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집단 중시 약속하던 기업들, 감원 나서며 담당 부서 인력도 축소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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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미국 테크 업계에 불고 있는 감원 바람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일자리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로 인해 DEI를 중시하며 소수 집단을 포용하는 인사정책을 쓰겠다는 기업들의 약속이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편견 없는 일자리 광고 제작을 지원하는 기업 텍스티오(Textio)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테크 기업들의 DEI 채용 건수는 법무나 일반 인사관리 채용 건수보다 훨씬 더 많은 19%가 감소했다. 이는 각각 24%와 27%씩 급감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데이터 과학 분야 채용 건수 다음으로 높은 감소율이다.

블룸버그 취재 결과, 트위터의 경우는 30명이던 DEI 팀원 수가 2명으로 급감하는 등 최근 몇 주 사이 아마존, 메타, 트위터 및 부동산 회사 레드핀에서 DEI 전문가들이 실직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아마존 대변인은 자사의 DEI 중시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고, 레드핀 대변인은 “2021년부터 DEI 팀에 투자해 왔고, 최근 감원에도 불구하고 DEI 팀은 2022년 초에 비하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메타의 대변인은 취재를 거부했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 이후 기업들 DEI 정책 강화

DEI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Enviroment, Society, Governance) 중 사회(S)의 핵심 달성 목표다. 국내에서는 아직 ESG가 E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장 중이지만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S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DEI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DEI 정책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20년 미국에서 흑인 소년을 죽인 백인 방범요원이 이듬해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나면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란 흑인 운동이 시작된 이후로 본격화됐다. 미국 기업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조직 내 젠더와 인종적 다양성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것. 기업들이 최초로 최고다양성·포용 책임자(Chief Diversity and Inclusion Officer) 채용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테크 기업 감원 바람에 DEI 일자리도 타격

하지만 경기둔화로 인한 실적 부진 우려 속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테크 기업들의 감원 바람 속에서 DEI 일자리도 예외가 되지 못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머스(Challenger, Gray & Christmas)는 지난해 미국 테크 기업들이 9만 7,171개의 일자리를 줄인 것으로 집계했다. 

올해도 테크 기업들의 감원이 계속되고 있어 DEI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1월에만 해도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IBM 등이 총 4만 4,000개 가까운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경영진들 DEI가 주는 혜택 잘 몰라

한편 최근 DEI 일자리가 줄어든 원인을 일정 부분 설명해줄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트너가 지난해 9월부터 10월 사이 DEI 팀장 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이 넘는 51%는 그들이 이겨내야 할 가장 큰 도전으로 많은 기업 경영진이 DEI가 주는 혜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대해 컨설팅 회사인 리붓 글로벌(Reboot Global)의 설립자인 셰릴 밀러는 “DEI 이니셔티브의 효율성과 이에 대한 거부감을 둘러싼 의문들이 경영진이 DEI에서 가치를 찾는 데 애를 먹는 어려운 경영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서 “DEI 팀은 경영진과 함께 DEI 이니셔티브가 진정 포용적이고, 기업의 참여·웰빙·승진·보상 형평선 등에 평가 가능한 효과를 미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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