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 결제 비중 4% 머물러
보험사·카드사 수수료 입장차가 문제
무조건 현금결제 고집에 소비자만 골치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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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소비자 불편을 최대한 해소하겠다던 보험사들의 보험료 카드 결제 거부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

잠시 오름 추세를 보였던 신용카드납 지수는 다시 내려앉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료 카드 결제 서비스 도입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수수료 부담 등을 이유로 보험사가 카드 결제를 회피하면서 소비자 단체와 전문가들은 편익 증진을 위해 카드 납부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금융당국 역시 각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보험료 카드 결제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소비자들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14개 생명보험사의 전체 수입보험료는 17조294억원으로 이 중 카드 결제 비중은 4.8%(8139억원)에 그쳤다. 이는 직전 2분기(5.2%) 대비로도 낮은 수준이다.

회사별로 살펴봐도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보험료 카드 결제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일부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0%대를 유지하는 곳도 있었다.

마케팅 채널 중 비대면 방식인 텔레마케팅 비중이 절대적인 일부 중소형 생보사만 보험료 카드 결제 비중이 20~30%대를 나타냈다.

앞서 보험사들의 신용카드납 지수는 매 분기마다 4%대를 머무르다 지난해 4분기 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대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올해 1분기 5.1%, 올해 2분기 5.2% 등 소폭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었으나 3분기에 이 추세가 꺾였다.

심지어 보험료 카드 결제는 보장성 보험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보장성보험의 전체 수입보험료 8조3528억원 중 카드 결제가 이루어진 금액은 7756억원으로 9.3%의 비중을 보였다.

반면 저축성보험의 카드 결제 보험료는 전체 6조1893억원 중 190억원에 불과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변액보험 역시 2조4871억원 중 191억원을 카드 결제로 거둬들이는 등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상품수도 줄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드 결제 가능 상품 수는 총 481개로 직전 분기의 569개와 비교해 15.5%(88개) 줄었다. 카드 결제 가능 상품 지수도 60.7%로 직전 분기(65.0%) 대비 4.3%포인트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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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수료가 갈등의 원인

이같이 보험료 카드 결제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는 높은 수준의 카드수수료로 인한 보험사의 의도적인 회피 때문이다. 보험사 상품 특성상 결제 수수료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고객이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에 1.8~2.3%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 수준이 평균 3%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수수료 납부 이후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장기 납입해야 하는 종신보험, 저축성보험 등 생보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상품 특성도 카드 납부 비중을 높이기 어려운 이유로 꼽는다.

이에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카드 결제가 가능한 상품이라 해도 특정 카드사의 카드에 대해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카드를 이용하는 경우에만 보험료 카드 결제를 받고 있다. 흥국생명은 통신판매채널 중에서도 보장성상품에 한해서만 카드 결제를 받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도 통신(TM, 인터넷)판매 상품에 한해서만 카드 납부가 가능하도록 열어두고 있다.

보험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보험 상품 특성상 장기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납부하게 되면 사업비가 추가로 발생한다"며 "이러한 사업비는 보험료에 전가될 수밖에 없고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카드납의 경우 수수료 문제뿐 아니라 고객의 카드 대금 미납 시 계약 해지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보험료 납부 프로세스를 개선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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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카드사 입장차로 소비자만 피해

현재 2% 안팎의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보험사와 이에 맞서는 카드사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보험사의 신용카드 가맹점 해지 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소비자 피해로 귀결됐다. 

보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보험금을 카드로 납부할 수 없어 불편함이 크다고 호소한다. 설계사를 통한 수기 결제 등도 기존 결제 방법 역시 안정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소비자단체, 국회 역시 이러한 갈등이 소비자 편의를 침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는 원하는 결제 방식을 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고객을 배려하지 않는 시스템이 피해를 늘리고 있다는 것.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 납부는 오랜 기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라며 "보험사와 카드사 등 업권 간의 이익보다 소비자중심경영,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이용 편의성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취지에 공감하고 사실상 보험사의 의도적 보험료 카드 결제 거부에 전수조사까지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기대효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의 이러한 행태가 소비자의 권리·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관련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험료 카드납 허용 비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와 보험사가 해결책 찾기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는 현재 카드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입장이지만 카드 업계도 카드 수수료는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현재 수수료율을 더 낮출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카드사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수료 인하는 물론 보험료 카드납 허용 비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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