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특성상 노동 강도 높고 감정적 소모 심해…인력난 심화
운영 효율성 향상·품질 제고에 도움…다양한 로봇 도입 활발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 매장에 도입된 서빙로봇. 사진. 브이디컴퍼니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 매장에 도입된 서빙로봇. 사진. 브이디컴퍼니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서울 퇴계로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유미씨는 최근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무인카페에서 커피를 제조하는 로봇을 발견한 것.

이씨는 데일리임팩트에 "평소 지나치기만 해서 몰랐는데 사람 대신 로봇이 커피를 제조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며 "고깃집에서 쟁반을 나르는 서빙로봇보다 진화한 느낌이랄까, 머지 않아 사람을 대체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가 로봇에 꽂혔다. 서빙부터 조리까지 다방면에 본격적으로 로봇을 활용하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외식업을 중심으로 로봇을 도입하는 추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는 현재 13개 매장에서 서빙로봇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21년 12월 최초로 도입된 서빙로봇은 테이블에서 수거한 빈 접시를 주방으로 나른다. 국수를 제조해주는 누들 셰프봇도 운영하고 있다. 그릇에 재료를 담아 받침대에 올린 후 화면에서 쌀국수와 우동 중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사람 팔 모양의 셰프봇이 조리해준다.

프랜차이즈에서도 로봇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교촌에프앤비는 협동 조리 로봇을 도입했다. 치킨을 튀기고 기름을 털어내는 공정이 로봇의 손으로 이뤄진다. 서울과 경기 일부 매장에선 상용화를 목적으로 로봇 자동화 시스템까지 도입됐다.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 로봇도 늘어나는 추세다. 커피에반하다의 경우, 24시 무인카페로 운영되는 스마트카페 매장이 증가 중이다. 2021년 4월 처음 운영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 12월 141개점을 돌파했다. 스마트카페에서논 로봇이 음료 제조를 담당한다. 

외식업계에서 로봇은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된다. 매장에서 로봇을 본 소비자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서빙로봇을 도입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실제 로봇을 가까이에서 볼 일이 적지 않나"면서 "영화에서처럼 고도화되지 않았더라도 그 자체로 재밌게 맞아들이는 것 같다. 특히 가족 동반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무인까페에서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 로봇. 사진. 커피에 반하다.
무인까페에서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 로봇. 사진. 커피에 반하다.

다만 외식업계가 로봇 도입을 서두르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인력난이다. 

외식업계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 높은 노동 강도와 함께 휴일 근무 등 근로 조건이 타 업종에 비해 열악해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때문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인력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장기 근속에 따른 포상 기준에 기존 경력을 반영해주고, 근무 시간도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줬다. 이런 우대도 아웃백스테이크처럼 대기업이라는 뒷배가 있을 때나 가능하다. 

소규모 매장이 많은 외식업계에서는 인력 이탈을 막는 게 만만치 않다. 고객과 얼굴을 맞대지 않고선 업무가 불가능하지만, 종종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항의하는 고객들을 달래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또다른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몸은 고되고 감정적으로 소모가 심한 업종이라 최근에 특히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로봇은 복잡한 상황에서도 단순하고 명쾌하게 대응할 수 있다. 대안으로 로봇에 눈을 돌린 이유"라고 짚었다. 

현재 로봇은 기존 운영인력을 보완하는 성격이 짙다. 그럼에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신입 직원의 교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데다 조리, 서빙처럼 단순 업무를 로봇이 대신함에 따라 인력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서다.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어들게 된다. 또 균일한 품질과 일정한 조리 속도를 유지할 수 있고, 매장에 특화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업계에서는 로봇 도입이 활성화될 기반이 조성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비대면 주문 결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매장관리 관리 솔루션을 활용하는 매장이 늘어서다.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로봇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애슐리퀸즈, 명동교자, 쿠우쿠우, 명륜진사갈비 등 국내 프랜차이즈 매장 2000곳에서 서빙로봇 3000여대를 도입했다. 

해당 매장에 로봇을 공급한 스타트업 브이디컴퍼니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설 연휴 때 매장에서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해지 못해 영업을 하고 싶어도 문을 닫은 사장님들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며 "최근 인건비도 오르고 구인난도 심각한 상황이라 외식업계에서 서빙 로봇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