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가계대출 감소세에도 인뱅은 ‘공격적 대출 영업’

DSR 규제‧금리 인하 여파…저축은행은 대출 강화 ‘난감’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DB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와 달리 연초부터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출 시장의 또 다른 축인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과 저축은행 업계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신규 상품 출시, 금리 인하 등 공격적인 여신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인뱅과 달리 저축은행업계는 DSR 규제 및 총량 관리 등으로 벌써부터 공격적 사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규제로 연말 대출 절벽이 벌써부터 우려되는 상황에서 올해 대출 시장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공언한 인뱅 업계와 저축은행 업계가 연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4000억원)했다.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감소 규모는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 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89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3630억원 가량 감소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 역시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처럼 전반적인 가계대출 감소세 속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업계의 행보는 시중은행들과는 상반된다. 전반적인 대출 감소 추세 속에서도 양 측은 소폭이지만 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과 금융위에 따르면 1월 중 저축은행 업계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000억원 가량 늘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구체적인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대출 잔액 증가가 이뤄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출범 보름만에 대출이 중단됐던 토스뱅크가 연초부터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진행했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주력 대출 상품의 금리 개선등을 통한 전방위적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 측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인뱅 업계가 올해 공격적 여신 확대를 기대하는 반면,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연초 ‘반짝 특수’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월 은행 가계대출 추이. 자료. 한국은행.
1월 은행 가계대출 추이. 자료. 한국은행.

'반짝 특수' 우려하는 저축은행

그동안 저축은행 업계는 1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의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돼왔다. 지난해부터 1금융권인 시중은행 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중‧저신용자 뿐 아니라 고신용자 중 일부가 저축은행 등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1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로 줄어든 수요가 2금융권 대출 증가로 연결되는 소위 ‘풍선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약 6조3000억원 가량 증가하며 역대급 증가 폭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올해는 연초부터 대출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관리에 따른 시중은행 대출 감소세는 여전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이 받았던 ‘반사이익’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2금융권 DSR 기준이 지난 1월부터 평균 50% 수준으로 강화되며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캐피탈사와 함께 기존 90%에서 65%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기존에 연 소득 1억원의 직장인이 지난해까지 저축은행에서 연 소득의 90%인 9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면,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은 6500만원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올 한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금융당국이 권고한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10.8%~14.8%로 이는 지난해 목표치(21.1%)보다 최대 10%p 이상 축소됐다. 지난해보다 보수적인 대출 운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일단 업계 내부에서는 당초 금융당국이 약속했던 중금리대출의 대출 총량 제외 조치 시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금리대출이 총량에서 제외되면 대출 문턱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총량 규제에서 중금리대출이 제외되지 않으면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당장 이것 외에는 대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출시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출시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뱅크.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대출 강화’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올해 여신 확대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개인사업자 대출·주택담보대출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신규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우선 최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출시한 카카오뱅크는 △중도상환 수수료 한시적(1년) 면제 △최저 2%대의 금리 △비대면 방식의 접수 및 심사 등 편의성과 합리성을 무기로 앞세웠다.

특히 대출 신청부터 조회‧실행까지 카카오톡에서 대화하듯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는 대화형 플랫폼은 이번 카카오뱅크 주담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타행보다는 평균적으로 낮은 금리를 지속해서 적용해 나갈 것”이라며 “주담대뿐 아니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등 다양한 형태의 대출 상품을 지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뱅크의 상황도 예의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론칭 후 불과 보름 만에 대출 한도 소진으로 연말까지 대출 사업이 중단됐던 토스뱅크는 올해 첫 영업일부터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토스뱅크는 최근 국내 인뱅 최초로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상품의 최저 금리는 연 3% 초중반(변동금리), 최대한도는 1억원이다.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100%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인뱅 3사 로고. 사진. 각 사.
인뱅 3사 로고. 사진. 각 사.

이밖에 토스뱅크와 마찬가지로 상반기 중 개인사업자대출을 신규 출시할 예정인 케이뱅크는 늦어도 내달 중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현재 신용보증재단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인뱅의 경우, 시중은행보다는 다소 완화된 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부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신용대출에 치우쳤던 대출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된다면 올해 이자 이익 개선을 통한 실적제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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