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비용 치솟으며 리스크 관리 주력
수익성 저하에 대출 규모·소비자 혜택 축소
新 먹거리 '데이터' 산업에 투자 집중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여신업계의 올해 키워드는 '생존'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은 치솟았고 연체 위험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해 카드업계 CEO들도 신년사에서 성장보다는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방점을 찍었다.

만기 채권 규모만 36조원에 달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건전성 제고에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이 가운데서도 카드사들은 '데이터' 등 새 먹거리 찾기를 위한 신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오픈페이' 서비스 역시 적극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 등 전업 카드사들은 최근 개인 회원들을 상대로 이용 한도를 정기점검한 뒤 일부 회원들에게 한도 하향 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대다수 카드사는 지난 연말 시행한 이용 한도 점검에서 예년보다 엄격한 내부 잣대를 들이대 하향 조정 대상을 심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카드 표준약관과 이용 한도 관련 모범규준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연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회원에게 부여된 이용 한도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다. 점검 결과 월평균 결제 능력, 신용도, 이용실적 등의 변화를 인지한 경우 카드사는 이용 한도를 조정해야 한다.

일부 카드사가 회원을 상대로 갑작스레 큰 폭의 한도 하향을 통보하자 재테크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늘기도 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연체 예방을 위해 한도 관리를 강화했다"며 "여신업계 전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 각 사.
사진. 각 사.

자금시장 경색에 허리띠 졸라매기

이처럼 카드사가 한도 관리를 강화하고 자체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와 자금시장 경색이 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이후 카드사들의 조달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 기조 속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의 금리도 치솟았고 채권시장까지 얼어붙으며 시장 경색으로 인해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9일 기준 여전채 3년물 AA+등급 금리는 5.759%로 나타났다. 6%를 넘었던 연중 고점보다는 조정된 수준이지만 연초(2.420%)보다는 300bp(1bp=0.01%) 이상 높은 수준이다.

금리 상승으로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이 대폭 늘어나면서 수익성 저하도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카드사 이자 비용은 2조6000억원에서, 올해 3조6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자체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자동차할부, 카드론 등의 대출상품 공급 규모를 축소하거나 무이자 할부 혜택, 할인 이벤트 등 소비자 혜택을 줄여 왔다. 최근에는 개인 회원 이용 한도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악화로 올해 상반기 이후 카드 대금 연체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신용카드 업황 전망 보고서에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저하돼 금융회사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카드사는 차주 구성이 은행 대비 신용도가 낮은 개인으로 구성돼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 폭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사진. KB국민카드.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사진. KB국민카드.

몸집 확대보다 내실 경영에 중점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카드사들은 '성장'보단 '생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카드사 CEO들 역시 신년사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몸집 확대보다는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도 당장 외부적 요인에서 기인한 높은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재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몸집 경쟁보다 수익성과 건전성 관점의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역시 내실 기반의 효율경영 강화를 강조했다.

업계는 아직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주요 카드사들도 복합위기에 맞춰 내실 경영 강화와 신사업 개척에 대한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업계는 카드사들이 '데이터' 산업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카드사들도 가지고 있는 최대 강점을 살려 디지털 사업을 확장하고 정착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여전업계의 자금조달 경로 활성화는 물론 디지털 사업 정착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사업에 주력하던 카드사들이 올해는 데이터 산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며 "데이터 전문기관 예비 지정이 추후에 판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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