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투자자들의 지나친 증시 낙관론에 일침
월가 약세론자 제레미 그랜섬, S&P500 반토막 가능성 경고
주요 지수들, 기술적 저항선에 도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지난해 10월 저점을 찍은 이후 미국 증시가 급등하자 증시의 상승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증시의 급격한 랠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업 실적 부진, 인플레이션,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스탠스 유지 가능성 등 증시에 부정적 재료로 작용할 수 있는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데도 시장이 지나치게 먼저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을 수 있다는 데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이다.

S&P500, 반토막 가능성 경고도

미국 증시가 반토막이 나는 ‘잔인한 하락(brutal decline)’이 일어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경고마저 제기됐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거품이 터질 가능성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는 BMO의 공동 설립자이자 월가의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제레미 그랜섬은 24일(현지시간) 지난해 증시가 많이 하락했지만 증시에 낀 거품이 완전히 터진 게 아니라 투자자들은 연초 증시 랠리를 보고 지나치게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S&P500이 연중 3,000p 부근까지 하락하는 등 지금보다 크게 내려간 상태로 거래되다가 연말 3,200p 부근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수준에서 근 17%, 올해 연간으로 치면 20% 하락한 수준이다. S&P500은 이날 0.07% 내린 4,016.95p로 거래를 마쳤다.

그는 “문제의 범위가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수준보다 클 정도로 평소보다 커졌다”면서 “잘될 수 있는 일들보다 잘못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으며, 기본적으로 전 세계 기준으로 시스템이 완전히 잘못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S&P500이 2,000p 부근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며 “그럴 경우 잔인한 하락이 전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P500이 2,000p까지 하락한다면 이는 이날 종가 기준 반토막이 난다는 의미다.

그랜섬은 1929년, 1972년, 2000년도에 ‘투자자의 신뢰가 무너진’ 과거의 이례적인 상황이 재연되면서 증시가 추가로 고통받는 과정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몇 차례의 눈에 띄는 베어마켓 랠리가 펼쳐진 후 우리는 훨씬 더 신뢰하기 힘들면서 복잡해진 최종 단계로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美 증시 상승 피로도 올라가..기술적으로도 중요한 레벨 도달

그의 이러한 섬뜩한 경고는 최근 몇 달 동안의 강력한 랠리 이후 일부 매수자들 사이에서 상승 피로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실제로 실적 시즌이 시작된 이후 나온 기업 실적이나 최근 나온 경제지표들이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이 이제 증시 같은 위험 자산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주요 지수가 기술적으로도 중요한 지점에 도달했다는 점도 적극적인 매수를 가로막고 있다.

나스닥100은 최근 랠리로 인해 2021년 사상 최고치와 지난해 9월 저점 사이의 23.6% 피보나치 되돌림 레벨 바로 아래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이 레벨은 뚫릴 때마다 랠리 강도가 약해지는 ‘저항선’ 역할을 해왔다. 레벨 돌파에 성공하더라도 근 1년 동안 뚫지 못했던 200일 이동평균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 분석이다.

S&P500도 기술 분석가들이 향후 지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레벨인 4,000p을 돌파하면서 더 이상 저렴해 보이지 않게 됐다. 당분간 기업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S&P500이 역사적 레벨과 비교해서 오히려 비싸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자산운용사를 운용 중인 데이비드 반센은 S&P500이 지난해 10월 12일 바닥을 친 게 사실이라면 역대 밸류에이션상 가장 높은 수준에서 친 바닥 중 하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S&P500의 주가순익비율(PER)이 17배 정도였는데, 과거 베어마켓 바닥 때의 PER는 그보다 훨씬 더 낮았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쉽게 돈을 버는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변동성이 확대되고, 당분간 현금과 우량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재 4분기 실적 발표가 한창인 가운데 S&P500 기업들 중 72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들 중 65%의 실적만이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이는 장기 평균인 66%에 살짝 못 미치는 결과다.

지나친 낙관에 경계 목소리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연준의 피봇(pivot)과 연착륙 가능성 및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나친 낙관에 일침을 가하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퍼스트아메리칸트러스의 제레미 브라크만 최고투자책임자는 “사람들이 연준의 긴축정책이 끝날 것이란 기대를 선반영해서 지금 수준에서 ‘바닥’과 새로운 불마켓 랠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은 다소 섣부른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전략가들 역시 “현재 증시에 경기침체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경고했고,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도 “덜 매파적인 연준과 중국의 리오프닝 및 달러 약세로 인한 낙관론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블랙록 투자연구소의 전략가들도 “중국의 리오프닝, 에너지 가격 하락, 인플레 둔화로 시장이 올해 급하게 오르면서 경제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급락, 금리 인하 기대감을 촉발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시장이 부정적인 의외의 소식에 취약하고, 경기침체에 대비가 안 됐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월 31일부터 2월 1일 사이 열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현재 25bp 금리 인상만을 반영해 놓고 있다. 최근 연준 위원들이 잇달아 최종 금리가 5%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연준이 연말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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