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통위서 금리 인상 논의…‘숨 고르기’ 동결 전망 우세

연내 1.5~1.75% 수준까지 인상 전망, “시기가 관건 될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기준금리 변동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오는 24일 열린다. 지난 1월 금통위에서 0.25%p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지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권은 연내 최대 1.5~1.75%까지 금리가 인상되리라 전망하면서도 3월 대선을 불과 2주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점을 들어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다소 빨라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고공행진 하고 있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이번 금통위에서 또 한 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금통위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체제에서의 마지막 금통위라는 점에서 이주열 총재가 남길 메시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국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를 오는 목요일 진행한다. 이번 금통위는 오는 3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이주열 총재 체제에서의 마지막 금통위다.

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시작된 2020년 3월 임시 금통위에서의 ‘빅컷(1.25%→0.75%)’, 같은 해 5월 금통위(0.75%→0.50%) 당시 금리 인하 이후 약 1년 3개월여간 금리를 동결해왔다.

하지만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난해 8월 금통위에서 0.25%p 금리를 인상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금통위와 지난 1월 금통위에서 각각 0.25%p 금리를 인상하며 약 1년 10개월 만에 ‘제로(0) 금리’ 시대의 종료와 함께 기준금리를 1.2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관심은 오는 24일 진행되는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상 여부다. 만약 2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지금까지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인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기준금리 변동 추이. 자료.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자료. 한국은행.

시장은 금리동결에 ‘무게’

일단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기존 1.25%로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3%대에 육박하는 등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이미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상황에서 세 차례 연속 인상은 자칫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감염증 확산세도 고려 요소다. 연초까지만 해도 수천 명대 수준으로 유지되던 코로나19 확진자는 2월 들어 ‘더블링(일주일에 두 배씩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현상을 보이며 하루 10만명까지 늘어났다. 이러한 오미크론 확산세 속에서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나아가 소비시장에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 증가 역시 중요한 변수다. 주담대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가 각각 6%와 5%대에 육박한 상황에서 자칫 무리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0.25%p 오를 때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 규모는 3조2000억원 증가한다. 또 금리가 1%p 인상되면 차주 10명 중 1명은 연 소득의 5%를 추가 이자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 금융지원(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3월 말 예정대로 종료된다면, 금리 인상과 맞물려 부실채권의 걷잡을 수 없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금통위를 구성하는 주요 위원들도 추가 인상에는 공감하면서도 급격한 금리 상승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 관리와 미국 긴축재정 등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 인상은 필요하다”라면서도 “1월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상황의 변화 및 파급 효과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2월 금통위에서는 금리의 추가 인상보다는 지난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를 분석하고 차후 연내 금리 인상의 속도를 결정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올해 2분기까지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하반기 들어 다시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고,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3월 대선, 이주열 총재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인 만큼 금통위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사진. 한국은행.

연내 인상은 확실, 관건은 ‘시기와 수준’ 될 듯

다만,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고,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는 또 한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은이 공개한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이 총재도 1월 금통위가 끝난 이후 간담회에서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물가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 조절할 필요성은 충분하다”라고 말하며 금리 인상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이례적으로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져올 충격을 고려하면 이번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작지만, 심상치 않은 경제 지표를 감안해 ‘깜짝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6%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3%대를 유지했다. 물가 상승률 관리가 핵심 과제인 한국은행의 입장에선 안정적 관리가 가능한 목표치(2%)보다 1%p 이상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의 물가 상승률이 결코 반가울 리 없다.

이주열 총재도 1월 금통위 직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 역시 금리 인상의 한 고려요소”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 상승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연초부터 선제 대응 차원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지난해 수준을 웃도는 2% 중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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