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대표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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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세계 150개국 이상이 1시간 남짓 불 꺼진 밤을 약속하면서 우리의 환경을 돌아보자는 날이다.

이제 기업도 예기치 못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ESG가 그렇다. 그런데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ESG활동이 더욱 가속되고 있으나, 바깥 치장에만 열심일 뿐 정작 내부는 그대로이다. 규칙·규정·규범만으로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뭔가를 앞으로 끌어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고 있다.

ISO9001이 국내에 도입될 때와 비슷한 흐름 같아서 안타깝다. 무엇 때문에 들여와야 하는지를 전 직원이 이해하고, 습득하고, 시스템에 훈련된 기업만이 지금까지 이 표준화 모듈로 기업을 운용하고, 그 기초 위에 시대에 따른 혁신경영을 접목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도 됨으로써 성공한 기업으로 뻗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ESG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다 그렇지만 특히, 기업은 사람이 중심이다. 그래서 기업 관리에서 사람관리가 전부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고 한다. 근래에 일어나는 금융사고만 하더라도 직원 한 명이 몇 천억 원을 횡령해 기업 전체를 휘청거리게 하지 않는가! 기업이 시스템으로 굴러가게 되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이를 잡아내게 된다. 시스템경영이 바로 투명경영이다.

그러나 ISO9001시리즈나 ESG 등을 홍보용으로나 사용하는 것은 회사가 내 개인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임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에다 변화를 두려워한 나머지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에게 속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너(Owner)경영자가 일선에 있을 동안만 어찌어찌 유지되다가 2·3세로 가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은 힘들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고 있다. 이름 있던 유업회사의 몰락이나 광주 화정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참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국민을 우울하게 한 침몰 직전 기업의 오너가 퇴직금을 챙기는 행태는 기업의 시스템이 무너지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ESG를 왜 그렇게 처음부터 크게 잡아서 무리를 하는가. 중견·중소기업들은 무엇인지 모르고 해야 한다니까 따라갔다가 중도에서 그만두거나 또 다른 전문가를 찾아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마저 이리저리 쏠리고 힘겨워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더구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거나, 억지로 꿰어 맞추는 식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을 해 보았으면 한다. 눈을 내부로 돌려보면 ESG 안에 녹색구매·소비가 들어 있고, 이는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에도 명시되어 있다.

우선 구매리스트를 뽑아놓고 녹색구매 실천을 기획한다. 구매품 리스트를 예로 들면 작업복, 전열기구, 컴퓨터, 공기청정기, 사무용품, 복사지, 복사기의 카트리지, 청소도구 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녹색구매를 왜 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국가 탄소중립 목표와 함께 ESG로 설명해야 하고, 직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이 변하고, 직장의 문화가 바뀌고, 그 기운이 직원들의 가정으로 옮아가고, 마을이 바뀌고, 교회·성당·절간이 바뀌면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사회로 한 걸음씩 옮겨 가게 되고, 기업도 ESG로 가게 되지 않을까? 기업이 문화[社風]를 바꾸지 않고 ESG를 생다지 접목하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여기에 화장실(Toilet) 얘기를 덧붙인다. 화장실문화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가는 비품(화장지, 소독제, 방향제 등)이 녹색제품인지 우리가 확인한 바는 없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기업의 그 큰 빌딩, 공장의 화장실은 모두 청소용역회사(아마도 계약 내용에 녹색제품은 없을 것이다.)에 일임하고 있다. 이제 화장실이 급한 볼일만 보는 곳이 아니라 ‘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곳에서 우리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얘기이다. 그간 ‘침묵의 살인자’로 낙인찍힌 가습기 살균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아직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공기살인’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모 예비후보자가 소·중·한(소소하지만 중요한) 공약 발표를 통해 “화장실문화 개선운동을 공약1호로 하게 된 것은 소소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여성안심·아동권리·장애인권리 보장 공약이 담겨 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공공화장실 비품을 녹색제품으로 규정하는 것을 경기도민의 ‘건강 권리보장’으로 공약에 넣었으면 한다.

이렇게 녹색소비로 내공을 키워나가다 보면 나름의 ESG를 만나게 되리라 본다. 그렇게 한 걸음씩 가야 진정한 지속가능한 ESG기업이 된다. 기업이 하루아침에 ESG기업으로 둔갑하려는 것은 어렵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들이 녹색기업으로 바뀌기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녹색소비기업’으로 바뀌는 것은 어찌 보면 쉽지 않을까? 이참에 ESG로 고심하는 기업은 4월 22일 녹색기업임을 대내외에 공표하고 깜깜한 밤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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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구매=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녹색제품이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66조 제4항에 따른 제품을 말한다.

제3조의 2(녹색제품의 구매 촉진을 위한 책무) ①공공기관의 장은 녹색제품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하여.....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②사업자는.... ③국민은 환경친화적인 소비생활을 위하여 녹색제품을 사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ISO9001시리즈=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 시행하고 있는 품질경영시스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 기업이 비재무적인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경영활동으로 기업의 새로운 경영평가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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