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어두운 시니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년퇴직하고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아떻게 하면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이미지투데이
정년퇴직하고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아떻게 하면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이미지투데이

아버지가 은퇴하셨다. 가족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려와 종착역에 내리신 거라고나 할까? 게다가 일반적인 은퇴 나이인 만 60세를 훌쩍 넘기고 만 75세에 정년을 맞으셨다. 50여 년 조직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딸, 실업급여는 어떻게 타는 거냐?”

단 한 번도 실업급여를 타보신 적 없는 아버지. 고용보험이 도입되기 훨씬 전인 1986년에 마지막 다니던 회사에 입사했고, 올해 초 퇴사했으니 실업급여란 남의 일일 뿐이었다. 그사이 참 많이도 변한 세상. 우리 생활 전반이 인터넷 안으로 들어왔다. 실업급여를 받을 때도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 방문해야 하니 시니어에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실업급여는 퇴직일로부터 12개월 안에 신청해야 한다. 미루다가 전 직장에서 고용센터로 보내야 할 서류를 제대로 보내지 않는 등의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미리 준비해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좋다.

구직급여와 조기재취업 수당
실업급여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입사 지원하고 면접에 응하는 등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할 때 받는 구직급여, 구직기간 내 입사를 한 경우 받는 조기재취업수당이다. 단, 이 경우는 소정 급여일수 만료일 내 재취업 날짜의 바로 전날을 기준으로 남아 있는 급여일수가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 잔여일수가 그보다 적으면 조기 재취업 수당을 받을 수 없다. 그다음에는 취업이나 영리 목적의 사업을 12개월 이상 유지해야만 한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인터넷 교육. 고용보험 사이트 캡쳐.
실업급여 수급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인터넷 교육. 고용보험 사이트 캡쳐.

신청은 어떻게 할까?

우선 준비물이 있다. 스마트폰, 윈도PC, 통장 사본, 신분증과 사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워크넷과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미리 가입해 놓으면 조금은 일이 수월하다. 퇴사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전 직장에서 ‘보험 상실처리’와 ‘실업인정확인서’를 고용보험관리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퇴사 처리가 됐는지는 근로복지공단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라고 쓰면 근로복지공단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다. 우측 상단에 ‘개인’이라는 글씨를 누르면 로그인 창이 나온다. 공인인증서와 간편인증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서 로그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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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 사이트. 우측 상단 '개인'을 클릭하고 나면 공인인증서, 간편인증 로그인이 나온다.  로그인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려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근로복지공단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 사이트. 우측 상단 '개인'을 클릭하고 나면 공인인증서, 간편인증 로그인이 나온다.  로그인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려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시니어에게는 로그인부터 쉽지 않다

은행에서 받은 공인인증서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거나, 공인인증서가 들어 있는 외장하드가 따로 있으면 컴퓨터와 연결한 뒤 로그인하면 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접속할 수 있다. 이 또한 공인인증서나 간편인증을 한 후에 이용할 수 있다. 

말은 쉽다. 시니어가 근로복지공단이나 고용노동부 등에 접속하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다. 로그인부터가 어렵다. 스마트폰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시니어가 디지털 금융을 이용하는 빈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최근 기사를 보면 고령자의 86%는 은행에 직접 가서 금융 업무를 본다. 인터넷 혹은 스마트뱅킹 이용 대신 ATM을 이용해 현금 인출 수수료도 만만치 않게 지불하고 있다. 금융 업무에 쓰이던 공인인증서와 함께 간편한 인증 대안이 많이 나와 헷갈리게 만드는 수준. 어떤 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하다 포기하는 수도 있다. 

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징고용노동부 사이트 캡쳐
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고용노동부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다.

모르겠다 싶으면 전화 걸기
초반부터 기운 빼지 말고 전화로 전 직장에 물어보거나. 고용노동부 전화 1350으로 전화해보면 된다. 1350 대표전화도 연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니 회사에 물어보기를 택하자. 

웬만하면 퇴사 처리일 이후 3일에서 일주일 정도면 퇴직자 신분이 되기 때문에 실업급여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간혹 이직신청서 등이 고용센터로 넘어가지 않을 때도 있으니 꼭 확인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고용보험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워크넷(work.go.kr)에도 구직 신청을 한다. 고용보험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까는 이유는 PC 접속보다 이용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PC로 접속하면 또 공인인증과 간편인증 로그인에 발목 잡힌다. 

아버지가 제대로 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각자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전화로 로그인 방법을 알려드리고 이해하게 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냥 확인 누르고 체크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젊은 사람은 말하지만 그게 아니다. 너무나 쉬운 간편인증이 이렇게 어려운 줄 처음 알았다.

