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ESG경영의 증빙, 논란 속 공식 발진

중. 2023년, 새 국제 기준 적용의 원년

하. 의미 큰 보고서, 힘 받는 제3자 검증

[이종재 데일리임팩트 고문 겸 PSR 대표] #1 미국 조지아주 의회와 정부는 지난해 선거법을 개정했다. 부재자 투표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공화당이 주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흑인과 저소득층의 투표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법이라며 반발했고 코카콜라와 델타항공이 인권을 이유로 선거법 개정 반대의견에 합류했다.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이들 기업에 공화당은 코카콜라 불매운동을 벌였고 델타항공에 대한 감세제도를 철회했다.

#2 자산운용사 스트라이브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목표로 지난해 설립됐다. 스트라이브의 대표 Ramaswamy는 ‘워크 주식회사(Woke Inc)’의 저자로 “기업이 정치 사회적 문제에 연루되지 않고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에만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동주의 펀드 ‘엔진 넘버원’이 환경 사회관련 이슈에 민감한 투자정책을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 에너지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 일부 주에서는 주 정부에 매겨진 ESG 등급에 반기를 들고 있다. 아이다호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캔터키주, 텍사스주 등이 주축이며 석유·가스· 석탄회사와 거래를 제한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사업면허 취소’까지 법제화했다. 금융권의 환경과 사회에 대한 선별투자 지속가능금융 등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위 세가지 사례는 미국 경영계에 일고 있는 ‘워크(woke, 깨어있는)논쟁’이다. ‘워크 자본주의’와 ‘안티 워크 운동'의 대립이다. 워크 자본주의는 사회적 관심을 경영에 반영하는 ESG경영이고, 안티 워크운동은 반 ESG운동으로 설명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대세 ESG경영이 정치권과 일부 투자기관의 거센 반발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ESG를 주도해온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안티워크 운동에 대한 반박사이트를 운용하기 시작했고, 주요 연구기관들은 워크 논쟁의 가열로 예상되는 손실에 대한 연구물을 내놓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2280억 달러 연기금에 ESG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는 안티 ESG 금융기관 목록에 블랙록을 포함시켜 주정부의 재무자금을 빼냈다.

논쟁에 따른 손실을 발표한 연구물을 놓고 안티 워크측은 과장된 수치이고 ESG기업의 돈이 투입된 결과라며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반 ESG 논쟁 속, ESG정책은 속속 발표

미국 공화당과 자본시장에서의 반 ESG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당국의 ESG 기조는 시간이 흐를수록 규범화, 법제화되고 있다. 지난해 대대적인 IRA법안에 이어 최근에는 교통부문의 탈탄소화 국가 청사진이 제시됐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제로 자동차(전기차), 육로, 항공, 바다 등 사람과 상품의 운송 수단을 포함한다. 

정책의 핵심은 운송 부문의 탄소배출량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 정책과 규제 이행, 충전인프라 투자, 차량 배터리 성능 개선 연구 등을 통해 운송 부문의 탈탄소화를 구체화 하겠다는 내용이다. 모든 운송 부문의 국제 기준 설정과 청정기술 개발투자 등 장기계획(2040-2050)은 교통 ESG 정책의 ‘대못’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의 대형은행에 기후위험에 대한 분석을 요구했다. 미국의 6대 은행에 기후변화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라는 요구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기후변화로 예상되는 채무 불이행, 손실 및 내부 위험 등을 체크하는 스트레스테스트로 금융기능을 통해 기업의 ESG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한 당국의 의지가 담겨있다.

비가역 ESG의 상징, 공시 보고의무

반 ESG정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탄으로 유럽내 주요 국가들이 중단키로 했던 석탄발전소의 재가동을 선언하는 등 거센 ESG흐름에 이상기류가 분명한 것이다. 북극곰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공식 통계와 이산화탄소가 기상이변의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가세하면서 ESG음모론과 회의론 등 논란이 적지 않다.

2020년 본격화한 ESG 대세론이 2021년 국제적인 룰과 관행으로 확산되다 2022년 이후 주요 기준이 구체화하는 가운데 반론도 커지는 모양새다. 소설의 구성단계에 비교하면 발단-전개과정을 지나 위기와 갈등국면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ESG 경영의 절정과 결말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예측은 어렵지 않다.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스토리 구성과 방식도 예측 가능하다. 근거는 ESG경영의 증빙인 공시와 보고서의 의무화이고, 의무보고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기준이다. ESG 경영의 비가역적 현실을 확인하고 공시기준이 공식화되는 2023년은 ESG경영 증빙의 원년이다.

