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반려동물' 등 맞춤형 상품으로 차별화 시도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 뒷받침‧…성장 지속될 듯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고심하고 있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신탁 금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자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상황에서, 비이자 부문 강화 전략의 하나로 신탁 상품 개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신탁 상품이 은행 내 ‘고수익 비이자’ 수익원으로 분류된 만큼, 상품 다양화를 위한 은행업계의 노력도 지속될 전망이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신탁 상품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탁이란 재산 및 재물을 수탁사에 이전하거나 처분하기 전에 은행, 증권사, 신탁회사 등 금융사에 이를 위탁해 관리‧운용하게 하는 제도다.

안정적이면서도 풍부한 금융 노하우가 있는 금융사에 재산을 미리 맡겨 불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꾸준히 신탁 가입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신탁 상품을 운용하는 국내 금융사의 수탁 총액은 약 1089조 3000억원에 달한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1년 말 기준 수탁 총액이 415조7000억원다는 점과 비교하면 무려 2.5배 이상 급증(674조원)한 셈이다.

특히 신탁 시장에서 은행업계의 행보는 주목해볼 만하다. 현재 신탁시장에서 은행업계는 ‘큰 손’으로 분류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신탁업 점유율은 은행이 43.9%로 가장 높았다. 부동산신탁사(28%), 증권사(26.5%), 보험사(1.6%)가 그 뒤를 이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비이자이익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은행들은 새로운 먹거리 차원에서 신탁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며 “은행들이 보유한 전국적 영업망과 자산가에 특화된 ‘프라이빗뱅크(PB)’ 부문 노하우가 신탁 시장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 각 사 제공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 각 사 제공

실제로 최근 은행업계에서는 기존 자산가, 노령층, MZ세대 등 다양한 고객층 대상의 맞춤형 신탁 상품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최근 고객의 종합자산관리와 세대 간 자산의 안정적 이전을 위한 통합 상속설계 브랜드 ‘KB위대한유산’을 운영 중이다.

‘KB위대한유산’은 기존 상속·증여 관련 신탁상품과 전문 상담을 포괄하는 자산승계 서비스다.

이를 위해 KB국민은행의 전문가 그룹은 안정된 노후생활과 재산증식을 위한 종합자산관리와 사전 상속설계를 통해 미리 지정한 사후수익자에게 안전하게 자산승계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또, 위탁자와 사후수익자의 연령‧재산 상황‧가족관계 등을 고려한 1:1 맞춤형 상속설계 및 상속 관련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문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고객 맞춤형 신탁 상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신한 S Life Care 상조신탁’을 통해 신탁 시장 공략에 합류했다. 해당 상품 이용 고객은 상조회사를 사후수익자로 지정해 은행에 금전을 신탁하면, 본인 사망 시에 유가족이 상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유가족은 가입자가 납입한 금전으로 상조서비스 비용을 결제할 수 있어 다소 부담을 덜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신탁 서비스를 활용하면 최근 일부 상조회사에서 벌어진 휴·폐업 및 계약 미이행 논란을 피해 고객의 납입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하나은행도 지난해 출범한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최근 확대‧개편해 상속증여, 개인과 기업의 종합자산관리는 물론 시니어주거신탁, 치매안심신탁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신탁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사진. 하나은행.

특히 하나은행은 세월호 사고로 부모를 잃은 미성년 자녀, 천안함 희생자의 자녀들을 위해 마련된 보상금과 보험금, 국민성금을 신탁을 통해 투명하게 관리하며 ‘신탁 사업을 통한 공익적 행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고객의 재산을 지정된 상속자에게 안전하게 승계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플러스 우리안심신탁'을 선보인 데 이어, 올 초에는 신탁부 산하에 신탁 상품 및 서비스 고도화 전문 조직 ‘뉴트러스트팀’도 신설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향후 더 많은 은행들이 신탁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자연스레 사후를 대비한 재산 신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신탁 상품으로 몰리는 것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당국 역시 신탁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탁재산 범위 확대와 특화상품 개발을 지원해 신탁 사업을 노년을 위한 ‘종합재산관리제도’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신탁업 종합재산관리 기능 강화 방안’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신탁시장이 자산의 ‘안전한 보호’가 아닌 금융권의 투자 수단으로 사용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신탁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대다수가 부동산신탁, 주가연계신탁(ELF) 등 자산을 맡겨 운용수익을 노리는 ‘금전신탁’에 치우쳐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융당국이 앞장서 신탁 시장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금융사들도 ‘노후 자산관리 및 사후 재산 증여’라는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선 그만큼 다양한 상품이 우선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