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전경련 등 36개 경제단체 건의

중대산업재해 ㆍ시민재해 규정 전부 포괄적이고 불분명 지적

한국경영자총협회 로고. 제공. 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로고. 제공. 경총

[데일리임팩트 최문정 기자] 국내 경제 단체가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법안의 양대 축인 중대산업재해와 시민재해 규정 모두 의무내용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법안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고, 불합리한 처벌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제정안이 필수라는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36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는 23일 공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경제계 공동 건의서’를 법무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관계부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제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모두 경영책임자 의무내용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의무주체인 기업이 명확한 기준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많은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를 밝혔다.

그는 이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의 취지는 달성하면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사업장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한 경영책임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존재하지 않도록 시행령 제정안의 보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건의서는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중증도 마련 △공중이용시설 적용기준 개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내용 명확화 △‘안전·보건 관계 법령’ 범위 구체적 명시 △안전보건교육 수강대상 기준 신설 △시행일 유예 특례규정 신설 △종사자 과실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경영책임자 면책 규정 신설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지원규정 마련 등 총 8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경총 등은 질병명이 특정되지 않은 제13호의 포괄적 기준은 삭제하고, 제22호와 제24호에 언급된 ‘공기 중 산소농도 부족 장소’와 ‘덥고 뜨거운 장소’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 대상으로 한정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일반 시민들의 이용이나 접근이 제한되는 프로판충전소, 국가중요시설, 선박건조 관련 안벽 등이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적용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령에 사용된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문언들은 삭제하고, 산안법 등의 기존 법률과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규정의 수정·삭제를 요청했다.

경제계는 관계 법령의 불특정으로 인한 현장 혼란과 감독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보건 관계법령’은 종사자에 대한 중대산업재해 예방 법률인 산안법에 한정할 것도 주장했다.

유죄 확정 없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만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교육 수강을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신 시행령에 교육대상 규정을 신설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자는 대안을 냈다.

정부의 시행령 입법지연, 경영책임자 의무이행을 위한 산업현장의 준비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내년 1월 27일부터 의무준수를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에 따라 부칙에 기업규모별로 유예기간을 두는 특례규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법률상 모호한 경영책임자 개념과 의무내용을 구체화하고, 종사자 과실이 명백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기업과 경영자가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관련규정의 신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재해 범위는 법 제정 취지와 경영책임자 역할을 고려하여 중대산업재해로 한정하고, 이행 조치는 대책수립 내용을 경영책임자가 보고받아 점검할 것”을 주장했다.

한편, 경제계는 “중소규모 사업장은 인력과 자금 상황이 열악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 의무준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고용과 경영유지가 한계에 이른 만큼, 기업의 책임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구체적 지원규정도 시행령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지원책으로는 △업종과 기업규모를 고려한 가이드라인 마련 △중소규모 사업장 현장컨설팅·지도 △30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외부 전문기관 위탁 지원 등을 언급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정부의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 없이 경영책임자만 형사처벌을 받는 부작용 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산업계 의견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법률개정 없이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경영책임자 의무와 과도한 처벌은 근본적 문제해결이 불가하므로, 빠른 시일 내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재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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