비재무정보 보고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의무화는 유럽을 시작으로 속속 확산되고 있다. 유럽 주요국들은 2018년부터 ‘비재무정보의 공개지침(NFRD)’을 근거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고 유럽 내 전 금융기관들은 올 1월부터 기업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와 융자시 기후지표와 인권 이사회 등 18개 ESG 항목의 점검여부를 보고해야 한다.

미국은 2020년부터 상장기업에게 규모별로 단계적 의무화에 들어갔고 중국 역시 2020년부터 홍콩증시 상장기업에게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25년부터는 금융기관으로 확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지배구조 핵심 정보를 2019년부터 의무 보고토록 했고 지속가능보고서 작성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자율공시 상황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상장사는 2018년 14개에서 2020년 38개, 2021년 78개, 2022년 131개로 매년 배 가까이 늘어났다.

상장사의 지속가능보고서 의무는 2025년 자산 2조원이상, 2030년 전 상장사로 확대된다. 지속가능보고서 보고 내용 중 일부는 3~5년 추세치를 담아야 하는데다 정부가 공공기관까지 공개의무대상을 확대하고 있어 국내 지속가능보고서 보고기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구체화되는 보고서 작성 기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 나름대로 작성하면 공식 보고서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해진 내용과 형식에 맞춰 알기 쉽도록 정리하는 것이 보고서다. ESG경영이 ‘하고 싶은 것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하라고 하는 것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이유다. 

또한 ESG 경영의 대외적인 완성은 보고서로 분명해진다.  시스템구축 – 과제도출 - 실행 등 ESG 경영 전 과정을 규정에 맞춰 정리하는 것이 보고서이고 ESG평가 역시 보고서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 기준은 국제적으로 정해진다. 기업의 재무 상태와 경영실적 공시가 IFRS(국제재무보고기준) 등의 회계원칙에 따라 작성되는 것과 같다. 비재무 정보 보고서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역시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통일된 규칙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보고서 작성 기준은 GRI(국제보고서작성기준),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TCFD(기후관련재무보고TF), UNSDGs(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등이다. 각각의 기준마다 공시 목적에 차이가 있어 대부분 기업들은 이 네 가지 기준을 섞어서 반영하는데 GRI만큼은 예외 없이 참고한다. 

올부터는 그러나 기업들의 보고서 지침자료가 달라진다. GRI가 ESG 강화추세에 맞게 조정한 기준을 2023년1월 작성 보고서부터 적용하고 SASB와 TCFD를 포괄한 ISSB(국제지속가능기준위원회)규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2021년 공식 출범한 ISSB는 기존의 각종 보고서 작성 기준을 묶어 곧 그 내용을 공식 발표한다.

앞으로 기업들은 기존 GRI와 ISSB를 주요 기준으로 하고 UNSDGs를 보조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또한 EU 차원의 보고기준도 ESRS(유럽지속가능공개기준)란 이름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 시기 등을 공개하고 미국은 SEC(증권거래위원회) 규정으로 환경 관련 정보를 종심으로 의무화하는 기준을 확정했다. 주요 보고 기준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공식 적용되거나 내용을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데일리임팩트
이미지. 데일리임팩트

제3자 검증의 중요성

지속가능보고서는 최종 공개되기 전 제3자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보고서가 정해진 규정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명확하고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등이 검증 대상이다. 제3자 검증기관은 영국의 AccountAbility(AA1000AS)와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 인증기준(ISAE3000)으로 양분돼 있다. 

국내 대부분 지속가능보고서는 AA1000AS의 인증을 받는다. 영국 AA는 GRI는 물론 TCFD SASB 등의 각종 규정이 제대로 보고됐는지를 검증하면서 포괄성 중대성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영향을 보고서에 얼마나 담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ISAE3000은 국제회계사연맹 산하 감사인증위원회가 감사기준으로 만든 인증기준으로 사실상 회계법인만이 검증을 수행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속가능보고서 작성과 제3자 검증은 앞으로 ESG경영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