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이미 신규 대출 중단, “내년에도 상황은 비슷할 듯”

시중은행과 동일 규제는 문제…‘업권별 차이 고려해야’ 지적도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DB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 26일 발표된 가계부채 추가 대책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그동안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업계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미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주요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이러한 ‘대출 조이기’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업계와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저축은행 업계는 연말까지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 업계와 저축은행 업계의 대출 총량 관리 필요성에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양측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신규 취급 중단 및 한도 축소 등의 조치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뱅-저축은행’ 대출 절벽 심화

실제로 인뱅과 저축은행의 대출 총량 증가세는 매우 가파른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부터 고신용 신용대출 및 직장인 사잇돌대출, 일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의 신규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했다. 다만, 전·월세 보증금 대출은 가계대출 총량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재개됐다.

비교적 대출 여력이 남아있다고 평가를 받는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한도를 1억5000억원,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이달 초,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화려하게 데뷔한 토스뱅크는 오픈 후 채 1주일도 안돼 신용대출 신규 취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정한 대출한도 총량(5000억원)을 이미 소진했기 때문이다.

당시, 토스뱅크는 대출한도를 8000억원으로 늘려달라 금융당국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따라 토스뱅크는 내년 1월부터 대출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저축은행 업계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이 정한 저축은행 업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21.1%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 업계의 가계대출 잔액은 36조87억원으로 전년 말(31조5947억원) 대비 약 4조4000억원이 늘었다.

그간의 증가세와 증가율 목표치를 적용하면 현 시점에서 연말까지 저축은행 업계가 집행할 수 있는 추가 대출 여력은 불과 1조원 남짓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출 규제가 지속될수록 인뱅 그리고 저축은행 업계가 받는 타격은 시중은행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인뱅 3사 로고. 사진. 각 사.
인뱅 3사 로고. 사진. 각 사.

업권별 특성 고려한 규제 적용도 필요

인뱅 업계의 가장 큰 수입원은 신용대출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지난 상반기 기준 전제 대출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비교적 뒤늦게 시작한 주택담보 및 전세 대출의 비중은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가계대출보다 비교적 안전하고 규모가 큰 기업 대출 및 공공 대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중은행의 구조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시중은행은 대출 이자 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격적으로 ‘비이자’ 또는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다소 타격은 있겠지만, 사업을 영위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뱅 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대출 조이기 기조가 유지될수록 이자 수익원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신용대출에 따른 이자 수익이 전체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인뱅 업계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연간 취급 가능한 대출 총량에서도 수조원에 달하는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가 어렵다.

특히 금융당국은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 강화의 목적으로 실수요자 대상의 전세 대출,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대면 심사’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대면,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태동하고 성장한 인뱅 업계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 같은 규제가 지속되면 아무래도 새로운 대출 상품 출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일단 최근 개발한 주택담보, 전·월세, 기타 신용대출 상품들은 사실상 출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인뱅 업계는 현재 상황을 중금리대출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고금리 신용대출 대신 중금리대출 상품을 확대해 금융당국에 보고한 ‘중금리대출 목표 비중’도 맞추겠다는 것이다.

한편, 저축은행 업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유입된 중‧저신용자들 대상 중금리대출을 큰 폭으로 늘렸지만, 당시 선택이 오히려 신규 대출 중단이라는 역풍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비중은 33%다. 지난 2019년 14.6%보다 2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법정 최고금리의 하락, 그리고 중금리대출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 지원 등의 영향으로 중금리대출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국내 중금리대출 시장 진입에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적극 나서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한 저축은행 영업점 내 모습. 사진. DB

하지만 올해 정부가 중금리대출을 대출 총량에 포함하면서 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로 현재 약 10여 곳의 저축은행이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빅3로 분류되는 SBI, 웰컴, OK저축은행도 일부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의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상당수 은행은 신용대출뿐 아니라 중금리대출도 신규 가입을 중단했거나 중단을 검토 중”이라며 “시중은행과 똑같은 잣대로 규제를 하다 보니 실질적인 피해는 대출이 가장 필요한 중‧저신용자 고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인뱅과 저축은행은 업권의 특성을 고려해 시중은행과는 차별화된 규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금융당국은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입을 빌려 ‘동일 기능 동일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간 특성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기존 금융사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게 당국의 의지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보호를 외치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중‧저신용자 및 일부 고객층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각 업권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규제는 업계의 혼란과 불만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며 “대출 총량 규제를 적용하되, 각 업계의 규모 및 건전성을 고려해 목표치 및 총량 한도를 완화하는 방법도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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