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 후퇴, 실적 피크아웃 우려로 상승모멘텀 가물가물

시장 질적 성장을 위한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논의 시작해야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 한국거래소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 한국거래소

[데일리임팩트=조태진 경제부장(부국장)]꺾이지 않을 것 같았던 코스피의 상승세가 ‘3000 안착’ 즈음에서 주춤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된 유동성 장세가 수그러들면서 지수 3000포인트가 지지선이 아닌 저항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헝다 사태로 촉발된 대륙 리스크에 미국의 조기 유동성 흡수 움직임이 조기 구체화된데 따른 것인 만큼 분위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투자자들도 호재보다는 악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원자재값 상승이 야기하고 있는 반도체 대란이 도미노 실적 악화로 연결된다는 시나리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유동성 장세의 후퇴 속에 기업 펀더멘털이 분위기 전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형국이니 중기적으로 시장이 기댈 곳이 마땅찮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얼마 전 만난 증권가 베테랑이 들려준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심상찮은 중국 경제의 위기 신호를 한국 증시 호재로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중국 경제 성적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기대로 연 8%를 훌쩍 넘을 것이라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대륙 곳곳의 전력난, 원자재 대란, 헝다 사태 등 ‘복합 악재’에 사실상 막혔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4% 수준에 그친데 이어 4분기에는 3%도 위태롭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에게 이 같은 흐름은 비우호적이다. 증시 베테랑의 생각은 복합적이었다. 그의 시선은 모건스탠리(MSCI) 선진국지수 비중 조절 가능성에 맞춰져 있었다.

요약하면 MSCI 선진국지수 내 중국 비중 축소 이상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그 반사 효과를 한국이 차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 지난 2014년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서 탈락한 뒤 그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MSCI 선진국지수에 들어가게 되면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종목 구성(포트폴리오) 변경으로 최대 60조원의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유동성 위축 우려에 흔들리고 있는 한국 증시가 재탄력을 받는 데 충분한 유동성이 아닐 수 없다. 중국 경제위기 여파를 뛰어넘는 수급 호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 6월 MSCI는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에 다시 퇴짜를 놓았다. 올해에는 편입 불가 이유로 역외 외환(현물) 시장 부재, 영문 자료 부족, 외국인 투자자 등록의무 등에 더해 공매도 규제를 추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민감해하는 부분인 공매도 규제는 MSCI가 그리 크게 주목하지는 않는다. 관찰대상국 지위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역외 외환시장 부재다. 쉽게 말해 24시간 동안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23개국 모두 역외 외환시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MSCI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IMF외환위기라는 큰 수렁에 빠진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외환시장 전면 개방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IMF 트라우마’는 비생산적인 유물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최근 한국이 발행한 외국환 평행채권에 부여된 가산금리가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발행했는데 7억달러 규모로 나온 3.25년 만기물의 경우 미국 국채 3년물 금리에 15bp(0.15%) 역대 최저 가산금리가 더해졌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환시장 개방에 따른 환율 변동 취약성을 20년 전 상황에 빗대 지레 움츠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코스피시장 질적 성장 밑거름으로 작용할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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