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기반 확보 위해 해외 진출
총 11개국서 총 38개 점포 운영
침체된 내수 시장 활성화도 숙제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 사진. 한화생명.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 사진. 한화생명.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이 멈춘 보험업계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안정된 영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업체와 합작 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주 무대는 동남아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도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더불어 내수 시장 활성화 역시 보험사들의 과제라고 꼬집는다. 엔데믹 전환이 빠르게 진행된 만큼 국내 보험 시장을 살리는 데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 점포를 두고 있는 보험사는 생명보험, 손해보험 각각 4개사, 7개사로 11개국에서 총 38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베트남(5곳) 인도네시아(4곳) 등 동남아가 가장 많고 기존 중국(5곳)을 포함해 아시아에선 모두 23곳이 운영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영국과 스위스에 각각 3곳, 1곳이다.

최근 격전지로 떠오른 곳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젊은 층이 많아 보험 침투율과 밀도가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만큼 보험업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한화생명은 2005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주재 사무소를 개설한 후 2009년 4월 한국 생명보험사 최초로 베트남 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온라인 비대면 연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시장 확대에도 뛰어들고 있다. 보험 침투율이 낮은 시장 특성상 연금보험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의 세전이익은 법인 설립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한라이프도 베트남 법인(SHLV)을 정식 출범하고 영업을 개시했다. 약 7년 가까이 공들여 온 SHLV은 신한라이프 최초의 해외 법인으로 법인 설립을 위해 자본금 2조3200억동(약 135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한라이프는 TM(텔레마케팅)을 기반으로 어린이보험과 암보험, 정기보험 등을 판매하는 중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2015년 6월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국내 보험시장의 고령화, 저출산 등에 따른 성장 한계를 넘어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베트남 법인 설립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합병 출범한 KB라이프생명도 베트남 생명보험시장 조사를 위해 글로벌사업부에서 인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KB국민은행, KB증권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생명도 베트남 내 방카슈랑스 전문 프랑스 보험사 프레보아생명 지분 50%를 인수하고 특화 상품인 변액보험을 위주로 현지 보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베트남보단 태국과 중국에 해외 사업 기반을 두고 있다. 태국은 1997년 '타이삼성'으로, 중국은 2005년 합작사 '중은삼성'으로 각각 진출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자산운용 법인을 운영하는 교보생명 역시 해외 진출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교보증권 벤처캐피탈(VC) 사업부는 지난 상반기 동남아의 우량 핀테크,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를 선보였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조직개편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일반 보험 부문 산하 글로벌전략팀을 신설했다. 글로벌전략팀은 기존 글로벌사업부 투자전략파트의 업무 세분화에 따라 격상된 조직이다.

'성장성' 보고 글로벌 진출 활성화

업계에선 보험사의 해외 진출이 현지 보험시장의 '성장성'을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국내에 비하면 해외 시장의 수익 규모는 미약하지만 성장 정체 상황을 타개하려면 지속적으로 글로벌 진출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태국 보험시장의 경우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지난 2021년 33조2746억원에서 2026년 42조325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해외로 진출한 보험사들의 실적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해외점포 38개의 지난 2021년 당기순이익은 9080만달러(약 1247억원)로 전년 대비 99.1% 증가했다. 자산은 65억6000만달러(약 9조140억원)로 전년말 대비 21.3% 늘었다.

특히 한화생명의 베트남 법인의 경우 작년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각각 85억원, 114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333.9%, 494.9% 늘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로 국내 시장은 정체되어 있지만 해외는 아직 가능성이 높다"며 "빠르게 진출해 현지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침체된 내수 시장 활성화는 숙제

해외 진출하는 보험사는 늘고 있지만 일각에선 내수시장 활성화가 더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해외 진출에 힘을 쏟으면 상대적으로 국내 보험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하나금융연구소는 '2023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보험업은 경기 둔화에 따른 보험 수요 위축으로 낮은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생명보험은 금리상승기 채권매매수익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투자손익이 정체되고 손해보험도 사회적 이동 증가에 따른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가 보험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업계에서도 거대 플랫폼을 토대로 쌓아 올린 소비자 데이터를 토대로 빅테크가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해외 진출과 국내 보험 활성화 두 가지를 다 잘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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