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 20%이상 늘어난 6개 은행·증권사...장애인 의무고용 소홀
광주·제주은행, 유한타·하이투자증권 등..'장애인 의무고용' 개념 모르기도
'임직원 다양성'측면에서 ESG 평가에 반영..."간접 고용도 고려해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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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장애인 의무 고용을 소홀히 하는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여전히 존재했다.

특히 지난해 실적 호조에 따라 많은 수익을 거뒀음에도 여전히 고용부담금으로 때우고 있어, '인권 경영'에 무관심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금융권 은행 중에서는 한국씨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이 증권사 중에서는 유안타증권,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이 '2021년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기관' 명단에 올랐다.

의무 고용 미이행 기관이란 장애인 고용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기업들을 뜻한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전년 12월 기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인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1.55% 이상(의무 고용률 대비 50%) 기준에 못 미치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을 통해 공개한다.

특히 명단 공개 전 사업장에 통보하기 때문에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명단에서 제외된다.

명단공표와 별개로,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인 민간기업이 의무 고용률인 3.1% 수준을 지키지 않으면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페널티도 존재한다.

이번 명단 공개 기준일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당시 은행과 증권사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과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나 막대한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19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4조4000억원으로 2020년 대비 2조8000억원(24.1%)이 늘었다. 58개 증권사 또한 당기순이익 9조94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54.2%(3조1968억원)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일부 은행과 증권사는 장애인 고용 의무를 져버렸다. 1금융권 은행 가운데서는 한국씨티은행과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 총 3곳이 이름을 올렸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해당 은행별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한국씨티은행 0.62%, 광주은행 0.89%, 제주은행 1.22%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용 의무인원 대비 실제 고용된 인원은 △한국씨티은행 104명 중 21명 △광주은행 48명 중 14명 △제주은행 12명 중 5명이었다.

의무 고용률이 가장 낮은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가계부문 영업 중단에 따른 퇴직자가 발생해 장애인 고용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2000여명의 희망퇴직자가 발생해 이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지난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배 이상 줄기도 했다.

반면 광주은행과 제주은행은 각각 23.7%, 4.63%로 영업이익이 늘었음에도 의무 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유안타증권,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앞선 은행들보다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았음에도 장애인 고용에는 소홀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증권사별 장애인 고용률은 유안타증권 1.1%, 하이투자증권 1.16%, 이베스트투자증권 0.35%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용 의무인원 대비 실제 고용된 인원은 △유안타증권 53명 중 19명 △하이투자증권 26명 중 10명 △이베스트투자증권 17명 중 2명 등으로 나타났다.

유안타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의무고용 불이행 명단에 없었으나, 올해 새롭게 명단에 올랐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5배 이상 늘었음에도 장애인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0년 연속 불이행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에도 영업이익이 46%나 늘어났지만, 장애인 고용 노력은 없었다. 사실상 장애인 고용 의지가 없다고도 해석된다.

명단에 오른 일부 은행과 증권사에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이유와 개선방안에 대해 문의했으나, 공표 사실은 커녕 '장애인 의무고용'이 무엇인지 반문하기도 했다.

'임직원 다양성' 측면에서 ESG 평가 주요 요인

특히 장애인 고용과 같은 '임직원 다양성'은 ESG 평가 지표로도 활용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국형 ESG 지표체계(K-ESG)에도 ‘다양성 확보’ 항목이 들어가 있다. 국내 ESG 평가 기관인 서스틴베스트에서는 '장애인 의무 고용 불이행 명단'에 오른 기업인 경우 사회(S)평가 부문에서 점수 차감 요인으로 적용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개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성을 요하는 업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업 특성상 창구에서 고객들을 대하는 일들이 많은데, 여러 변수들이 많아 장애인 분들을 고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직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직은 수시로 사람을 만나야 하고, 활동 범위가 넓기 때문에 물리적인 제약이 많을 뿐더러 금액이 오가는 만큼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으면 채용이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부에서는 업 특성상 기업에서 직접 고용이 어렵다면 표준사업장 설립 등 간접 고용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명단공표기업은 의무고용률이 저조하면서 신규 채용, 인사 담당자 및 장애인식개선 교육 등 장애인 고용을 위한 최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선정된다"며 "직접 고용이 어렵다면 표준사업장 설립이나 표준사업장과 연계한 간접 고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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