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설비 확충에 3조3000억원 투자…생산능력 2배로

삼성D, OLED 브랜드화에 맞대응…양사 전선 확대 전망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미디어SR 변윤재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앞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시 “초대형부터 중형까지 다양해진 제품 라인업과 늘어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시장지배력 확대와 수익성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TV를 넘어서는 다양한 수요처 발굴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에 집중하며 ‘OLED는 LG’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올 초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Samsung OLED’라는 새 브랜드를 발표한 데 이어, 올 4분기 TV용 OLED 패널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양산을 공식화하며 OLED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3조원대의 투자를 통해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을 대폭 늘려 전체 OLED 시장지배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물’ 들어온 OLED…주도권 노리는 삼성D 견제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중소형 OLED 시설에 향후 3년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자기자본 대비 25.91% 수준의 대규모 투자다. 

이에 따라 2024년 3월 말까지 경기 파주 사업장에 6세대(기판 크기 1500㎜×1850㎜) 중소형 생산라인을 확충할 예정이다. 증설이 끝나면 중소형 OLED 생산 능력은 월 3만장 수준에서 6만장 규모로 2배 가량 늘어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7년 대형 및 중소형 OLED 생산설비에 7조8000억원을 투자하며 시장 확대를 꾀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자기 자본대비 57.9%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밀려 수익성이 악화됐다. 결국 2019년 9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전 대표이사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안고 사퇴한 뒤로도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OLED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목표와 달리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LG디스플레이의 9인치 이상 OLED 시장점유율은 84.4%에 달한 반면,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15%에 머물렀다. 

중소형 OLED는 스마트폰·태블릿·스마트워치 등 IT 기기부터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 탑재된다. 삼성전자·애플·HP·델·레노버·아수스 등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에 OLED 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활용처가 넓은 만큼, 중소형 OLED는 시장 규모와 성장세에서 대형 OLED를 뛰어넘는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중소형 OLED 시장 규모가 지난해 260억달러에서 2024년 39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만 놓고 본다면 중소형 OLED가 대형 OLED의 약 6배에 달하는 것이다. 

중소형 OLED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은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이 올해 5억6461만대에서 2025년 7억7341만대로 37%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에 집중한 결과,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며 점유율 70% 이상을 가진 사업자로 성장했다. 

게다가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도 중소형 제품 비중이 커졌다. 2분기 IT 39%, 스마트폰·웨어러블·자동차 23%로 TV(38%)보다 높다. 대형 OLED가 장착되는 TV의 경우, 비싼 가격 때문에 전체 TV 시장에서 2%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중소형 OLED 사업을 키울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이번 투자 결정이 수익성 개선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를 견제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1월 ‘Samsung OLED’라는 새 브랜드를 발표하고 43개국에 상표를 출원했다. 미국·영국·중국·인도 등 TV와 스마트폰 판매율이 높은 주요 국가가 포함됐다. 

4분기부터는 TV·모니터용 QD를 내놓고 대형 OLED 시장에 진출한다. 이 제품은 내년 초 삼성전자가 선보인 TV 신제품에 탑재된다. 

이처럼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자 LG디스플레이도 설비 투자를 통해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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