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후 4일 간 은행권 예금 잔액 8조원 증가

5대 시중은행 모두 기준금리 인상분 반영 마무리

"금리인상의 긍정적 효과는 시간 걸릴 듯" 견해도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 각 사 제공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 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한국은행이 1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0.25%p)한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금융시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거대한 머니무브(Money Move)가 발생하며 시중은행에 자금이 몰렸고, 가계 빚 증가세 역시 금리 인상의 간접적 영향을 받으며 한 달 사이 반 토막이 났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기대했던 긍정적 효과가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이후, 시중은행에 정기예금 증가액은 8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임팩트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료를 집계해본 결과, 지난달 말(8월31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규모는 632조69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동기 대비 7조94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이자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증가폭이다.

‘머니무브’ 가속화 전망

특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정기예금 잔액의 증가세는 이전보다 가팔라졌다. 실제로 신한은행을 제외한 KB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514조 730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25일 당시 정기예금 잔액이 513조 504억 원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불과 이틀 만에 1조 680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를 막기 위한 신용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시중의 유동자금이 다소 금리가 오른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주요 시중은행들은 순차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신한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5%p 올린 것을 시작으로 우리은행도 연 0.25%p(예금), 0.30%p(적금)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하나은행도 오늘(3일)부터 정기예금은 최고 연 0.2%p, 적금은 연 0.3%p까지 금리를 인상한다. KB국민은행도 0.15∼0.40%p(수신금리 기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린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한국은행측이 올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예‧적금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올 연말까지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0.91% 수준이다. 기준금리 상승 여파가 시중은행 예·적금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달 말에는 연 1%대 재진입도 유력하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해 5월 1%대(1.07%)를 기록한 후 0%대를 유지해온 바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대출 증가세도 둔화,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이후 지난 1주일간 머니무브 못지않게 눈에 띄는 현상은 바로 가계 빚의 증가세 완화다. 기준금리 인상 이전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규제안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면서 8월 한 달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월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3조5068억원 늘어난 698조 81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기록했던 지난 6월 대비 7월 증가액(6조 2009억원)보다 약 43% 감소한 수치다.

다만, 이러한 감소세를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월 말(26일)이었던 데다, 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의 시도 역시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 등 대형 공모주 청약으로 대출 증가세가 정점을 찍었던 7월과 지난달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6월 대비 7월 대출 증가규모(6조원)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대어급 공모주 청약이라는 이벤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었다”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계대출 억제, 부동산 가격 하락 등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기준금리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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