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美 상장사 온실가스 의무 공시 초안발표...통과 시 2023년부터 시행

나스닥 상장한 쿠팡, 12년 간 온실가스 배출량 미공개..."대응책 검토 중"

ESG 업계 관계자 "사업 내 온실가스 배출량 미측정, 그린워싱 위험도"

쿠팡 본사 전경. 사진 쿠팡
쿠팡 본사 전경. 사진 쿠팡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쿠팡이 사업 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지 않고 있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Green Washing)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가 미국 상장사 대상으로 2023년부터 사업보고서 내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의무화 하는 방안을 추진, 정보 공개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데도 여전히 사업 내 탄소배출량은 공개하지 않는 등 ESG 측면에선 후발 주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ESG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스코프3를 제외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은 약간의 비용과 시간만 들이면 추진 할 수 있는 문제"라며 "쿠팡 같은 대기업이 아직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이 없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쿠팡은 현재 시가총액 322억 달러(약 39조원)를 상회하는 대기업이다.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해 입성 첫날 시총 100조원을 달성하고, 창립 후 최대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장에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신의 한수' 라는 평가도 나왔다.

SEC, 2023년 상장사 '탄소배출' 의무화 추진 中, 하반기 중 최종안 확정 

하지만 최근 SEC에서 미국 상장사 대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어, 이번엔 해외 상장이 쿠팡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SEC는 지난 21일 기후 공시 의무화 규정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서는 미국 내 상장기업들이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인 스코프(Scope)1·2 규모 등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스코프 1은 제품 생산단계에서 연료 사용으로 인한 직접 온실가스 배출을, 스코프 2는 전기·스팀·냉방 등 외부 전력이나 열 소비 등에 의한 간접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한다.

또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중대하거나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한 경우 공급망과 소비자가 제품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도 표기하도록 했다.

해당안이 도입될 경우 뉴욕 증시에 상장한 대기업들은 2023년 사업보고서에 스코프 1·2를, 2024년 사업보고서에 스코프 3를 공시해야 한다. 

SEC는 최소 두 달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올해 하반기에 공시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SEC의 '기후관련 공시의 강화 및 표준화' 초안 내 명시한 기업 규모별 단계별 의무 공시 적용 시기 자료. 유진투자증권

쿠팡 12년간 비즈니스 내 온실가스 배출량 미공개, "이해관계자들 요구 없어" 

이는 창립 후 단 한 번도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은 쿠팡에겐 새로운 과제로 적용될 전망이다.  

쿠팡은 현재 전국에 170여개 물류센터와 7500여대 이상의 배송 트럭을 갖고 있다. 여기에 자차를 활용해 단건 배달 하는 쿠팡이츠 배달 노동자를 더하면 수송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많아진다.

쿠팡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또한 한 번도 발간하지 않았다. 최근 기업들은 ESG 경영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및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해당 보고서를 통해 자발적으로 공개한다. 실제로 쿠팡을 제외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포스코,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 8개 기업은 이미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외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사업 내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요구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SEC 탄소배출량 공시 의무화 건은) 아직 최종안이 확정이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배송 등 탄소감축 활동은 진행중.."배출량 미측정시 그린워싱 위험도"

쿠팡이 탄소감축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쿠팡은 주로 택배 배송 차량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기에, 이전부터 친환경 배송시스템 구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쿠팡은 제품을 작은 크기로 개별포장해 화물 적재량을 늘려 차량 운행을 줄였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배송 동선 단축, 전국 최초로 전기화물차 배송을 도입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낮췄다. 

친환경 포장재 활용에도 힘쓰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중 80% 이상은 골판지 상자 또는 기타 불필요한 포장 없이 배송된다. 신선식품 배송에는 자체 개발한 재사용 에코백 ‘프레시백’을 도입해 사용해 박스를 줄이고 있다.

쿠팡 친환경 배송 시스템 홍보자료 사진. 쿠팡 홍보실 

반면 이 같은 친환경 활동에도 ESG 전문가들은 쿠팡이 하루 빨리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 변화 의무공시 대비 측면도 있지만, 쿠팡의 탄소감축 활동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과 같이 배출량 공개와 감축 목표 없이 실시하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은 실제 성과를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실제 감축량보다 더 높게 홍보하는 마케팅 측면에서의 '그린워싱' 위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ESG업계 한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공개된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가 없으면 외부에선 관련 활동이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그린워싱인지 판단하기 조차 어렵다"라며 "기후변화를 방관하는게 아니라면 간접배출 및 직접배출량 정도는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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