실업급여 대상자가 되면 수급 자격 신청자 온라인 교육을 받고 수료를 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1차 실업인정 집체 교육이 중단돼 이 과정은 힘들어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워크넷 사이트 가입 신청과 함께 구직 신청을 완료하고 워크넷 구직번호를 받았다. 워크넷 캡처.
워크넷 사이트 가입 신청과 함께 구직 신청을 완료하고 워크넷 구직번호를 받았다. 워크넷 캡처.

워크넷은 각종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구인 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워크넷에서 구직신청을 하고 반드시 구직인증번호를 발급받아야만 구직급여 수급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됐으면 신분증을 챙겨 사는 지역의 고용센터로 찾아간다. 상황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면 고용센터에 다녀온 다음 인터넷 업무처리를 해도 된다.

고용센터에는 민원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바닥에 동선 이용 경로를 표시해둔 곳이 많다. 고용센터 방문 첫날 구직급여 수급기간에 일을 맡아줄 담당 실업 인정창구가 배정된다. 

15일 이후 취업희망카드를 받기 위해 고용센터에 다시 가야 하는데, 그 전까지 구직자로서 해야 할 일을 적은 안내장을 나눠준다. 중요한 것은 이 기간에 구직활동을 대체하는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경우 온라인 교육을 듣지 못해 2차 방문 날 고용센터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했다. 혹시 온라인 교육을 빼먹었더라도 해결 방안은 있으니 이 부분에서는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취업희망카드까지 별 무리 없이 받았다면 실업급여 신청이 잘됐다는 의미다. 이후에는 잡코리아, 인크루트, 사람인 등 채용 사이트나 취업박람회를 찾아가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구직확인서 등을 PC에 다운받아 놓았다가 실업인정일에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컴퓨터 활용이 쉬운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다.

우여곡절 끝에 받아든 아버지의 취업희망카드.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우여곡절 끝에 받아든 아버지의 취업희망카드.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아버지가 받아온 취업희망카드에는 실업 인정과 관련한 세 가지 이행사항이 적혀 있다. 인터넷 활용이 용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1. 구직활동 1건 이상 ei.go.kr에 전송할 것.
2. 구직활동 1건 이상 1층 창구 출석.
3. 인정일 당일 고용센터에서 교육받을 것.


초기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9개월 동안 실업 인정을 위해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달에 한 번은 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아버지 스스로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좀 더 쉽게 알려드리고 싶어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에 상당히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콘텐츠를 찾아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 ‘친절한’ 설명이 아버지 세대에는 불친절했다. 회원 가입, 공인인증서, 간편인증에서 막혀버리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시니어들의 인터넷 이용이 과거보다 늘었지만, 유튜브 등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예전에 인터뷰로 만나봤던 오영환 시니어 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시니어들은 반복적으로 배우고, 대면 수업을 해야 디지털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퇴직자에게는 다 어렵다. 아버지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은퇴하신 회사 분은 퇴직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해본 일이 아니니 실업급여 수급 신청을 하러 갔다가 망신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나는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 헛걸음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었다. 결국, 그분 또한 자식 덕분에 실업급여 수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 실업급여를 받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주위 젊은이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누구든지 최근 실업급여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이면 더욱 좋다. 그리고 직접 고용센터에 찾아가 직원을 만나고, 실업급여 대상자 교육을 받는 게 편한 선택이다.

아버지 입장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해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실업급여를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적극적인 구직활동이다. 하지만 제2 인생까지 다 써버린 아버지가 일할 만한 자리가 없음에도 취업이 안 될 것을 각오하고 이력서를 내야 한다는 게 무의미해 보였다. 그 사이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기 위해 좀 더 의미 있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 


tip.  은퇴자 추천 자격증
은퇴를 하게 되면 원래 했던 직업이 아닌 그 나이에 맞는 직업을 찾아보기 마련. 시니어에게 추천하는 자격증을 정리했다.

숲해설가는 국립공원이나 수목원에서 숲에 얽힌 이야기나 식물에 관한 지식을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조경기능사
조경기능사는 국가기술자격으로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다. 도로 공사, 공원, 아파트 등 조경이 필요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 조경에 대한 기초를 다루는 자격시험으로 난이도가 낮고 응시 자격 제한이 없어 중장년층 인기가 높다. 필기와 실기 시험이 있고 1년에 4번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동화구연지도사
다양한 동화를 생동감 있게 들려주는 전문가로, 고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취득할 수 있고, 민간 자격증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단기간에 빠르게 취득할 수 있다.

숲해설가
자연휴양림이나 수목원 등에서 관람객에게 숲에 얽힌 역사나 식물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는 전문가이다. 31곳 양성기관에서 17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30시간의 실습과 평가, 이론과 실기평가 모두 7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산림청장이 발급하는 국가전문자격증이다. 

시니어플래너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노년층을 대상으로 미래 설계나 정서 관리를 종합적으로 해주는 라이프 플래너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노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지자체 복지관이나 요양보호시설에서 강사로 활동, 지자체 민간 교육기관에서 주는 자격증을 이수하면 활동할 수 있다. 고졸 이상 취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적성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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