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영환경에 변화 필수
60년대 초중반생 대거 포진
건전성·위기 관리 능력 시험대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내정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내정자.(왼쪽부터). 사진. 각 사.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내정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내정자.(왼쪽부터).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카드업계가 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조달금리 급증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오는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보다 젊은 수장을 앞세워 보다 더 유연하게 파고를 넘는다는 계획이다.

세대 교체가 전반적으로 이뤄지면서 핀테크와의 경쟁 등 여신업계에 산적한 과제 역시 해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보수적 색채가 강한 금융업 전반에 다른 금융사 CEO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60년 중후반대생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임 신한카드 사장(임기 2년)에 문동권 신한카드 경영기획그룹장(부사장)을 내정했다.

1996년 LG할부금융에 입사한 문 내정자는 2009년 신한카드 경영관리팀 부장, 상품 연구개발(R&D) 센터 부장, 전략기획팀 부장, 경영기획그룹 상무 등을 지낸 대표적 재무·전략 전문가다. 직원들과 격의 없는 의사소통과 포용력으로 신한카드 내 '소통왕'으로 유명하다.

문 내정자(1968년생)는 함께 후보군에 올랐던 이인균 신한지주 부사장(1967년생),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1965년생), 박성현 신한은행 부행장(1965년생), 노용훈 신한카드 부사장(1964년생) 중에 가장 젊다.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임영진 현 사장과 함께 호흡을 맞춘 기간이 긴 만큼 안정적 경영관리를 바탕으로 신한카드의 성과를 뒷받침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13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하나카드 사장 후보로 이호성 하나은행 부행장을 추천했다.

이 내정자는 1992년 하나은행 삼성센터지점에 입행한 뒤 대기업영업1본부장, 강남서초영업본부장을 거쳐 현재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으로 재임 중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자타공인 영업통이다. 1964년생으로 권길주(1960년) 현 사장보다 젊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사진. 롯데카드.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사진. 롯데카드.

'성장'보다 '생존', 변화 가속화

신한카드와 하나카드까지 CEO 교체를 단행하면서 카드사 세대교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카드업계 수장은 문 내정자, 이 내정자를 비롯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1962년생),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1963년생), 최원석 비씨카드 사장(1963년생) 등 1960년대 초중반생이 대거 포진됐다.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1967년생)과 유일한 70년대생 CEO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1972년생)도 카드업계 대표적인 젊은 CEO다.

업계에선 카드사들이 변화를 택하고 있는 건 오는 2023년을 '성장'보다 '생존'의 해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023년 카드업계 산업환경을 '비우호', 실적방향은 '저하'로 전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내년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1조원 이상 늘어난다.

내년 역시 업황 악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젊은 리더 선택은 회사를 이해하고 새 혁신으로 안정적인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에 빅테크와의 경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잠재우고 금융사 중 트렌드를 가장 재빠르게 따라가야 하는 카드사 성격상 변화·혁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적임자를 빠르게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카드사 젊은 CEO의 대표주자인 조좌진 사장의 롯데카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디지털 회사'로의 변화를 통해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2695억원으로 전년 대비 44.1% 증가했고 건전성 지표도 양호하게 유지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2020년 3월 롯데카드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인정받고 올해 3월 2년 임기로 재선임됐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겸 부회장. 사진. 현대카드.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겸 부회장. 사진. 현대카드.

업계 영향력·위기 관리 능력 등 보여줘야

다만 업계에선 젊은 CEO들의 돌풍과 별개로 금융지주 내에서 카드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경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카드사 CEO들이 다른 금융사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냐는 것.

또 내년 카드사 경영에 핵심 키워드는 '위기관리'지만 현 CEO들의 위기 극복 능력이 그간 제대로 평가된 적이 없다는 것도 우려점 중 하나다.

결국 변화·혁신과 더불어 건전성 관리와 위기관리 능력을 동시에 보여줘야 추후 연임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보복 소비 등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카드업계도 어느 정도 살아났지만 내년엔 더욱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결국 CEO들의 능력 평가는 내년에 제대로 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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