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먹튀’ 류영준 내정자 사퇴 열흘 만에 조직 정비

잇따른 악재에 여민수 대표 연임→사임으로 입장 선회

컨트롤타워 CAC 수장애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 낙점

카카오는 20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남궁훈 센터장을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는 20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남궁훈 센터장을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

[데일리임팩트 최문정 기자] 카카오가 스톡옵션 대량매도 사태로 물의를 빚은 류영준 전 대표 내정자 사임 이후 열흘 만에 새 선장을 들였다.

카카오는 20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남궁훈 센터장을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당초 연임이 확정됐던 여민수 대표는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사회의 강도 높은 지적에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밝혔다. 조수용 현 카카오 공동대표의 경우, 올해 3월 임기를 끝으로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카카오게임즈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을 축적하고,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카카오의 미래를 준비해온 남궁 센터장을 대표로 내정했다”며 “카카오톡 다음 단계의 비전을 고민해야하는 시기에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구현할 최적의 리더라고 판단했다”라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한게임 창립 멤버로 NHN USA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이후 엔진과 다음게임이 합병하며 출범한 카카오게임즈의 각자대표를 맡아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 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카카오 공동체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선임돼 카카오 공동체의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먹거리 발굴을 준비해왔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가지고 ESG 경영에 전념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글로벌로 카카오의 무대를 확장하고 기술 기업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선임의 변을 밝혔다.

여민수 대표가 겸임하고 있던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AC) 센터장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가 낙점됐다. CAC 센터는 카카오의 새로운 컨트롤타워다. 카카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김성수 대표가 CAC 센터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사임을 하는 것은 아니”라며 “김 대표가 CAC 센터장과 카카오엔터대표를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센터장은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카카오 공동체의 전략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경영진과 임직원들로 인해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윤리의식 강화와 같은 다양한 방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카카오가 공동 체제에서 단독체제로 변경하고, 본사와 컨트롤타워 수장을 모두 바꾸면서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궁 대표 내정자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인물인 만큼, 김범수 의장의 색깔이 더욱 분명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장은 100명의 최고경영자(CEO)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보장해줬다. 벤처기업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성장통을 앓고 있다. 계열사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통이 부재해 중복되는 일이 적지 않다. 성장 중심주의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애사심이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경영진들의 먹튀 논란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예상 밖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김 의장의 색깔을 버리지 않는 한 카카오의 근본적인 혁신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김범수 의장은 쇄신을 재차 약속했다. 그는 “카카오가 오랫동안 쌓아온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해 보았다”며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던 미래지향적 혁신과, 지금의 카카오 규모에 요구되는 시스템 구현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미래 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는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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