을 이용 중인 금융소비자들은 실제 금융업무 시 지점보다는 뱅킹앱과 같은 비대면 채널을 더욱 선호한 것으로도 집계됐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10명 중 8명은 뱅킹앱을 최소 주 1회 이상은 사용(82.1%)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점 이용자 비중(37.9%) 대비 2.2배 이상 큰 수치다.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뿐 아니라 ATM, 인터넷‧홈페이지 등 비대면 채널 활용 비중이 지점보다 높았다”라며 “특히 이같은 비대면 선호 현상은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 등 금융업권과 무관하게 동일한 추이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감소하는 ‘소비자 접점’

은행업계는 표면적으로 이러한 ‘비대면 채널 이용 증가’ 추세를 근거로 영업점 감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감소 폭과 속도 역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영업점 수는 2891곳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이 854곳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725곳), 우리은행(714곳), 하나은행(598곳)이 뒤를 이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 2021년 9월,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개수가 3145곳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사이 254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영업점 감축 추세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9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수는 3406곳으로 전년 동월(3544곳) 대비 약 3.9%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감소 폭은 8.1%로 불과 2년 새, 약 2.1배가량 확대됐다.

이같은 은행 영업점포의 감소추세는 국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시중은행 전체 영업점수는 5858곳으로 전년 동기(6197개) 대비 339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의 경우 점포수는 비교적 감소세가 옅은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1119곳의 영업점을 운영하며 전년 동기 대비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수협은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9월 기준 125개의 영업점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곳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현금 인출이 가능한 ATM의 감소도 눈에 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ATM기는 1만7554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1만9044)대비 7.8%(1490개) 감소한 수치다. ATM은 영업점과 더불어 대표적인 금융소비자와의 오프라인 접점으로 분류된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영업점 축소는 비대면‧디지털 금융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며 “영업점포 감소에 따른 금융사각지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영업점 통폐합과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점포 개점도 지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소재 편의점 혁신점포 내부. 사진. 신한은행.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소재 편의점 혁신점포 내부. 사진. 신한은행.

무분별한 감소는 막아야

현재 은행업계에서는 이러한 영업점 감소에 따른 접점의 공백을 혁신점포, 공동점포, 무인점포, 디지털점포 등 새로운 형태의 점포로 메운다는 계획이다. 앞서 언급했던 은행권 내 비대면 활성화에 인력감축 등 조직 슬림화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점포 감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이 공식 집계한 지난해 9월 말 기준 임직원 수는 총 5만7472명으로 전년 동월(5만8560명) 대비 1088명 감소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이어진 희망퇴직 접수에 약 3000여명이 신청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은행권 내 인력 감소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에서는 각종 혁신 점포를 선보이며 주도권 잡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은 금융과 통신 융합의 일환으로 KT플라자 서안양점, 의정부점 두 곳에 ‘신한은행 KT 혁신점포’를 선보였다.

‘신한은행 KT 혁신점포’는 KT플라자내에 신한은행 디지털 데스크를 설치해 고객들이 직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대출 △예적금 △전자금융 △부수업무 등의 금융상담 및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특히, 경쟁 관계인 은행 간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점포 개점 또한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용인시 수지고 신봉동 공동점포에 있어 최근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 두 번째 공동자동화 지점을 개점했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또한 경상북도 영주, 경기도 양주에 공동점포를 개점, 운영 중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같은 금융업계의 움직임에도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상당수 혁신점포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시범운영 단계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실제 접근성에 제약받는 도서·산간을 포함한 지방 고객들이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같은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약화는 그간 은행권의 강조해온 ESG경영, 이 중에서도 소비자 권익 증진을 포함한 소비자보호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금융을 위한 사회적 기여'를 ESG경영의 핵심 요소로 강조해온 상황에서, 이 같은 무리한 점포축소 기조가 자칫 금융소비자를 위한 '접근성 향상' 노력을 은행 스스로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 점포 폐쇄 전 진행되는 사전영향평가의 실효성을 높여 무분별한 폐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밖에 금융 접근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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