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클리닝,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해 오존 · 미세먼지 만드는 주범 지적도

유기용제 노출 근로자, 피부질환·간 손상, 혈액질환 등 각종 질환 유발할 가능성 주목

드라이클리닝 VOCs 배출량은 낮지만 축척되면 안좋아....친환경공법 '웻클리닝' 관심

드라이클리닝을 할때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대기오염, 세탁업 종사자에 미치는 영향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한 그림. 디자인=데일리임팩트 김민영 팀장.
드라이클리닝을 할때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대기오염, 세탁업 종사자에 미치는 영향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한 그림. 디자인=데일리임팩트 김민영 팀장.

'의식주(衣食住)'에서 의(衣)가 맨 앞에 있다는 것은 옷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옷을 세탁하는 일은 이미 우리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일상(日常)이 됐다. 청결이나 위생 혹은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위해 누구나 세탁을 한다. 세탁은 빈부·종교·성별·인종 등을 뛰어넘는 보편적 행위이기도 하다. 옷을 옷답게 만들어주고 더 오래도록 입을 수 있도록 보존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세탁(洗濯)이다. 창업 업종 선호도에서 세탁업이 상위권에 오르내린다는 것은 세탁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됐음을 뜻한다. 특히 1~2인 가구와 맞벌이 인구 증가, 친환경에 대한 관심 제고 등으로 새로운 세탁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세탁산업은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데일리임팩트는 국내 세탁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요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세탁업의 미래까지 진단하는 ESG기획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전통적 세탁방식인 드라이클리닝이 환경과 세탁업 종사자들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물과 특수세제를 이용한 웻클리닝(Wet-Cleaning)이 새로운 친환경세탁공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람들은 주로 새 옷을 구매하거나,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옷 관리를 위해 세탁소를 찾아 드라이클리닝을 맡긴다. '건식세탁'으로 불리는 드라이클리닝은 물과 세제가 아닌 '유기용제(Organic Solvent)'라는 액체형 기름을 활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세탁방식이다. 유기용제는 기름때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되기 떄문에 휘발성과 가연성이 강하다. 따라서 찌든 때를 빼는 등의 세탁효과는 매우 높다. 하지만 친환경이나 건강 친화적 세탁방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대다수 세탁소는 유기용제로 '석유계 용제'를 사용한다. 석유계 용제란 원유를 정제해 얻어지는 탄소 혼합물을 뜻한다. 석유계 용제는 용제 가격 뿐 아니라 세탁기계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 대다수 세탁소가 애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세척력이 강한 퍼클로로 에틸렌(Perchloroethylene, PCE)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휘발성이 강한 유기용제는 드라이클리닝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발생시킨다. 일반적으로 드라이클리닝은 보통 건식세탁과 건조 2가지 과정으로 이뤄진다. 특히 건조과정에서 유기용제가 뜨거운 바람을 받으면,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휘발성 물질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옷에 묻게되는데 이것이 흔히 세탁소나 드라이클리닝한 옷에서 나는 퀴퀴한 석유 냄새의 원인이다.

문제는 이 VOCs가 세탁업 종사자의 건강과 주변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유기용제 노출 근로자의 직업병'이란 논문에는 벤젠 등 유기용제에 노출된 근로자에게서 피부질환, 급성중추신경계 중독, 간·후각기능손상 등 총 10여가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드라이클리닝 과정에서 벤젠과 같은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세탁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VOCs가 공기 중에 퍼져 질소산화물 등 일부 화합물과 결합해 오존이나 미세먼지로 전환돼 환경과 건강에 상당한 피해를 줄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표된 환경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체 국내 대기오염물질(VOCs)배출량 가운데 세탁업계에서 배출된 VOCs는 약 2%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 VOCs 측정 방식에 세탁물 양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실제로 세탁업 과정에서 생성되는 VOCs 배출량은 더욱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소규모 세탁업장 내 드라이클리닝 건조기에 '유기용제 회수기'를 설치한 곳도 매우 드물다. '유기용제 회수기'란 드라이클리닝 건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배출을 막고 유기용제를 재활용하는 기구다. 하지만 대다수 소형 세탁업장은 비용 부담과 유기용제 회수기로 인한 화재 가능성 등을 이유로 회수기 설치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건강과 환경을 위해 드라이클리닝 유기용제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12월 드라이클리닝 시 사용되는 유기용제 PCE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위험평가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대기환경청(CARB)은 캘리포니아 주 내 모든 PCE 드라이클리닝 기계를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2022년 말까지 주거지역 내 PCE 드라이클리닝 기계를 단계적으로 폐기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드라이클리닝을 통한  VOCs 과다 노출로 인한 근로자 사망이나, 환경에 미치는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관련 논문이나 공식적 통계 조차 없을 정도로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연구 등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 VOCs 배출량 통계에서 보듯 드라이클리닝을 통해 배출되는 VOCs는 비교적 소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VOCs가 배출되는 환경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인간 수명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세탁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세탁업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분들 가운데 70대 중반을 넘기시는 분들이 드물 정도로 전반적으로 수명이 짧은 편"이라며 "아마도 드라이클리닝시 발생하는 VOCs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인체에 쌓이는 바람에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하는 추론도 가능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조영민 경희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드라이클리닝 시 발생하는 주요 VOCs인 데칸(Decane), 노난(Nonane) 등은 벤젠, 염화비닐 등 발암물질 보다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유기화합물이기에 모두 몸에 해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유기화합물은 공기 중 물질과 결합해 코점막에 자극을 준다거나 오존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이에 따라 환경과 인체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친화적· 옷 손상없는 '웻 클리닝' 세탁공법 주목

드라이클리닝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고, 세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찾기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예 용제를 물로 사용하는 '웻클리닝(Wet Cleaning)' 세탁공법이 주목받는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웻클리닝이란 물과 특수세제를 활용해 환경과 근로자 건강에 피해를 주지 않는 친환경 세탁방식이다. 일부 웻클리닝 전문업체는 전용 세탁 장비와 생분해성 특수 세제, 특수 건조 및 피니싱 공정을 통해 옷의 변형까지 방지함으로써 세탁품질면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전통적 세탁방식인 드라이클리닝을 대체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웻클리닝에 주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만 친환경세탁법인 웻클리닝이 국내 세탁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의류업체의 워셔블 의류제작 확대는 물론 드라이클리닝에 비해 낮은 생산성을 높여야 하며, 웻클리닝 전용 세탁기기 구매비용 지원 등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국세탁업중앙회 관계자는 14일 데일리임팩트에 "웻클리닝은 세탁 품질을 유지하면서 환경과 건강을 고려하는 친환경 공법"이라면서도 "국내 세탁소에 웻클리닝을 확산하기 위해서는의류제조업체들이 옷 제작단계부터 워셔블(물세탁) 섬유로 제작하는 등 세탁업계 뿐 아니라 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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