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
둔화한 한·미 물가상승률에 속도조절도 ‘탄력’
한은 또한 추가 금리인상에는 한 발 ‘후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사실상 올해 금리 인상 과정에서의 속도조절 가능성에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르면서, 당초 한은과 금융권이 언급한 최종 금리 목표치에 도달한 데다 통화정책 결정의 변수로 거론되는 주요 경제 지표 또한 다소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포함한 주요 금융당국 수장들 또한 물가 억제뿐 아니라 이제는 경기침체 부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 또한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국내 금융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가 남아있는 데다 한은 또한 ‘금리 인하’에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금리 정책을 속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올해 첫 한국은행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가 3.5%에 도달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그간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서 언급해온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목표치(3.5%~3.75%)를 터치하면서, 한은이 속도 조절에 본격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안정화되는 지표에 ‘베이비스텝’ 예상

금융업계의 상당수 전문가는 올해 첫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직 금융 및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일부 시장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넘어 인하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보낼 필요성을 금통위가 인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엇보다,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물가상승률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케 하는 핵심 근거 중 하나였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하며 IMF외환위기가 불거진 지난 1998년(7.5%)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지속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변수의 여파로 지난해 1년간,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 가공식품, 개인서비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물론, 지난 12월 기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11월)과 동일한 5%를 기록하며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이 생각하는 물가상승률의 안정적 수준(2%)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여기에 역대급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또한 이번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상단 기준)로 한국의 기준금리(3.25%)와는 1.25%p 가량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한국은행이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를 1%p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1.25%라는 격차는 다소 우려스러운 격차라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아닌, 기존 3.25% 수준의 기준금리를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 및 단기자금 시장의 위축이 여전한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전격적으로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기준금리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간의 기조에서 벗어나 물가뿐 아니라 경기침체 요소 또한 고려하겠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주장에도 다소 힘이 실렸지만, 한은은 이번에도 소폭이지만 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시장에 알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공동취재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공동취재사진.

속도조절에 ‘무게’

이제 시선은 올해 첫 금통위 이후, 한국은행이 가져갈 통화정책 방향성에 모아진다. 기준금리 정책의 속도 조절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된 상황에서, 한은이 목표하는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치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 것인지 또한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일단 상당수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금통위에서 지난해와 같은 무리한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 기조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이창용 총재의 발언과 최근 부동산 시장의 흐름, 오늘 새벽 발표된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6.5%)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같은 금리 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밖에 금융시장에서는 △국제 유가의 하락세 △원‧달러 환율 안정 △정점(지난해 7월)을 지난 물가상승률 등도 통화정책의 완화를 가져가야 하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오늘 금통위를 통해 결정된 금리(3.5%)는 지금까지 한은과 시장이 언급해온 기준금리 목표치와 불과 0.25%p 격차다. 하단 기준으로는 이미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 또한 오늘 금통위가 끝난 직후 발표한 ‘1월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가파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다만,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금리 인상 파급효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향후 추가 인상에는 더욱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특히 금통위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결정문에서 밝힌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라는 문구 대신 삽입된 문장이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빠지고 ‘긴축 기조’로 입장이 바뀐 셈이다.

여기에 전체 금통위원 중 2인(주상영, 신성환)은 이번달 기준금리를 기존 3.25%로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밝힌 점 또한 내달 금통위에서의 동결 가능성을 예상케하는 요인 중 하나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기본 전망은 내달(2월) 예정된 금통위에서의 추가 인상으로 최종 기준금리가 3.75%가 되는 것”이라면서도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 위축 현상이 나타날 경우 최종 기준금리는 3.50%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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