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플팻폼, 망 무임승차 등 지적…“트래픽 만큼 돈 내야”

“M&A, 글로벌 기업 대응할 방법…공정 경쟁 마련해달라”

김범위 카카오 이사회 의장(맨 오른쪽)이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 출석해 일어선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김범위 카카오 이사회 의장(맨 오른쪽)이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 출석해 일어선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1일 "플랫폼 규제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혀 주목된다.

이번 국감에서 상임위마다 플랫폼 규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야 막론하고 의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특히 이날로 세 번째 국감장에 선 김범수 의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질의는 ‘망신주기’ 라기 보다는 오히려 ‘훈계’에 가깝게 진행됐다. “조직문화가 재벌대기업보다 못한데도' ‘국가가 도와준 것도 없는데 되게 간섭하네’ ‘돈 좀 내서 상생하지’ 등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택시, 대리운전 말고도 항공, 바이크, 주차, 시외버스까지 온갖 서비스를 다 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카카오T를 보면 ‘카카오 독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등 비판도 나왔지만, 상생에 대한 당부가 주를 이뤘다. 

이전 국감과는 다른 분위기에 두 창업자도 IT플랫폼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특히 구글·애플·넷플릭스와 같은 세계적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가 국내 플랫폼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 나란히 증인으로 출석한 두 창업자는 플랫폼 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힘줘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는 “기존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네이버의 사회적 사명”이라며 “매출액 대비 투자가 제일 많은 회사인 만큼 메타버스, 5G 로봇을 기반으로 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웹소설 1등 업체를 인수하고, 유럽 인공지능(AI) 연구소와 스페인 전자상거래 기업 인수에도 참여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았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카카오가 수익을 낸 지 2~3년밖에 안 된 시기여서 적극적인 투자가 미흡했다”면서도 “2~3년전부터 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서 어느 회사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이나 미국, 동남아 쪽에서 성과를 내면서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거점 확보 단계까지 다다랐다”며 “내년 이쯤부터는 글로벌에서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두 창업자 모두 소상공인과의 상생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해진 GIO는 “제가 알고 있는 한 매출 커졌다고 (전자상거래) 수수료를 더 받거나 하지 않았지만,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며 “소상공인과 여러 협력을 해왔지만 아직 미진한 점이 많은 만큼, 더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깊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범수 의장은  “플랫폼 활성화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혜택을 본다고 생각하고 있고, (플랫폼 사업에 따른) 이익을 독점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미흡한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각 CEO들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계열사별 최고 경영자가 밀도있는 논의를 통해 구체적 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창업자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해외 플랫폼 기업과 비교해 망 시용료나 규제 등에서 역차별 받고 있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700억~1000억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구글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망 중립성을 근거로 들어 트래픽 유발에 따른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이해진 GIO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에 부끄럽지만 시장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동통신사보다 못한 수익 내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 스타트업 인수,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하는데 (플랫폼 규제로 인해) 경쟁력이 저하돼 그나마 있는 시장도 잃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인터넷, 메신저, 메일은 사회 인프라 같은 면이 있어서 국가가 주도권을 가지는 게 중요한데, 코로나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여러 대응하면서 일조할 수 있던 건 자국 서비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국내 기업 규제로 바뀌어 역차별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도 언급했다. 

특히 이 GIO는 “우리가 망 비용을 낸다면 우리보다 (트래픽을) 훨씬 많이 쓰는 해외 기업도 그에 맞는 비용을 내야 공정한 경쟁”이라며 “(국회에서) 역차별 문제를 막아준다면 기술개발을 더 열심히 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 또한 네이버·카카오의 성장 방식을 해외 플랫폼 기업과 동일선상에 놓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플랫폼 규제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의 선계약 후공급 구조에 대해 “플랫폼 구조보다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오징어게임이 성공해도 그 이상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 구조를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로 되도록 합의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서비스 업체와 통신사간 관계가 어떤 식으로 구성돼 있고 어떤 계약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 의견을 내기 어렵지만, 공정한 인터넷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의원님께서 힘 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판받는 경영방식에 대해서도 “글로벌 기업의 엄청난 규모와 인력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이 한국 열정 있는 스타트업과 함께 하는 거였고, (사업 초기) 250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M&A를 했다”며 “스타트업이 카카오의 트래픽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조성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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