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삼성 등 업계 전반으로 확산
성장 잠재력 커 수익성 올리기 적합
손보업계도 고객 유치 위해 상품 강화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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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주력 상품군인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의 성장 악화에 고민하고 있는 생명보험업계가 제3보험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텃밭'인 운전자·상해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업권 경쟁이 연초부터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사고부상치료(자부치) 특약' 판매에 한화생명, 삼성생명 등 주요 생보사가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제3보험 출시가 생보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만 이러한 생보업계의 제3보험 진출에 손보업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손보사간 경쟁을 넘어 생보사와도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3일 '넘버원 재해보험 2301'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47종의 특약으로 구성돼 필요에 따라 보험 소비자 본인에 맞는 플랜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특약엔 그동안 판매되지 않았던 '자부치'와 '교통사고부상지원특약(교부지)' 등이 포함됐다.

흥국생명도 지난 2일 상해보험 상품인 '다사랑통합보험V2'을 개정하고 신규 특약으로 자부치 특약을 탑재했다. 지난해 4월 자부치 특약을 출시했다가 6월 판매를 중단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재출시했다.

제3보험으로 치부되던 자부치 특약은 자동차 교통사고로 운전자가 다칠 경우 부상 급수(1~14급)에 따라 치료비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통상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가 특약 형태로 판매했던 보험이지만 제3보험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생보사들 역시 특약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앞서 흥국생명이 생보사 최초로 자부치를 포함한 상해보험 상품을 출시하면서 생보사의 제3보험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에만 흥국생명에 이어 농협·동양·삼성·교보생명 등 생보사 5곳이 시장에 자부치 특약을 내놓았다.

특히 생보업계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자부치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최근 한화생명까지 자부치 시장에 뛰어들면서 연간 약 900억원(초회 보험료 기준)으로 추정되는 운전자보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생보업계와 손보업계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많은 고객들이 생보사의 자부치 특약을 찾고 있다"며 "자동차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가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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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 확보 위해 속속 진출

생보사들이 손보사와의 관계 악화에도 자부치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이유는 △수익 창출 △수요 공략 △제3보험 영역 확장 때문이다.

운전자보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900억원으로 20조원으로 추정되는 자동차보험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틈새시장으로 치부하기에는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생보사들은 지난해 신계약 건수가 감소하며 업황 부진에 시달렸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3개 생보사의 신계약건수는 2019년 1769만31건, 2020년 1766만2048건, 2021년 1682만7086건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생보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새 제도 도입 이후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자부치 등 제3보험 영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IFRS17에서는 저축성보험을 부채로 산정하는 반면 보장성보험은 보험계약마진(CSM)으로 계산한다. 이에 보험사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CSM을 높이는 것이 좋다. 또 상품 특성상 역마진 우려가 없고 장기간 유지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운전자 보험이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는 보장성보험 특징을 갖고 있는 만큼 시장 규모가 커지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생보사들의 자부치 시장 진출을 앞당겼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함에 따라 사고 리스크를 덜기 위한 운전자들의 수요가 증가했고 생보사들은 자부치를 특약 형태 상품으로 속속 내놓았다.

또 자부치가 '제3보험' 진출을 위한 물꼬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해 상해를 당하는 등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는 상품과 서비스 영역을 말한다. 대표적으론 손보사들이 그동안 많이 판매한 암·치매·어린이·재해보험 등이 포함된다.

한정된 상품만 판매하던 생보사 입장에선 점차 성장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새 먹거리로 제3보험을 선택하면서 자부치를 제3보험 진출의 교두보로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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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불가피한 상황에 보장 강화

다만 이를 바라보는 손보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생보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박리다매' 식으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보사의 제3보험 영역 침범은 수익 악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손보사의 경우 자부치와 관련된 제3보험 상품을 강화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동차보험의 보험료가 인하되는 만큼 보장을 강화해 특약가입을 더 유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보험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아직 운전자보험의 점유율은 낮지만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생보사와 손보사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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