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난지원금 신청자수 대비 올해 10배이상 껑충 뛰어

연간 가맹점수 목표치(120만개)도 조기 달성…..성장세 눈길

제로페이. 사진. 구혜정 기자.
제로페이. 사진.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5차 정부 재난지원금 대상자가 된 직장인 A씨는 지원금 수령을 앞두고 지불수단으로 ‘제로페이’를 선택했다. 이전 재난지원금 수령 당시, 신용카드를 선택했던 A씨는 ‘수수료 0%’라는 제로페이 플랫폼 특성에 매료돼 이번에는 제로페이를 통해 지원금을 받았다.

A씨는 “소비심리를 활성화하고,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재난지원금의 본래 취지에 따라 제로페이를 선택했다”며 “가장 먼저 동네 약국에 가서 그동안 미뤄왔던 영양제를 구매할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부가 제5차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을 시작하면서 국내 소상공인 간편결제 플랫폼 ‘제로페이’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전 지원금 수령자들이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기존 결제 플랫폼을 선호했던 것에 비해, 유독 이번 5차 지원금에서는 제로페이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이라는 재난지원금 취지와 기존 카드 플랫폼 대비 낮은 수수료율이라는 제로페이의 특성이 맞물려 이번에 제로페이가 상당한 흥행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재난지원금을 계기로 그동안 빅테크 주도의 간편결제 플랫폼 사이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제로페이가 ‘대세 결제 플랫폼’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재난지원금 ‘대세 플랫폼’ 되나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하 한결원)이 운영하고 있는 제로페이를 통해 5차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인원은 이전 가입자 대비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실제로 올해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첫날, 접수 신청 2시간 만에 제로페이를 통한 신청자 수는 1만6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재난지원금 신청 당시, 첫날 제로페이 신청자수(1600명)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수료 절감을 통해 소상공인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상생의 키워드에 소비자들이 공감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는 국민지원금은 연 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소비를 통한 상생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게 한결원 측의 설명이다.

한결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히 이번 국민지원금을 통해 발생한 결제 수수료 수익 전액을 소상공인을 위해 환원할 예정”이라며 “소상공인 및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및 홍보 등을 위해 국민 참여를 통한 아이디어도 공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로페이는 소위 ‘관치 플랫폼’이라는 오명을 벗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결원측에 따르면 지난 9월 13일 기준 전국 제로페이 가맹점은 120만개(120만7168개)를 넘어섰다. 지난 2021년 7월 가맹점 10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불과 2개월 만에 120만개 가맹점을 돌파한 것이다. 특히 이는 한결원이 연초 밝혔던 연간 가맹점 목표수(120만개)를 조기 달성한 것으로 눈길을 끈다.

가맹점의 상당수는 연 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가맹점이다. 한결원은 그동안 소상공인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지역 내 골목상권과 전통 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현재 소상공인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결원 측에 따르면, 전체 제로페이 가맹점 가운데 음식점이 29만7000여개로 가장 많았고, 생활 및 교육업이 23만개, 편의점 및 마트가 10만여개로 뒤를 이었다.

한결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밖에 편의점, 동네 마트, 병·의원, 약국, 미용실, 실내 체육센터 등까지 다양한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사진.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직불 결제 비중 확대 시급

제로페이가 지금의 성장세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진통도 있었다. 사실 제로페이는 론칭 초기부터 ‘관치 금융 플랫폼’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는 높은 수수료로 고통을 호소해온 소상공인들을 위해 수수료가 낮거나 없는 플랫폼을 키워드로 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기존 카드, 핀테크 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간편결제 플랫폼 시장에 지방자치단체가 뛰어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굳이, 서울시가 민간기업과 간편결제 플랫폼 시장을 놓고 경쟁과 대립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도 이어졌다.

실제로, 론칭 초기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애초 서울시는 제로페이 출시 첫해(2019년)의 목표 결제금액으로 8조5000억원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 2019년 제로페이를 통한 결제금액은 540억원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제로페이는 실패한 사업’이라는 다소 이른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로페이가 서울시가 아닌 민간단체(한국간편결제진흥원)로 사업이 이관되면서 본격적인 성장세가 시작됐다. 모바일결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첫 스텝을 넘어, 본격적으로 다양한 모바일결제 사업과 플랫폼을 론칭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울시 주도의 사업이었던 제로페이는 이제 전국 주요 지자체에서도 활용하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부산, 창원, 전남, 전북, 대구, 춘천, 강원 등 대표 지자체와 도시에서 제로페이 플랫폼에 근간한 지역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결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 3년여간 공공의 성격을 띠고 있는 제로페이의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길을 닦았다”며 “보다 다양한 민간 업체와 서비스가 지금까지 열심히 닦아놓은 길을 이제는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물론, 제로페이에도 숙제는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점은 ‘지역사랑 상품권’에 치우쳐있는 결제 수단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지역 상품권을 통해 발생한 거래 규모는 전체 결제금액의 80%가 넘는 6120억원 수준이다. 애초 제로페이가 계좌이체 기반의 ‘수수료 절감 결제 플랫폼’을 지향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다소 기형적인 비중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계좌이체를 활용한 직불 결제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제로페이의 당면 과제”라며 “제로페이가 추구하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꾸준히 홍보하고 고객들 역시 보다 쉽고 편하게 제로페이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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